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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세 대전노은초 교장 |
교사가 학교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이 교육 환경의 '수동적 객체'로 전락했다는 데 있다. 쏟아지는 민원과 행정 업무, 수시로 하달되는 지침 등 외부 상황에 급급하게 대응하다 보니, 진정으로 '나의 교육관'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여유조차 잃어버린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고 즉각적인 인터넷 검색에만 의존하는 '호모 서치쿠스'(검색 인간)의 모습은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인공지능이 속도와 효율성으로 인간을 압도하는 시대에, 학교 교육마저 외부 매뉴얼이나 타 학교의 사례에서만 정답을 찾으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교사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은 사라지고, 피상적인 상황 분석만 반복하는 악순환에 갇히고 말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장기간 누적된 '학습된 무기력'이다. 새로운 교육 환경에 직면해도 변화하려는 의욕을 내지 못한 채, 자신만의 교육관 없이 교과서나 지도서에만 맹목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깊이 있는 학습이나 학생의 삶과 연계된 교육의 필요성은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이를 계획하고 실행할 내면의 힘과 의지가 고갈된 상태인 것이다. 이처럼 교사 개인의 교육관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학생의 성장을 도우며 진정한 '교사로서의 행복'을 누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 수동적 객체의 늪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교육자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무기가 바로 '깊은 생각'과 '성찰'이라는 인지적 힘이다.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서 시대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읽어내고, 현재 교육의 결핍을 채워 학생 개개인에게 맞춘 교육과정을 재설계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교사 주도의 '깊은 생각'이다. 모든 교육과정은 '학생 중심'이라는 본질적 철학 위에서만 그 효용성을 발휘한다. '어떤 학생으로 성장시킬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에 맞는 학습 활동을 기획하는 교사의 깊은 사유야말로, 이 불안정한 교육 환경을 돌파하는 가장 강력한 문제 해결 역량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성찰'은 그 깊은 생각을 완성하는 체계적인 절차다. 성찰은 단순히 지난 활동을 떠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무심코 저질렀던 교육적 판단의 오류나 인지적 편향을 직시하고 바로잡는 강력한 도구다. 흔히 학생을 지도할 때 성공하면 자신의 역량 덕분이라 여기고, 실패하면 환경 탓으로 돌리기 쉽지만, 성찰은 이러한 편향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게 돕는다. 나아가 동료 교사와 토론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은 교육과정의 내실화와 교사 개인의 전문성 심화로 직결된다. 이렇게 켜켜이 쌓인 경험의 기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지적 자산이 되며, 이 과정이 반복될 때 성찰은 개인의 역량을 넘어 학교 조직 내의 단단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된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라는 굳건한 명제는, 교사 개개인이 확고한 교육관 위에 세운 '깊은 생각'과 교육 공동체가 함께하는 냉철한 '성찰'이라는 두 축이 맞물릴 때 비로소 실현된다. 불안정한 시대의 거친 파도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외부 정보나 지침에만 의존하는 수동성을 과감히 버리고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교육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 이러한 주체적 사유의 과정을 거쳐 내면이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척박한 교육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진정한 행복을 학생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김옥세 대전노은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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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