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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 |
처음에는 그 말이 막연하게 느껴졌다. 당장 실무가 중요한데 독서가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다. 하지만 상사는 바쁜 와중에도 늘 책을 가까이했고, 회의 자리에서나 업무 지시를 할 때도 책에서 얻은 통찰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넓었고, 말과 글에는 힘이 있었다. 그 모습은 점점 나에게 신뢰와 존경으로 다가왔다.
상사의 권유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속의 문장들은 생각보다 깊게 마음에 남았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사고방식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겪는 어려움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독서는 습관이 되었다. 책을 통해 배운 표현력은 보고서와 메일에 힘을 실어주었고, 다양한 이야기들은 사람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주었다. 예전처럼 상사의 말에 주눅 들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도 자라났다. 그 변화는 곧 업무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처음 회사생활에서 만난 직장 상사는 나에게 일하는 법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었다. 특히 독서의 힘을 알게 해준 그 한마디는 지금까지도 나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회사생활의 출발점에서 만난 독서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독서는 단순히 교양을 쌓는 행위가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사고력을 길러줬다는 점이다. 살아가다 보면,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독서는 바로 그 능력을 키워주는 가장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독서를 통한 변화는 어느 순간부터 업무 성과에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 출근길 지하철과 버스에서의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고개를 숙인 사람들, 손에 쥔 것은 책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다. 뉴스, 짧은 영상, 메신저 알림이 쉼 없이 흐른다. 우리는 하루 종일 정보를 소비하지만, 정작 깊이 생각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직장인에게 이 변화는 단순한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기술'이 약화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독서는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과정은 타인의 사고 흐름을 따라가며 자신 생각을 확장하는 훈련이라 할 수 있다. 독서를 꾸준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와 방향성에 드러난다.
물론 바쁜 직장인에게 독서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습관이다. 하루 10분, 짧은 시간이라도 몇 쪽의 독서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즐겁게 읽는 것이다. 짧은 글이라도 매일 읽는 습관이 쌓이면, 어느 순간 업무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능력이 조금씩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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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