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영웅 되기의 거절과 우정의 선택 - '프로젝트 헤일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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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영웅 되기의 거절과 우정의 선택 - '프로젝트 헤일메리'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6-04-02 17:15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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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포스터.
그레이스는 영웅으로 부름받습니다. 망해 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희망을 걸고 띄우는 우주선 헤일메리호에 탑승하라 하지만 그는 거부합니다. 연구 과정에 참여하는 것과 목숨을 걸고 우주선에 오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의 거부는 거부되고 강제로 우주선에 합류합니다. 극악한 폭력입니다.

영웅의 활약을 통한 공동체의 구원은 미국 영화의 오랜 전통입니다. 아마도 그 숱한 히어로들을 만들어 낸 나라는 미국 말고 거의 없을 겁니다. 과학 판타지 영웅뿐 아니라 전쟁 영웅, 경찰 영웅, 정보기관 요원, 서부 영화의 보안관 등 장르를 달리 하면서도 영웅은 계속 출현해 왔습니다. 이들 영웅은 죽음을 무릅쓰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악당과 맞서 싸우거나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공동체를 구원해 냅니다. 문제는 종료되었고, 관객들은 영화 속 수많은 군중들처럼 안도하며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영웅과 공동체 간의 괴리가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멧 데이먼이 주인공으로 활약한 <본>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능력도 있고, 헌신도 했건만 조직의 필요에 의해 신분이 조작되거나 죽음의 위협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토사구팽이란 말처럼 쓰고 버려지는 일에 대해 주인공 영웅은 회의합니다. 국가나 공동체를 위한다는 대의는 주인공의 목표가 되지 않습니다. 최근 개봉되었던 우리 영화 <휴민트> 속 조 과장 역시 이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들 주인공 영웅은 임무 수행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합니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인공 그레이스 캐릭터가 특이한 것은 그가 영웅 되기나 임무 수행에 극도로 회의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태양을 잡아먹는 미생물 아스트로파지 문제를 해결해야 지구가 산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목숨 걸고 우주로 나가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임무에 성공하지만 그는 지구로 복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주에서 만난 외계의 존재 로키와 그의 별 에이드리안 행성에 남습니다. 지구로 돌아왔다면 그는 틀림없이 위대한 영웅 대접을 받았을 텐데 말입니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시대적 욕망과 흐름을 읽습니다. 공동체적 대의와 이를 위한 헌신, 그리고 영웅 되기보다 개인적 자유와 감정의 공유를 통한 우정이 더 가치 있는 선택일 수 있음을 봅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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