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6년 설부터는 세뱃글을 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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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6년 설부터는 세뱃글을 전합시다

최민호 세종시장

  • 승인 2026-02-11 10:52
  • 신문게재 2026-02-12 18면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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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세종시장. 사진=세종시 제공.
우리 조상들이 새해가 되면 나누던 덕담(德談) 또는 덕필(德筆)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까요? 새해 축하의 인사를 말로 나누면 덕담이요, 글로 전하면 덕필인 것입니다. 내용도 "새해에는 온 나라가 태평하게 지낼 것이니 마음이 기쁩니다"라거나 "올해는 아무 병 없이 무탈하게 일들이 잘 될 것입니다"와 같이 현재형·완료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요즘처럼 "부자되세요", "대박나세요" 같은 미래형·명령형의 글이 아니라는 점에서 몹시 인상적입니다. 새로운 해의 행복이 이미 당신에게 도래했다는 선언, 정말 멋지고도 아름다운 일 아니겠습니까.

언제부턴가 우리는 새해를 축복하는 순간이 '세뱃돈' 정도로 의미가 위축되었습니다. 당장 주고받을 때는 기분 좋을지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금세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 세뱃돈입니다. 또 성인이 되어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릴 때에는 돈을 받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외려 드리는 것이 옳은지 새삼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강한 연대감과 정감으로 맺어진 가족들끼리도 물질적인 고민을 하게 만드는 세뱃돈 관행이 정말 건강한 것인가도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시점부터 아이들에게 '세뱃글'을 적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조상들께서 새해마다 일자훈(一字訓), 삼자훈(三字訓) 같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주신 것처럼, 저도 짧지만 의미 있는 당부를 글로 써주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세뱃돈보다 그 글을 먼저 펼쳐 들었고, 해마다 그 종이들을 소중히 간직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세뱃글은 우리 가족의 역사가 되었고, 자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가장 정직한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세뱃글은 그리 거창한 말이 아니어도 됩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의 한 구절을 적어 줘도 좋고, "늘 하던 것처럼만 해라", "올해에는 건강이 우선"이라는 편안하고 소박한 한 줄이어도 좋습니다. 언제 얼마나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세뱃돈보다 더 의미 있고 지속가능한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를 세뱃글 안에 담을 수 있는 것입니다.

가족 간에도 대화가 드물어지고, 이따금 소식이라도 전하면 다행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세뱃글은 공동체의 가치와 정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오가는 SNS 메시지보다 훨씬 함축적이고 뜻깊은 말들을 주고받을 것이기에, 한해의 경구로 삼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래서 옛날 우리 선조들은 성장기의 자녀가 생각해 볼만한 화두를 잡아 서너자 내외로 세뱃글을 써서 건네면, 아이들은 이를 방에 붙여두고 한 해 동안 그 의미를 되새기기도 한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글문화도시 세종'은 2026년 설을 기해 새해의 바람과 꿈을 담은 세뱃글을 현대의 언어로 풀어내는 캠페인을 벌이고자 합니다. 우리 가족과 이웃에게 건네는 진심을 담은 한마디 글이 물질화된 이 시대의 설 풍경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행복에 기여하는 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치고 외롭고 따분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세뱃글은 또 다른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세뱃글이 가진 남다른 가치는 축원의 글을 쓰고 건네는 행위를 넘어서서 이를 두고두고 활용하는 데 있습니다. 우선 자녀 입장에서는 어른이 손수 써준 세뱃글은 시간이 지나 읽을 때마다 그때의 마음과 격려를 다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아이가 성장하며 겪는 힘든 순간에 서랍 속 세뱃글을 꺼내 읽으며 용기를 얻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른 입장에서도 아이에게 마음을 전할 기회로, 세뱃글 만한 게 없습니다. 새해를 맞아 아이를 향한 진솔한 마음을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가다 보면, 평소 입으로 전하지 못했던 깊은 애정과 바람을 글 속에 꾹꾹 눌러 담는 소중한 경험을 누릴 수 있겠지요.

이처럼 세뱃글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다소 투박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더라도 진심을 눌러 담은 한 줄의 문장이 한 해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고, 더 나아가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겠습니까. 2026년 설부터는 세뱃돈이 아니라 세뱃글을 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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