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법은 무기가 아니라 방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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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법은 무기가 아니라 방패입니다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5-12-28 11:10
  • 신문게재 2025-12-29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변호사님, 이거 영상 보셨어요? 고소 바로 가능하죠? 형사든 민사든 전부 갑시다." 어느 회사 대표 A씨는 상담을 위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분노에 찬 얼굴로 노트북을 펼쳤다. 유튜버가 자사 제품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악성 댓글까지 줄줄이 달리고 있었다. 억울하고 속이 뒤집히는 심정,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싸움, 정말로 지금 시작하는 게 맞을까요?"

비슷한 장면은 자주 반복된다. "동업자놈이 통장까지 빼갔어요. 민사소송에 고소까지 싹 다 진행해주세요." 분노에 가득 찬 얼굴, 복수심이 손끝에까지 꽉 차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법이 복수의 칼이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다치는 사람은 언제나 그 칼을 든 '당사자'다. 억울한 사람이 맞는데, 왜 상대방에 대해 응당의 벌을 주고 싶다는 그 마음처럼 되지 않는 걸까.



전혀 다른 모습도 있다. 결혼 10년 차 여성. 아이를 홀로 키우며 남편의 무책임하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에 지쳐버린 어느 날,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혼소송을 하고 싶은데요… 제가 먼저 이혼하자고 하면 상대를 자극해서 아이를 뺏길까 봐 무서워요." 오랫동안 참아왔던 마음, 그러나 막상 법에 기대려니 더 큰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한쪽은 법을 무기로 착각하고 휘두르려 하고, 다른 한쪽은 법을 위협처럼 느끼고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결국은 법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다. 법은 칼이 아니다. 법은 당신을 지키기 위한 방패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정말 하고 싶은가?" 그 질문 앞에서 '아니오'라는 대답이 이어진다면, 당장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유독 가슴 깊이 박힌 적이 있다. 만약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정말로 지금 그 분노의 소송을 제기할까? 혹시, 감정이 판단을 삼켜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처럼 감정이 앞서는 시대일수록, 법은 더 냉정하게 활용해야 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댓글 하나, 영상 하나가 순식간에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면 사람들은 '맞고소', '강경 대응', '끝까지 가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혼 조정 중이던 여성 의뢰인에게 상대 배우자가 폭행 혐의로 고소를 예고했다. 그러자 그녀는 바로 말했다. "저도 녹음한 거 있어요. 바로 맞고소하죠?" 그러나 그 녹음 파일은 법적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고, 강행했다면 오히려 자신의 신뢰도만 떨어뜨릴 수 있었다.

소송은 감정을 위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법정은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논리와 증거만이 통하는 곳이다. 분노로 던진 맞고소는, 결국 시간과 비용, 정신적 고통만을 남긴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감정에 휩쓸려 시작된 싸움이다. 방향 없이 휘두른 법적 대응은 결국 나 자신을 찌르게 되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법을 방패로 사용한다.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먼저 살피고, 싸워야 한다면 제대로 싸운다. 그리고 가능한 한 싸우지 않기 위한 길을 먼저 찾는다. 그것이 바로 '전략'이다.

소송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인생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감정으로 시작한 싸움은 대개 후회로 끝나지만, 신중하게 준비한 싸움은 반드시 지킬 것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늘 묻는다. "이 싸움, 정말로 필요한가요?" "이 분노, 법정까지 끌고 갈 만큼의 가치가 있나요?" 그리고 조용히 권한다.

칼이 아닌 방패를 드세요. 법은 당신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무기가 아니라, 당신의 인생을 보호하는 단단한 방패가 되어야 합니다./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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