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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효준 기자 |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선배들과는 다른, 참신하고 젊은 관점의 기사를 써보고자 했던 나는 한동안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후원하는 청년 모임과 간담회, 청년 정책제안 발표회, 자치구별로 마련된 청년 공간 등을 오가며 대전 청년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직접 청취하고자 했다. 그렇게 하면 기득권의 목소리가 아닌, 세상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마음도 잠시, 현실을 마주한 나는 실망감을 지울 수 없었다.
우선 모임이 주로 이뤄지는 시간대부터 거리감이 컸다. 청년을 주제로 한 상당수의 행사는 보통 평일 오전에서 오후 등 비교적 이른 시간에 편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 이후인 저녁이나 주말에 편성된 청년 모임도 일부 존재했으나, 이 같은 모임은 규모가 작고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규모가 커지고 지속성이 부여될수록 일반적인 청년들과의 접근성은 크게 떨어졌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면 크게 할 말은 없다. 쉬었음 청년이 참여하든, 자유롭게 일하는 청년 프리랜서든, 연차를 사용한 청년 직장인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다만, 하던 업무와 공부를 모두 내팽개치고 청년 모임과 행사에 참여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청년은 학업, 취업, 아르바이트, 직장생활 등으로 인해 잠시 여유를 갖기에도 숨 가쁜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다.
그런데 모임과 행사에 자주 나타나는 청년들은 범상치 않았다. 스타트업·벤처창업가, 청년예술인, 대학교 학생회 임원, 청년 사회활동가, 청년 소상공인 대표 등 직업들도 정말 휘황찬란했다. 그들이 그 나이에 어떤 능력과 자금으로 그런 명함을 만들어냈고 또 어떻게 이 행사에 참여할 시간을 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스펙만큼은 확실했다.
당연하게도 이런 스펙 좋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나와서 정부와 지자체에 대변하는 청년의 이야기는 현실과 거리감이 컸다. 기득권보다 더 구태로 가득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본인의 정치적 아버지가 엊그제 내뱉은 단어들을 앵무새처럼 똑같이 내뱉기도 했다. 그리고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석 달 남겨둔 지금. 그 친구들은 각 정당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와 유세선거 현장에 나타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내 경험상 적어도 그들 중 일부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자리 하나를 받아 공무원이 될 것 같아 보인다.
지역 청년들의 문제는 지방소멸을 앞둔 현시점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과제다. 여기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서울로 떠나지만 않아도 지역경제의 회복과 지방이 마주한 문제 중 상당수가 해결될 수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와 지자체도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청년 모임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세심히 들어야 할 목소리의 주체는 따로 있다.
출산으로 인해 재계약이 무산된 기간제 교사, 매일 야근으로 일하면서도 최저시급에 가까운 월급을 받는 신입 직원, 대출과 목돈을 모두 사기당한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 원하는 직종의 기업이 없어 연고도 없는 서울로 떠나는 취준생, 주변 인맥을 다 소모한 뒤 재취업을 고민하는 보험회사 3년 차 직장인 등과 같이 진짜 힘들게 살아가는 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 말이다.
물론 이런 청년들만 청년도 아니고 힘들게 살아야만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 운영의 핵심을 청년이라고 내세운다면 적어도 본인들의 후계자가 아닌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선거를 곧 앞둔 만큼, 이제부터라도 부디 성의를 보여주길 바란다. /심효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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