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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하 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초거대AI연구센터장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은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를 연산하는 훌륭한 '보조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그 한계를 넘어, 스스로 탐구를 수행하는 'AI 과학자(AI Scientist)'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 가설을 제시하고, 실험을 설계하며, 수십 년이 걸릴 시뮬레이션을 단 며칠 만에 완수해 낸다. 최근 수학적 추론 능력을 극대화한 AI 모델들이 수능 수학 영역에서 완벽한 만점을 기록하는 등, 단순 패턴 매칭을 넘어선 고도의 논리적 탐구 능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난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설계하는 알파폴드(AlphaFold)와 로제타폴드(RosettaFold)에 수여되며, AI가 인류 난제 해결의 핵심 기제로 인정받았음을 선언했다. 2023년 말 네이처에 실린 UC 버클리의 자율 실험실(Autonomous Lab)이나 CMU의 코사이언티스트(Coscientist)는 완전 자동화된 실험과 대형언어모델(LLM)의 연구 파트너 가능성을 증명했다. 급기야 2026년 3월 일본의 사카나 AI(Sakana AI)는 가설 설정부터 논문 작성까지 연구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파이프라인을 제시하며 전 세계 과학계에 충격을 안겼다.
생명과학, 기후 모델링, 차세대 신소재 탐색, 천체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파괴적 혁신은 모든 분야를 휩쓸고 있다. 그러나 'AI for Science'의 진정한 무게는 단순히 연구 속도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자연과 우주를 탐구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 연역적 증명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에서 AI가 귀납적으로 원리를 도출하는 시대다. 물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들은 전산학자들과 경계를 허물고 협력하여, 인간의 창의적 직관과 AI의 압도적 추론 능력이 결합된 전례 없는 집단 지성을 구축하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을 주도하기 위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 막대한 고성능 컴퓨팅(GPU) 인프라 확충과 함께 AI 모델을 즉각 학습시킬 수 있는 AI-Ready 데이터 생태계 구축은 국가적 생존 과제다. 무엇보다 해외 빅테크의 거대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과학 기술용 AI 기술들을 확보하는 기술 주권 확립이 시급하다. AI가 도출한 결과의 신뢰성 검증, 데이터 편향성 극복 그리고 연구 주체로서 인간의 역할 재정의 등 연구 생태계의 근본적 해체와 재편 속에서 윤리적·방법론적 난제들 또한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단순한 최적화 도구나 상업적 챗봇 서비스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개발자들이 짜는 코드 한 줄, 설계하는 알고리즘 하나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생명의 비밀을 풀고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마스터키가 될 수 있다. AI 연구자들은 모니터 너머의 웅대한 자연과 우주로 시선을 돌려, 기초 과학자들의 낯선 언어와 치열하게 부딪히고 미지의 영역으로 거침없이 뛰어들 용기를 가져야 한다. 다가오는 2035년, AI가 스스로 노벨상에 필적하는 역사적 발견을 이뤄내는 정부의 거대한 'K-문샷(Moonshot)' 프로젝트는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과학이 빚어내는 이 경이로운 융합의 향연, 그 혁명의 최전선에 과감히 뛰어들 여러 연구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초거대AI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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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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