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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이정환. /사진=충남교육청 제공 |
며칠 전, 한산초 농촌유학 환영회에 참석했다. 작은 강당에 모인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표정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낯설지만 설레는 얼굴, 그리고 이곳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눈빛. 아이들은 서로를 힐끔거리며 웃고 있었고, 학부모들은 교실과 운동장을 둘러보며 아이의 앞날을 그려보는 듯했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 속에는 걱정과 함께, "이곳에서 아이가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처음 만난 아이들의 눈빛은 낯설다. 학교가 아니라 '이곳에서의 삶'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운동장을 둘러보는 시선, 교실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작은 것 하나에도 머무르는 눈길이 길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유학 온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교실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이어진다. 어느 교실에서는 먼저 말을 건네며 금세 친구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교실에서는 함께 생활하는 시간 속에서 천천히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 과정은 다르지만, 결국 교실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바꾸는 시작이 된다.
며칠 전 한 학교에서 들은 이야기다. 급식 시간, 낯설어하던 아이에게 한 학생이 말을 건넸다고 한다.
"이거 우리 마을에서 나는 거야. 먹어봐."
그 한마디가 관계의 시작이 됐고, 아이는 그날 이후 친구들과 함께 웃기 시작했다. 나는 여러 학교를 다니며 그 변화를 지켜본다. 그리고 점점 더 분명해진다.
농촌유학은 학생 수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아이 한 명의 이동은 교실의 공기를 바꾸고, 학부모 한 가정의 선택은 학교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그 작은 변화들이 쌓여 학교는 조금씩 살아난다. 장학사로서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느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성과를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이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기다리고 돕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도 학교를 나서며 운동장을 한 번 더 돌아본다. 환영회에서 마주했던 그 눈빛들이 떠오른다. 낯설지만 기대에 차 있던 아이들과 학부모의 얼굴.
그 기대가 실망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학교는 오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나는 요즘 자주 '학교를 살린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학교는 건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관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더 분명히 느끼기 때문이다.
농촌유학으로 시작된 작은 변화는 교실을 바꾸고, 학교는 자신만의 색을 찾아 교육과정을 새롭게 채워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 마을과 기관, 지역의 여러 손길이 더해질 때 비로소 학교는 한 공간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로 확장된다.
서천에서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길도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머물고 싶은 학교, 학교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다양한 동행의 힘. 이 세 가지가 조용히 이어질 때, 학교는 다시 살아난다.
나는 오늘도 그 변화를 믿으며 학교를 찾는다. 낯설었던 이름들이 익숙해지고, 기대가 일상이 되어가는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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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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