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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인숙 대전웰다잉연구소 소장. |
문득 몇 년 전 작고하신 시아버님 생각이 난다. 90세를 넘기시면서 노환으로 고생을 하셨는데 몇 번 망설이다 조심스레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뜻밖에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흔쾌히 서류를 작성하시며 "좋은 거네" 하시던 모습이 선하다. 안타깝게도 얼마 후 갑자기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고, 불과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생전의 의지가 당신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예비하신 건 아닌지 가끔 생각해 본다. 장례식 내내 생전에 깔끔하고 강직했던 성품처럼 마무리도 잘하고 떠나셨다고 모두 고인을 추억하며 따뜻한 환송을 해드린 기억이 새롭다.
얼마 전에 웰다잉 교육 현장에서 어떤 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90세 가까운 어머니께서 수술 후 회복이 안 되면서 거의 중환자가 되어 몇 년째 요양병원에 누워계신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코에 연결된 관을 통해 영양공급을 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소화가 안 되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미 의사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중증 상태이지만 의식은 또렷하셔서 본인이 너무 몹시 고통스러워하시는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자식들이 너무 마음 아프다고 호소하셨다. 누구에게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힘든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며 연신 미안해하신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썼지만 어디까지가 연명의료인지 잘 모르겠다며 한번 만나자는 말과 함께 안부를 나누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같지 않다. 어떤 사람은 가족의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만, 어떤 사람은 의식이 불분명한 채 의료기기에 의지해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그 곁에서 가족들은 어디까지 치료해야 하는 건지, 무엇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택인지 갈등하는 현실적 고통을 감내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6년 9월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 등록자는 35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350만 명이라는 숫자만으로 우리가 죽음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일과 실제 임종의 순간에 그 뜻이 존중되는 일 사이에는 여러 절차와 조건이 놓여 있다. 의학적으로 임종과정에 있는지 판단해야 하고,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며, 가족과 의료진의 이해와 협력도 필요하다. 지난 6월 5일에 보건복지부에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민간위원 워크숍을 개최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내용은 연명의료결정제도 개선 사항에 대한 위원회 심의 로드맵에 대한 중점적인 논의였는데, 연명의료 유보·중단 가능시기 확대(현 임종기→확대 말기), 무연고자의 연명의료결정을 위한 법령보완방안, 연명의료계획서 활성화 등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점차 우리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현실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웰다잉 교육을 하다 보면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어느 순간 삶에 관한 이야기로 바뀌는 것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죽음이라는 말 자체를 낯설어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아직 이루지 못한 바람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웰다잉 교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웰다잉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생애 마지막을 존엄하게 맞이하고자 하는 삶의 또 다른 선택이다. 그러나 연명의료는 개인의 결심만으로는 불완전하다.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그 뜻을 존중하는 가족과 의료진, 마지막 시간을 함께할 돌봄의 체계가 어우러져야 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으로 제도화될 때 의미가 클 것이다. /홍인숙 대전웰다잉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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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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