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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양진 충남대 교수 |
문화 유산, 자연 유산, 복합 유산으로 구분되는 세계유산의 목록에는 현재 170개국의 1248개 유적이 등록되어 있다. 이 목록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의 나열이 아니라, 다양한 인류 문명의 정수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집대성한 것이며, 각 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된 것이다. 한때는 각 나라간의 과도한 등재 경쟁이라는 부작용도 발생하였지만, 10여 년부터 매년 1국가 1개 유산 등록으로 제한되면서 보다 많은 국가에게 등재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유산 등재국의 중요한 일원이다.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불국사와 석굴암, 조선왕릉, 백제 역사 유적 등 15건의 문화 유산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갯벌 등 2건의 자연 유산은 한국의 역사와 자연을 세계에 알리는 대표적 얼굴이다. 우리나라 세계유산의 특징은 역사적 층위의 다양성과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선사시대의 문화로부터 삼국시대의 고분과 불교 문화, 조선 왕조의 제례 공간, 그리고 화산섬의 생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세계유산은 동아시아 역사와 세계 문명사의 중요한 축을 형성한다.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 가운데 세계유산으로서의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 하나 있다. 대전 이사동의 은진 송씨 묘역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문중 집단 묘역으로서, 수십만 평에 1000여 기의 무덤과 수십 개의 재실(齋室)을 갖추고 있다. 1499년 사망한 송요년의 무덤이 조성된 이후 500년 이상 유교와 그 상장 의례 전통에 따라 조성된 무덤과 부속 석물, 제례 건물 등이 분포하고 있다. 또한 묘역에서 지내는 제사 의례의 무형 유산과 제례의 절차, 제물, 제사 일정 및 참가자 등을 기록한 사산참제록 등의 기록 유산도 함께 남아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포함한 세계유산 등재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세계유산의 등재 경향 가운데 하나는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는 일련의 유적들을 하나의 목록으로 등재하는 것이다.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은 7곳, 한국의 서원은 9곳, 가야고분군은 7곳이 이미 하나의 목록으로 함께 등재된 바 있고, 이러한 등재 경향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이사동 묘역 단독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 분포한 문중 또는 종중 묘역 가운데 이사동처럼 현재 보존 상황이 양호하여 진정성과 완전성이 뛰어난 6-7개의 지점을 선별하여 함께 등재를 추진한다면 그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이미 유형문화유산 등으로 지정된 인천 의령남씨 종중 묘역, 반남박씨 대종중 묘역, 광주 양송천 묘역 등이 이사동 묘역과 함께 공동으로 등재 후보가 될 수 있다. 대전시와 다른 지자체, 국가유산청이 협력하고 연대한다면 세계유산의 잠정목록 등재부터 충분히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는 단순한 국제회의가 아니라 자연과 문화 세계유산을 통해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자리이다. 훼손과 파괴, 왜곡 등의 위기에 처한 인류 공동의 유산을 잘 보호하고 보존하여 후세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이사동 은진 송씨 묘역의 역사적 가치를 재인식하여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은 인류 공동의 역사문화적 기억을 더욱 풍성하게 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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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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