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정윤석 감독 유죄 확정판결과 언론기관의 명백한 보도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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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정윤석 감독 유죄 확정판결과 언론기관의 명백한 보도 목적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6-06-01 10:13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이승선 교수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해병 청룡부대원으로 베트남전을 겪은 황석영은 소설 '무기의 그늘'과 '탑'을 썼다. 백마부대에 소속되어 베트남에 간 안정효는 소설 '하얀 전쟁'을 집필했다. 그를 토대로 정지영 감독은 동명의 영화를 제작했다. 배우 안성기와 이경영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백마부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박영한은 소설 '머나먼 쏭바강'을 펴냈다. 한 방송사가 창사 기념 특집극으로 같은 이름의 드라마를 제작해 방송했다. 현실의 전쟁에 참전한 작가들이 한국인의 시각으로 그려낸 전쟁 기록들이다. 이들 소설 기록에는 정부의 공식 발표문이나 언론의 뉴스에 담기지 않은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적 고뇌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1941년 제주 노형리에서 태어난 현기영은 어린 몸으로 보고 듣고 겪은 '4·3 사건'을 소설 '순이 삼촌'으로 써냈다. 조천읍 북촌리에서 한날 희생된 오백여 마을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제주 4·3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는 이 작품으로 인해 정보기관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현기영은 근현대 제주의 역사를 소설로 기록한 세 권짜리 '제주도우다'를 3년 전에 펴냈다. 한국 나이로 여든셋에 쓴, 등단 50여 년 즈음 펴낸 작품이다. 고문을 다룬 소설 '붉은 방'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임철우는 1954년 완도 평일도에서 태어났다. 1980년 5월 전남대 복학생이었던 그는 17년 후, 그 열흘간 벌어진 사건과 그에 관한 구체적 기록을 살리며 5권짜리 소설 '봄날'을 썼다. 제주 4·3과 광주 5·18과 그의 고향 완도에서 발생한 보도 연맹 학살 사건을 소설로 기록한 '백년 여관'도 펴냈다.

역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되고 소환, 재현된다고 한다. 언론은 주로 시시각각 발생하는 사건을 취재하여 보도하는 정보전달 매체로서 기능하지만, 당대에 일어난 사건 현장을 고스란히 기록하여 후대와 공유하는 기록자로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언론과 방식을 달리하여, 소설이나 영화도 현장을 기록하여 당대와 후대 간의 역사를 잇게 한다. 역사의 기록물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분별력이 있는 시민들은 객관적 사실을 추구하는 언론의 기록과 서사적 기능을 살리려는 소설의 기록을 헷갈리지 않는다. 공동체의 치명적인 사건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역시 언론 보도나 소설처럼 역사적 기록물의 한 유형으로 기능한다. 장르나 표현 형식에 있어 차이가 있더라도, 공동체의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여 후대의 교훈이 되게 하는 데 있어 언론 보도나 평전, 소설, 영상물의 차이는 없거나 크지 않다.

2025년 1월 19일 새벽,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적용된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그의 극렬 지지자들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 물리적 폭력을 행사해 헌법기관을 유린한 희대의 반헌법적 범죄였다. 그 역사 현장을 기록하려고 언론사 기자와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같은 법원에 들어갔다. 법원 건물 7층까지 올라가 불법적 폭력이 난무한 현장을 상세하게 취재한 방송사 기자는 기소되지 않았다. 공익을 위한 취재 목적이 인정되었다. 취재진에게는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의 기자상이 수여됐다. 한편, 법원 본관 뒤쪽 경내에서 3분간 촬영한 다큐 감독 정윤석에게 검찰은 특수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정윤석 감독은 지존파 연쇄 살인 사건을 비롯한 사회적 사건을 다큐로 제작해 여러 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광우병 촛불시위,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 세월호 참사, 10·29 참사 등을 영상으로 기록해 왔다. 그의 기록 활동은 예술 행위이면서 동시에 저널리즘 행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은 정윤석 감독이 난동을 부린 난입자들과 합류·합세하지 않고 그들과 거리를 두어 촬영만 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개인적인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언론 보도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백한 목적을 인정할 수 있으나, 다큐 감독의 카메라 촬영은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일반 건조물침입죄가 적용되어 지난 4월 30일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이 확정됐다. 정 감독은 법원 판결이 그의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법원 판결에 대해 공적인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저널리즘 행위를 부정했다거나, 다양한 방식의 역사적 기록물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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