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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전공의가 돌아왔지만 그 결과는 예상한 대로 우려스러웠다. 소위 '필수의료'라 일컫는 각 과의 복귀 결과를 보면, 소아청소년과 13.4%, 외과 36.8%, 산부인과 48.2%, 심장혈관흉부외과 21.9%, 응급의학과 42.1%, 내과 64.9%로 나타났다. 이것을 비수도권으로 다시 세분화해 보면 소아청소년과 8.0%, 심장혈관흉부외과 4.9%, 산부인과 27.6%, 내과 48.5%로 떨어진다. 의료의 근간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에서 시작되건만, 참으로 안타까웠다.
병원을 떠나 1년 반 동안 각자도생에 안간힘을 쓰던 전공의들은 이전보다 성숙하고 단단해진 모습이다. 어떤 면에서는 좀 더 세속적이고 세상 물정을 알게 돼 자기주장이 확실해졌다고나 할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믿고 따르던 선배 의사들과 교수들은 그들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고(아마 도울 수가 없었을 수도 있다) 주위의 모든 상황은 그들을 향해 질타 혹은 압력을 가했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부재로 인한 여파들이 보도됐다.
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인가? 지난 2020년에도 수개월간의 전공의 파업이 있었다. 여러 정책 중 의사 수 증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번에도 1년에 약 3500명인 의대 입학 정원에 2000명을 더해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 발단이 됐다. 처음에는 밥그릇 싸움으로만 바라보던 사람들도 구체적인 숫자를 이해하고, 시간이 가면서 상황을 인식해 갔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하는가에 대한 명제는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단적인 데이터는 'OECD 국가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로, 회원국 평균은 3.8명, 우리나라는 2.6명이라는 데이터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적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한국 의료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가 밑바탕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의료정책 전문이 아니기 때문에 통계적이고 절차적인 확실한 관점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소위 OECD 국가라고 자부하는 해외 여러 나라에서의 연수, 학회 참석을 계기로 한 방문과 1년여의 거주도 하면서 그들 국가의 의료를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어 한국 의료와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대하는 해외 여러 학자를 만난 적도 있고, 해외로 이민을 떠났다 돌아와 살고 있는 환자를 진료한 적도 있다. 개인적인 경험과 불충분한 분석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내가 만나본 해외교포를 비롯한 외국인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을 매우 부러워하고 있다.
평균수명에 관한 데이터를 보자. 1977년 국내 의료보험이 처음으로 시작된 해의 미국과 한국의 평균수명은 각각 73.3세, 63세였다. 한국의 평균수명이 6년이나 짧았다. 그러나 2024년 기준 평균수명은 미국 77.5세 한국 83.5세로 역전돼, 반대로 한국의 평균수명이 6년이나 길다. 이는 스위스, 일본 다음으로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물론 1977년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득이 대폭 상승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도 평균수명 연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느 나라를 봐도 의료의 접근성, 효율성, 신속성 그리고 낮은 의료 수가를 겸비한 한국의 의료를 따라올 나라가 없다. 심지어 한 해외교포가 운영하는 유튜브에는 한국으로 돌아가 거주하면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이용해 오래 사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만 봐도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수준이 어떤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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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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