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 AI for Science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 AI for Science

이경하 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초거대AI연구센터장

  • 승인 2026-04-16 17:04
  • 신문게재 2026-04-1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60415175018
이경하 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초거대AI연구센터장
인류의 역사는 곧 과학적 발견의 역사며 그 궤적은 언제나 도구의 혁신과 맞닿아 있다. 천체 망원경이 인류의 시야를 확장해 우주의 크기를 재정의했고, 현미경이 육안으로 볼 수 없던 미시 세계의 문을 열었다. 또한, 컴퓨터의 등장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게 함으로써 본격적인 정보화 시대를 촉발했다. 이처럼 새로운 도구의 등장은 언제나 과학적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과학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파괴적인 또 한 번의 거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바로 인공지능(AI)과 기초 과학이 전면적으로 융합하는 'AI for Science(과학을 위한 AI)' 시대의 개막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은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를 연산하는 훌륭한 '보조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그 한계를 넘어, 스스로 탐구를 수행하는 'AI 과학자(AI Scientist)'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 가설을 제시하고, 실험을 설계하며, 수십 년이 걸릴 시뮬레이션을 단 며칠 만에 완수해 낸다. 최근 수학적 추론 능력을 극대화한 AI 모델들이 수능 수학 영역에서 완벽한 만점을 기록하는 등, 단순 패턴 매칭을 넘어선 고도의 논리적 탐구 능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난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설계하는 알파폴드(AlphaFold)와 로제타폴드(RosettaFold)에 수여되며, AI가 인류 난제 해결의 핵심 기제로 인정받았음을 선언했다. 2023년 말 네이처에 실린 UC 버클리의 자율 실험실(Autonomous Lab)이나 CMU의 코사이언티스트(Coscientist)는 완전 자동화된 실험과 대형언어모델(LLM)의 연구 파트너 가능성을 증명했다. 급기야 2026년 3월 일본의 사카나 AI(Sakana AI)는 가설 설정부터 논문 작성까지 연구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파이프라인을 제시하며 전 세계 과학계에 충격을 안겼다.

생명과학, 기후 모델링, 차세대 신소재 탐색, 천체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파괴적 혁신은 모든 분야를 휩쓸고 있다. 그러나 'AI for Science'의 진정한 무게는 단순히 연구 속도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자연과 우주를 탐구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 연역적 증명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에서 AI가 귀납적으로 원리를 도출하는 시대다. 물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들은 전산학자들과 경계를 허물고 협력하여, 인간의 창의적 직관과 AI의 압도적 추론 능력이 결합된 전례 없는 집단 지성을 구축하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을 주도하기 위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 막대한 고성능 컴퓨팅(GPU) 인프라 확충과 함께 AI 모델을 즉각 학습시킬 수 있는 AI-Ready 데이터 생태계 구축은 국가적 생존 과제다. 무엇보다 해외 빅테크의 거대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과학 기술용 AI 기술들을 확보하는 기술 주권 확립이 시급하다. AI가 도출한 결과의 신뢰성 검증, 데이터 편향성 극복 그리고 연구 주체로서 인간의 역할 재정의 등 연구 생태계의 근본적 해체와 재편 속에서 윤리적·방법론적 난제들 또한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단순한 최적화 도구나 상업적 챗봇 서비스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개발자들이 짜는 코드 한 줄, 설계하는 알고리즘 하나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생명의 비밀을 풀고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마스터키가 될 수 있다. AI 연구자들은 모니터 너머의 웅대한 자연과 우주로 시선을 돌려, 기초 과학자들의 낯선 언어와 치열하게 부딪히고 미지의 영역으로 거침없이 뛰어들 용기를 가져야 한다. 다가오는 2035년, AI가 스스로 노벨상에 필적하는 역사적 발견을 이뤄내는 정부의 거대한 'K-문샷(Moonshot)' 프로젝트는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과학이 빚어내는 이 경이로운 융합의 향연, 그 혁명의 최전선에 과감히 뛰어들 여러 연구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초거대AI연구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자 눈에도 보였던 늑구 포획 실패한 이유는?
  2. '늑구'가 비춘 그림자…대륙사슴·하늘다람쥐 우리곁 멸종위기는 '진행중'
  3. [속보] 與 대덕구청장 후보 '김찬술'…서구 전문학·신혜영, 동구 황인호·윤기식 결선행
  4. 이재명 정부 과학기술 정책 일단은 '긍정'… 앞으로 더 많은 변화 필요
  5. '공기·물·태양광으로 비료 만든다' 대전기업 그린팜, 아프라카 농업에 희망 선사
  1. 與 충남지사 경선 박수현 승리…국힘 김태흠과 빅뱅
  2.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안정적 운영 기반 확보
  3. 세종예술의전당, 국비 6.9억 확보… 공연예술 경쟁력 입증
  4. [기고] 지역 산업 생존, 성장엔진 인재 양성에 달렸다
  5. 김선광 "중구를 대전교육의 중심지로"… '중구 8학군 프로젝트'

헤드라인 뉴스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좌초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6·3 지방선거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 되고 있다. 정부 추경 예산안에 광주전남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예산이 누락 된 것이 트리거가 됐는 데 이를 두고 여야는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재명 정부가 매년 5조 원씩 총 20조 원 지원이라는 파격적 재정 특례를 내세워 통합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출범을 앞두고 기본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충청권에서도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 출범을 앞둔 광주전남통합특별시에 필요한 예산 177억 원이..

[세월호 참사 12주기] 정부·여야 추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되나
[세월호 참사 12주기] 정부·여야 추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되나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16일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위로를 전했다. 특히 사회적 재난과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도 힘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세월호 침몰로 인한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직접 참석한 건 역대 처음으로, 사회적..

김태흠vs박수현, 충남도 수성·입성 관심 고조… 관건은 천안·아산
김태흠vs박수현, 충남도 수성·입성 관심 고조… 관건은 천안·아산

6.3전국동시지방선거 충남지사 선거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수성에 성공할지, 박수현이라는 새로운 도백이 탄생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 지사는 보령·서천 3선 국회의원을 지내다 민선8기 충남도에 입성,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도를 원활하게 이끌어왔다는 강점이 있다. 박 후보는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으로 청와대 대변인과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거치는 등 정부 여당과 원활한 관계 및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강점이다. 각자의 장점이 뚜렷해 상당한 접전이 예상된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판단이다. 다만 양측 모두 천안·아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호 순직교사 故 김초원 씨의 부모가 전하는 생일 축하인사 세월호 순직교사 故 김초원 씨의 부모가 전하는 생일 축하인사

  •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