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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균형성장과 수도권 과밀해소, 지방살리기를 위한 최적 선택지는 어디일까. 사진은 행정 통합 이전부터 준비된 충청광역연합 상징 이미지. 사진=충청광역연합 누리집 갈무리. |
이에 중도일보는 최근 광역 행정 통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제시하고 있는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하 행복청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비민주적 방식으로 졸속 진행 중인 통합 논의의 즉시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세종시 중심의 광역화를 주장했다.
아래는 이상래 전 청장과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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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래 전 청장이 최근의 광역 행정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세종시 중심의 광역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중도일보 DB. |
-최근 언론을 통해 지금 진행되는 광역통합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주민투표라는 민주적 절차가 누락됐다. 통합은 시민의 일상에 직결되는 중대 사안인데, 시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현재의 방식은 반민주적이다. 지방의회 의결로 대신하겠다는 것인데,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들이 그런 결정을 할 권한까지 주민들로부터 위임받았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통합을 의결할 지방의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임기가 끝나는 사람들이다. 둘째, 선거를 앞둔 '졸속통합' '통합을 위한 통합'이라는 점이다. 통합은 왜 하는 것인지, 목적은 무엇인지, 또 그 결과는 어떠할 것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마스터플랜도 없이 그저 속도만 내고 있다.
-광역화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가.
▲광역화라는 방향 자체에는 찬성이다. 제가 지적하는 요지는 절차와 방법, 그리고 내용이다. 광역화는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운용함으로써 시민의 편익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물론이고, 프랑스도 파리와 인근 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그랑파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 광역화가 진행되면 수도권 집중처럼 또 다른 폐해를 양산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광역화 자체는 좋고 나쁠 게 없다. 그런데 어떤 광역화를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서울 중심의 수도권집중이 온갖 폐해를 초래했다고 들어왔다. 인구집중으로 인해 주택, 교통, 환경 등 많은 문제가 생겨났고, 반대로 지방은 소멸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폐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은 이제 전 세계 관광객이 오고 싶어 하는 글로벌 도시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집중이 지방소멸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문제는 지방을 키워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서울을 억눌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울이 증명해 온 '집중의 이익'을 지방에서 구현할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기존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실패작, '광역화'로 전면적 방향 전환해야"
-그렇다면 그동안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실패했고,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인가.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이 정도라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방은 여전히 소멸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새로운 국가균형발전정책은 무엇인가.
▲'광역화'가 답이다. 그리고 광역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정책결정권'과 '재정권한'을 통합 광역단체로 완전히 이양해야한다. 이것이 광역화의 핵심이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으니 일단 민주당(안)을 받고 미흡한 것은 차차 해결해 나가자는 의견도 타당성이 있지 않은가.
▲통합 광역단체에는 4년간 20조 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이 당근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3개 특별법이 모두 시행될 경우 소요될 총 60조원의 조달계획도, 사용계획도 없이 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 4년 뒤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광역화의 선도적 성공모델이 필요하다
-광역화가 시급하다고 하면서 지금의 통합안은 안 된다는 것인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진행되는 광역 통합의 문제와 우리의 상황이 전면적인 광역화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광역화의 선도적 성공모델을 먼저 만들 필요가 있다. 광역화는 나라를 경영하는 기본 틀을 바꾸는 것이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성공한 방법이라고 해서 우리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성공 사례를 우리 형편에 맞게 조정해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시행착오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선도적인 성공모델은 무엇을 말하나.
▲현재의 국가 불균형 상태를 방치할 수도 없다. 그러나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맬 수는 없다. 최선의 방법은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도시를 선도모델로 삼아 광역화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선도모델을 먼저 성공시키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반영해서 우리 고유의 광역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세종이 최적의 선도모델 도시다
-선도모델 도시의 조건은 무엇이고, 또 구체적으로 어느 도시를 말하는 것인가.
▲광역화에 필요한 기초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이를 주변으로 확산시키기에 유리한 곳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세종이 바로 그 도시다.
-세종을 선도모델 도시로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행정수도 세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최고의 행정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셋째, 이주민의 비율이 80-85%에 달하고 있어, 새로운 정책 실험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
-세종을 중심으로 하는 광역화는 어떤 것인가? 세종은 이미 행정수도로 나아가고 있는데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있나.
▲'행정수도 세종'은 중간목표이지 최종목표가 아니다. 국가 행정 기능을 수행하는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주변 지역과 결합해 상생하는 '행정수도권'으로 확장돼 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모델이다. 세종을 중심으로 대전, 청주, 천안, 공주 등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행정수도권을 만든다면, 단일 도시가 감당하기 어려운 교육·의료·산업·문화 기능을 유연하게 분산하고 흡수할 수 있다. 그리고 행정수도권을 충청권 전체로 확장시킨다면, 세계의 자본과 인재를 끌어 모으는 명실상부한 거대도시지역군(MCR)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실, 국회 이전하고 특별법 개정한다고 행정수도가 되는건 아냐"
-선거에 나오는 모든 후보들이 '행정수도 완성'을 주장한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가 이전하면 행정수도 세종은 완성되는 것 아닌가.
▲건축물만 올리고 국가기관만 옮긴다고 행정수도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세종이 명실상부한 행정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개헌을 해서 행정수도로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 둘째, 수도에 걸맞은 기능과 경쟁력을 갖춘 자족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 행복청장 재임 중에 그동안 공약으로만 존재했던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을 확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대통령 집무실 등이 건립돼도 행정수도로 볼 수 없다고 하니 당황스럽다. 그럼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하나.
▲국가기관의 이전은 행정수도가 되는데 있어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집무실 건립은 지금까지 굳게 닫혀있던 행정수도로 가는 문을 연 것 정도로 평가하는 것이 적당하다. 종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행정수도특별법에 '행정수도 세종'을 명기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행정수도 세종'이 되는 것 아닌가.
▲지난 2004년 '행정수도 세종'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그 후 많은 시간이 흘러 행정수도 세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맞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헌법의 벽을 넘을 수는 없다. 헌법 개정만이 위헌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민의 일상이 불편하다면 행정수도 별 의미 없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
- 살기 좋은 도시라는 평가와는 달리 세종시민들은 실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느끼고 있다. 큰 병원도 부족하고 좋은 학교, 좋은 직장도 부족하다. 세종에 대한 평가와 함께 세종이 자족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
▲현재 세종 시민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최초 설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인구 50만을 기준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자족도시로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족 도시가 되기 위한 최소 인구는 100만 명 정도로 보는데, 세종은 아직 40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대형쇼핑몰도, 상급병원도 유치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나 국회가 내려와도 100만 인구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설령 된다 해도 100만 명이 세종에서 살기 위해서는 50만 명을 기준으로 설계된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도시는 과포화 상태가 되고 삶의 질은 추락할 것이다. 해법은 세종 밖에 있다. 행정수도권 모델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세종을 행정수도권 중심 도시로 발전시키고, 행정수도관리청 신설하면 세종시의 재정 부담 확 줄고 그만큼 시민 복지 늘어나"
- 재임 중에 행정수도관리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무슨 기능을 하는 것인가.
▲세종은 국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개발한 특수목적 도시다. 국가가 만든 도시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맞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세종시가 도시 관리에 많은 재정을 투입하다보니 시민을 위해 쓸 예산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2000억 원을 상회하며, 2030년에는 2500억 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행정수도관리청이 도시 관리를 담당하게 되면, 세종시는 도시 관리에 들어가는 재정부담을 확 줄일 수 있고 절감된 예산을 시민 복지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 행정수도관리청이 생기면 세종시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보나.
▲세종이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근시안적인 도시설계와 도시경영시스템 때문이다. 특히 건설은 국가가, 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현재의 경영 시스템이 큰 문제다.
미국은 NCPC, 캐나다는 NCC라는 국가수도를 관리하는 별도의 조직을 두고, 자치단체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수도권의 광역적 계획을 담당해 효율성을 담보한다. 우리도 중앙정부 소속의 '행정수도관리청'을 신설해, 도시계획과 관리는 행정수도관리청이 책임지고, 세종시는 주민의 삶에 집중하는 구조로 변경해야 한다. 세종시장의 권한은 많이 줄어들겠지만, 시민의 삶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모든 정책의 종착지는 '시민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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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래 전 청장. |
▲행정구역을 통합해야만 광역화되는 것은 아니다. 세종과 충북까지 포함한 광역화는 필요하지만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경제권으로 묶는 '기능적 통합'이 행정구역 통합보다 훨씬 중요하다. 문제는 또 있다. 충청권 전체가 충청특별시가 된다면, 세종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행정수도 세종이 여러 특별시 중의 하나에 흡수된다는 것인데, 합당한 일인가.
- 세종이 기능적 통합에 가장 적합한 중심도시라는 것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교통망 구축은 광역화의 핵심 전제조건이다. 세종은 충청권의 중심부에 위치해있어 충청권 전체를 아우르는 교통망을 구축하는데 가장 적합하다. 둘째, 국가 행정 기능이 모여 있어 기능적으로 최적이다. 셋째, 세종이 행정수도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즉 세종 중심의 충청권 광역화는 전체 충청인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에도 가장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상래 전 행복청장은?
1964년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전 대신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실 선임행정관과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사단법인 행복공장 이사를 거쳐 2023년 8월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역임했다. 청와대와 국회, 행정부 사이의 민간 씽크탱크를 모두 경험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정책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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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