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변화하는 교실, 변하지 않는 가치 '성장’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변화하는 교실, 변하지 않는 가치 '성장’

광석초 교사 성주경

  • 승인 2026-01-23 17:14
  • 신문게재 2026-01-23 35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20260123_논산 광석초 교사 성주경
광석초 교사 성주경
"세상이 변한 것을 제일 많이 느끼는 곳은 교실이다."

교직에 몸담은 지 어느덧 20년. 처음 교단에 섰을 때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말은 교직 사회가 세상의 변화에 참 둔감하고 느린 곳이라는 탄식이었다. 하지만 강산이 두 번 변한 지금 내가 느끼는 교실은 그 어느 곳보다 변화의 유속이 빠른 곳으로 바뀌었다.



누구에게나 학교는 공통의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칠판, 책상, 그리고 선생님. 누구나 학교라는 이름 아래 비슷한 기억을 품고 살았다. 요즈음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세상이 교실을 바라보는 눈도,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2000원짜리 과자를 사 먹을 때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오늘 마침 용돈이 부족한 친구가 있다면 예전에는 "내가 사줄게"라고 그냥 지나갔던 일들이 요즘 아이들은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꼼꼼히 받는다. 어른들이 보면 "뭐 그렇게까지" 라고 할만한 일이다.



이런 모습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보는 입장은 이를 무조건 '개인주의'라며 비난할 수는 없다. 단순하게 그것이 지금 아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렇게 세상이 '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학부모 세대의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한두 자녀가 대부분인 시대, 많은 학부모는 부모로서의 역할이 처음인 '초보'다. 다자녀 시대에는 자연스럽게 익혔을 보호자의 역할이 지금은 낯설고 어려운 고민거리가 됐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의 돌봄 기능과 초등학교에서의 교육적 역할을 혼동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볼 때마다 교사로서 느낀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고.

사실 학교 교육은 결국 가정 교육의 연장선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가정에서 배운 가치관을 그대로 투영하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에서 괴리를 느끼는 것은 이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모습에서 나는 학부모 상담 때마다 늘 한 가지를 강조한다.

우리의 공동 목표는 오로지 '학생을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최근 우리 광석초 4학년 아이들과 함께한 텃밭 가꾸기 활동은 그 '성장'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구역에 상추와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고 정성껏 물을 주며 수확의 기쁨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아파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뜨거운 햇살 아래 텃밭의 흙이 말라가고 있을 때 나는 조용히 아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결석한 친구의 텃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생님, 민수(가명)가 없어서 상추가 다 시들 것 같아요. 제가 물 대신 줄게요."

며칠 뒤, 수확의 날이 왔다. 풍성하게 자란 상추를 갈무리하던 아이들은 자기 봉지의 일부를 떼어 결석했던 친구의 몫으로 챙겨두었다. 과자 한 입을 먹을 때도 '빌려준 돈'을 생각하던 아이들이 땀 흘려 가꾼 수확물 앞에서는 기꺼이 '친구의 자리'를 먼저 생각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힘이자 성장의 모습이다. 다툼이나 실수가 발생했을 때, 그 결과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상담 때 나는 학부모들에게 말한다. "이 자리는 성장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입니다."라고. 아이들 사이의 다툼이나 실수라는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지 고민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교육 공동체인 교사와 학부모가 해야 할 진정한 역할이다.

오늘도 텃밭의 채소들은 아이들의 서툰 손길 속에서 꿋꿋이 자라난다. 세상은 변하고 아이들의 모습도 달라졌지만, '교육은 성장을 향한다'는 그 본질만큼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나의 이정표다.

오늘도 교실의 문을 열며 다짐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상처보다 성장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기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고검 김태훈·대전지검 김도완 등 법무부 검사장 인사
  2. 충남대 중부권 초광역 협력 시동… 2026 라이즈 정책포럼 개최
  3. 반려묘 전기레인지 화재, 대전에서 올해만 벌써 2번째
  4. 대전시 라이즈 위원회 개최…2026년 시행계획 확정
  5. 중대한 교권침해 발생 시 교육감이 고발 등 '교육활동 보호강화 방안' 나와
  1. 홍순식 "복지 예산이 바닥난 세종, 무능한 시정" 비판
  2. 강추위 녹이는 모닥불
  3. 대전중부경찰서 구청사 방치 우려… 원도심 흉물될라
  4. 대전시 강추위 대비 한파쉼터 긴급 점검 나서
  5. 대전교사노조 "대전·충남통합 특별법안, 교육 개악 조항 담겨"

헤드라인 뉴스


통합 명칭·청사는 어떻게?… ‘주도권 갈등’ 막을 해법 시급

통합 명칭·청사는 어떻게?… ‘주도권 갈등’ 막을 해법 시급

광주·전남이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청사 위치와 명칭 등 예민한 주도권 갈등을 벌이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 대전과 충남도 관련 해법 모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광주와 전남, 대구와 경북 등이 행정통합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고개를 숙인 건 통합 청사 위치와 명칭으로 시작되는 주도권 갈등 때문이었다.광주와 전남은 1995년부터 세 차례나 통합을 추진했지만, 통합 청사 위치와 명칭 등의 갈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시도 조..

충남대 중부권 초광역 협력 시동… 2026 라이즈 정책포럼 개최
충남대 중부권 초광역 협력 시동… 2026 라이즈 정책포럼 개최

정부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에 발맞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의 중부권 초광역 협력과 지역대 발전 논의를 위한 지·산·학·연 정책포럼이 충남대에서 열린다. 충남대는 1월 26일 오후 2시 학내 융합교육혁신센터 컨벤션홀에서 '2026년 중부권 초광역 RISE 포럼-중부권 초광역 협력과 대한민국의 미래'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충남대 주최, 충남대 RISE사업단이 주관하고 대전RISE센터와 중도일보 후원으로 진행된다. 김정겸 충남대 총장을 비롯해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성아 대전시 정무경제과학부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6·3 지방선거 앞두고 합당할까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6·3 지방선거 앞두고 합당할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합당할지 주목된다. 정청래 대표가 전격적으로 합당을 제안했지만, 조국 대표는 혁신당의 역할과 과제를 이유로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정청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 제안한다. 우리와 합치자. 합당을 위해 조속히 실무 테이블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혁신당 창당 당시 '따로 또 같이'를 말했다. 22대 총선은 따로 치렀고 21대 대선을 같이 치렀다"며 "우리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

  • 강추위 녹이는 모닥불 강추위 녹이는 모닥불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입후보설명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입후보설명회

  • ‘동파를 막아라’ ‘동파를 막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