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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광 교수 |
1980년대 후반, 한국 영화시장은 미국의 개방 압력에 따라 외국영화 수입 자유화, 미국 영화사의 직접 배급 허용 등 변화가 일어났다. 그런데, 시장개방으로 한국 영화는 오히려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성장해 1993년 15.9%이던 점유율이 2004년 59%로 상승했다. 시장개방이 대기업의 영화산업 진출과 전문 투자시스템 도입, 멀티플렉스 확산 등 영화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데 기인한다.
넷플릭스는 한국 영화시장이 세계로 확대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넷플릭스의 자본 및 유통망으로 영화 제작 환경이 크게 좋아졌다. 또한, 한국 창작자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소비되는 통로도 마련되었다. OTT 플랫폼은 좀비, 스릴러, 사회 비판, 역사극 등 기존보다 다양한 소재를 선보이는 '장르적 실험' 무대로도 활용되었다. 이러한 다양성이 결과적으로 K-콘텐츠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고, 한국 영화산업의 세계화를 촉진했다.
시장개방에 의한 혁신은 영화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분야에서도 일어났다. 한국은 청소년 문화가 일본 문화에 종속될까 봐 오랫동안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을 제한했었다. 그런데, 1998년부터 일본 대중문화가 단계적으로 개방된 후 오히려 한국 영화와 드라마, K-pop의 일본 시장 진출이 확대되었다. 한국 문화는 200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의 아시아 확산을 시작으로 2010년대 K-pop의 글로벌 확산,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 2021년 '오징어 게임' 흥행 등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대, 드라마와 K-pop에서 시작된 한류의 문화적 영향력은 이제 식품·뷰티·패션·관광·서비스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K-Everything 현상이 되고 있다. 한국 문화가 글로벌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가 거대한 소비·서비스·산업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K-food의 대표 주자인 불닭 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100억 개 이상 판매됐다. 2025년 K-food의 수출은 104억 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K-beauty도 '한국 배우의 피부'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 화장품을 찾아보고, 한국을 방문해 제품을 산 후 자기 나라에서 다시 구매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수행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공식 일정 사이에 올리브영을 방문해 한국 화장품을 사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는데, 그 효과로 매출이 77%나 증가하는 그런 세상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이다. 한류의 확산으로 증가하는 여행객들은 관광지, 식당, 카페 등 방문과 쇼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한국의 잘 갖추어진 교통인프라와 쓰레기 하나 없는 깨끗한 거리, 안전한 밤 문화 등이다. 무엇보다도 길을 못 찾아 헤맬 때 어디선가 다가와 도움을 주는 손길과 등산길에서 말없이 건네는 김밥 한 줄에 담긴 한국인의 정에 감동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잘 꾸민 겉모습보다는 고유한 한국다움에 더 관심을 보인다.
따라서, 한국 문화를 띄운다고 어쭙잖게 겉치장만 하고 타 문화를 배척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고 섞이며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세계 문화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문화의 독창성과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고, 진심으로 세계인들과 어울린다면 자연히 K-Everything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양성광 한양대 특임교수(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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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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