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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두 번째는 인간은 디지털 도구에 의존하기 때문에 직관이 둔해지고, 감각적 경험이 줄어들며 상상력이 수축합니다. 인간의 판단 능력이나 상상력뿐만 아니라 상식이 약화할 수 있습니다. 앵거스 플레처라는 학자도 지적했듯이 직관, 감정, 상식, 상상력이라는 인간의 '고유 지능'이 약화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는 모든 것을 AI가 대신 생각해 주기 때문에 인간은 깊이 있는 숙고를 할 필요가 없게 되고, AI를 통해 즉각 결과를 얻는 습관이 자리 잡게 됩니다. 대화 도중에도 핸드폰을 통해 정보를 찾아내 즉시 대답하기 때문에 빠른 정답을 찾기는 용이하지만, 깊이 있는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과잉으로 인한,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증가하는 것이지요.
넷째는 AI도 판단 오류나 편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오류가 인간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실질적인 판단은 AI가 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편향된 데이터에 의한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인간보다 기계의 효율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극히 인간적인, 예를 들어 대화나 공감, 충돌과 협상 같은 느리고 복잡한 인간적인 과정이 기피되거나 생략될 수 있습니다. 감정과 공감 능력이 약화하고 공허감과 소외감은 증가할 수 있지요.
그러나 AI 시대에 인간에게 열린 기회도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인간의 고유 역량이 오히려 가치를 얻게 됩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감정 읽기, 도덕적 판단, 복잡한 인간관계 조정, 창의적 상상력 등은 할 수 없지요. 그래서 앵거스 플레처의 지적대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시 지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원시 지능은 위에서 지적했듯이 직관, 상상력, 상식, 감정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지능이지요.
둘째로 이선 몰릭 교수는 지금은 AI의 발달로 '듀얼 브레인' 시대가 되었다고 했는데, 이렇게 인간은 AI로 인해 두뇌 하나가 더 확장되는 것입니다. AI는 인간의 '두 번째 뇌'가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인간의 인지능력은 AI와 결합해 확장되고 있는 것이지요.
세 번째, 글쓰기, 자료 정리, 기획, 연구, 창작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개인이 혼자서도 '작은 조직'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일상이나 교육·조직 운영이 혁신적으로 효율화를 가져오게 되어, 소수의 개인도 큰 조직과 경쟁이 가능하게 됩니다.
넷째로 AI가 계산, 반복이나 정형화 작업을 맡기 때문에 인간은 감정 노동, 윤리적 판단, 창의적 설계 그리고 전략적 사고에 집중하게 됩니다. 따라서 인간의 고유성을 재발견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새로운 직업이나 문화, 그리고 철학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AI 교사, AI 협업 디자이너, AI 윤리·거버넌스 전문가가 탄생하여 인간과 AI가 조합하는 새로운 산업 구조가 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AI가 인간의 기술적 능력을 대체하여 인간의 고유 역량이 약화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인간의 지능을 확장하여 오히려 '인간다움'이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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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옥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