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회고록]"남기고 싶은 이야기"(6회)청렴·실력·인간미 넘치는 이초영 전 대전광역시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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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남기고 싶은 이야기"(6회)청렴·실력·인간미 넘치는 이초영 전 대전광역시 동구청장

김 용 교
前충남도정책기획관
前아산시 부시장

  • 승인 2026-02-10 14:22
  • 신문게재 2026-02-11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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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 교
前충남도정책기획관
前아산시 부 시 장
이초영 전 대전시 동구청장은 1936년생, 90세로 생존해 계시다. 근황을 여쭤보니 작년에 사모님께서 세상을 뜨셨고, 혼자 사신다고 한다.

내가 이초영 청장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이 청장께서 충남도 기획계장으로 재직하실 때 나는 도청에 전입하여 8급으로 양정과에 근무할 때였는데 기획계에서 매월 그달의 역점을 두어야 할 시책을 함축하여 도청 공직자를 대상으로 월별구호를 공모하였을 때 내가 네 차례 응모한 끝에 1978년 2월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일이 있다.



제안된 구호는 "생동하는 2월, 활기찬 새마을"로 도청 현관은 물론 시군 읍면동 청사 건물에 부착되었고 나는 월례조회에서 단상에 올라가 정석모 지사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어느날 내가 기획관실에 들렀을 때 이초영 기획계장께서 의자를 내주며 앉으라 하시더니 "김용교 씨 지금 몇 살이지?" "스물 여덟입니다"라고 답해드리니 "젊은 나이에 언제 그렇게 한자를 배우고 한문을 공부하였는지? 글씨도 잘 쓰고 월별구호 응모하는 것을 쭉 살펴보니 기획력까지 있고…"



하시면서 3박자를 두루 갖췄다며 칭찬을 해주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다음 인사 있을 때 기획계로 와서 함께 근무하자"고 하셨고, 그 후 마주치게 되면 그때마다 반갑게 대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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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전 대전시 동구청장
한자 공부와 관련해서는 어릴 적 내가 사는 동네에 「서당」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분이 계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자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떠올라 중1 여름방학 때 훈장님을 찾아뵙고 「천자문(千字文)」부터 시작하여, 그해 겨울방학과 중 2, 여름·겨울방학 때까지 「동몽선습(童蒙先習)」과 「계몽편(啓蒙篇)」을 공부하였다.

서당에서의 한자·한문 공부는 무조건 외우고 쓰는 방식이었다. 전날 배운 내용을 이튿날 훈장님 앞에서 암송하고 신문지에 붓글씨로 써야 했다. 그 당시 서당은 대부분 폐쇄된 때라 수강생은 나 혼자뿐이었고 수업료는 여름방학 때 보리쌀 두 말, 겨울방학 때 쌀 두 말을 드린 기억이 난다.

한자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게 되니 신문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 당시 중학교가 있는 홍산읍내에 한국일보 홍산지국이 있어 중3 때부터 정기구독을 신청하여 지국장께서 교무실 배달 후 나의 교실에 배달해 주었는데 고교 졸업 때까지 신문읽기는 계속되었다.

그 당시 신문기사 글자는 한자가 80% 이상 차지하였고, 중 1, 2 때 서당 다닌 것, 4년간 신문읽기 한 것이 나의 한자 실력과 문해력, 문장력을 키우는데 큰 밑바탕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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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구청장이 대전시 동구 장기발전계힉 공청회를 주재하고 있다.
나는 이같이 어렸을 적에 동네 서당에서 한자 공부를 하여 그 후 공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 크게 도움을 받은 바 있어 나의 아들 낙중(洛中)이가 유치원 다닐 때인 7세 때와 초등 1년 때인 8세 때에 아파트 맞은편에 한문 서당이 개설돼 있어서, 2년간 천자문을 배우게 한 바 있었다.

그 후 아들 낙중(洛中)네는 초중고 생활과 대학 입시, 그리고 대학 생활, 졸업 후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한자를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말을 하였다. 그래서인지 초등 3년생인 손자 윤제(玧除)도 한자 공부를 하게 하여 올해 하반기에는 한자 3급 자격시험에 응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청 양정과 근무 중 하위직 인사발표가 있었는데 나는 「기획계」로 옮길 줄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인사계」로 발령이 난 것이다. 이초영 계장님께 사령장을 들고 인사를 갔더니 "김용교를 기획계로 달라고 했더니 인사계 자기들도 필요하다고 하더라" 하시며 "다음 기회를 더 보자"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인사계에서 10개월쯤 근무하고 있을 때 7급 승진 인사가 있었는데 그 당시 7급 승진자는 사업소로 나가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방과(기획예산계)로 발령이 났다.

그 당시는 지금같이 컴퓨터가 없을 때라 시행공문서만 한글 타자기로 작성할 뿐 도지사를 비롯하여 상사에 대한 모든 보고서는 한자를 병기하며 싸인펜을 갖고 100% 손으로 직접 써서 작성하던 시대여서 "한자 잘 알고 글씨 잘 쓴다"고 입소문이 돌면 인성 등 다른 요소는 고려할 것 없이 도청 각 실과로부터 스카우트 손길이 뻗칠 때였다.

거기에 나이도 젊고 기획력까지 갖췄다 하면 부서마다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이 붙기도 하였다. 사령장을 들고 이초영 계장님께 인사를 드리니 "이제 기획계에 함께 근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나와는 연령적으로 15년이나 차이가 나지만 나를 그토록 기특하고 귀엽게 여겨주는 이초영 계장님이 매우 고마웠고 존경스러웠다. 덕으로, 군자로, 선비정신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기획계장으로 한자리에서 오래 근속하면 지치고 몸도 축나게 된다. 기획계장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였으니 승진하여 도청 과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가까운 시일 내 승진 전망이 보이지 않으니 「예산계장」으로 자리를 옮겨 앉으셨다.

기획과 예산은 사촌쯤 되어 업무의 연관성도 많고 청 내 인간관계나 도청 여러 부서의 기능과 역할을 파악하고 있어서 예산 업무가 생소하지 않고 이초영 계장의 인간 됨됨이와 함께 평판도 좋아서 조용하면서도 내실있는 예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대전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충남도 우수 인재들의 상당수가 대전직할시로 전출되었는데 이초영 충남도 예산계장도 대전시로 전출되면서 과장으로 승진하여 「예산 담당관 (과장)」을 맡게 되었다. 그 후 대전시 보건사회국장, 내무국장 등을 거쳐 대전시 동구청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이초영 구청장의 대전시 공직 생활은 고위 간부직으로 충남도 시절보다는 여유가 있었을 것이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과 같이 정년에 이를 때까지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순조롭게 영전하면서 상사·동료·부하로부터 신뢰 속에 공직을 마칠 수 있었으니 행복하고 성공적인 공직자로 아낌없이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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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동구 구민들과의 대화.
이초영 구청장 할아버지께서는 아들 셋을 두셨다. 세명의 아들이 결혼하여 손자 열두명을 낳았는데 손자들 「이름」을 절묘하게 지으셨다. 할아버지 입장에서 아들 셋이 출생하는 순서대로 1~12명을 일렬횡대의 대등한 위치로 배열하면서 이를 숫자로 작명하였던 것이다.

큰 아들의 장남이 이초영 구청장이다. 장손이자 종손이 된 것이다. 맨처음 손자이니 처음초(初) 자를 도입하고 영화 영(榮)자로 작명을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둘째로 태어난 손자는 이이영(李二榮)이다. 세아들 중 누구의 아들이 되었건 출생순서대로 이삼영(李三榮), 이사영(李四榮), 이오영(李五榮), 이육영(李六榮), 이칠영(李七榮), 이팔영(李八榮), 이구영(李九榮)으로 지으셨다.

그렇다면 열번째 손자는 무어라 지으셨을까? 순서대로라면 이십영(李十榮)이 맞다. 그러나 그렇게 짓지 않으셨다. 무려 네 자리수로 껑충 뛰어서 이천영(李千榮)으로 지었고 그리고 열한 번째 손자는 이만영(李萬榮)으로, 열 두 번째 손자는 역발상으로 으뜸 원자를 써서 이원영(李元榮)으로 지었다. 막내 그룹의 손자들에게 이름으로 인하여 형들로 하여금 기죽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를 하셨던 것이다.

세 아들 중 누구의 자식인가에 대하여 할아버지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누구의 아들이 되었건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누구 하나 차별할 수 없는 대등한 인격권을 가진 손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출생순서에 맞춰 숫자로 이름을 짓다 보니 서열이 자동적으로 확인되어 헷갈리지 않고 형제들끼리도 형과 아우를 단박에 구분할 수 있게 하였다. 며느리도 자식과 조카들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초영 구청장의 부모님께서도 세 아들을 두셨는데 도청 지방과에서 오랜기간 근무하고 도의회 총무담당관과 서산시 부시장을 역임한 이사영(李四榮) 선배와 이칠영(李七榮)이 친 3형제이기도 하다.

이초영 선배님은 충청의 선비이자, 한국의 선비로 내세우고 싶다. 선비(士)는 벼슬하는 사람을 뜻한다. 선비는 부패한 귀족이나 권력계층이 아니라 유교적 인격과 교양을 갖춘 지식계급이다.

선비는 곤궁하여도 의(義)를 잃지 않고 덕망이 높아도 드러내지 않는다. 선비는 도(道)를 배우고 실천하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선비는 의리(義理)를 기반으로 삼기 때문에 이해(利害)와 의리가 충돌할 때마다 이해를 버리고 의리를 지킨다. 이초영 선배님이 꼭 이러한 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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