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세상]존사중도(尊師重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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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과세상]존사중도(尊師重道)

  • 승인 2010-04-21 14:12
  • 신문게재 2010-04-22 21면
  • 이응국 주역학자·원광대 교수이응국 주역학자·원광대 교수
공자는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고[學而不厭] 남을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誨人不倦]'하니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교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저 배움은 자신을 기르는 것이요, 가르침은 남을 기르는 것이다. 그러나 가르침 또한 배움의 기초에서 이루어진다. 한 그루의 나무도 뿌리 내린 뒤에 지엽(枝葉)이 무성해 지듯이 배움의 도는 참으로 크다 할 것이다. 사람은 배움을 통해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는 변(卞)땅의 야인(野人)이었으며 자공(子貢)은 위(衛)나라의 장사꾼이었으며 자장(子張)은 말거간꾼이었다 하는데 이들은 배움을 통해서 모두 '뛰어난 선비'가 되었다. 속어에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바로 이 뜻이다. 자신을 기르는 일을 배움이라 할진대, 다름 아닌 몸을 기르고 덕을 기르는 것인바, 배우고 기르는 도를 설명한 것이 바로 주역에서 말하는 몽괘(蒙卦)다. 몽은 '어릴 몽(蒙)'자니 풀초( ) 변에 덮을멱( )자를 쓰고 돼지시(豕)자를 썼다. 돼지는 육축 가운데 가장 험한 곳에 있는 동물로, 돼지가 풀 속에 덮여 있는 모습이다.

어린애가 돼지처럼 험하고 어두운 곳에 처해서 헤치고 나올 줄을 모르는 뜻으로 비유한 것이다. 몽의 이러한 의미에서 어린 아이가 배우는 길을 몽학(蒙學), 또는 몽양(蒙養)이라 하고, 어린애를 개발시키는 뜻에서 계몽(啓蒙) 혹은 발몽(發蒙)이라 했다. 계몽을 위해서는 제약이 필요하므로 질곡(桎梏:족쇄와 수갑)이란 단어도 썼다. 학교(學校)의 '형틀교(校)'자가 또한 이 뜻이다. 선생을 만나지 못한 뜻으로 곤몽(困蒙)이라 하였고, 좋은 스승을 만났다는 뜻으로 동몽(童蒙)이라 하였다. 스스로 자립할 때가 되면 형틀을 부숴야 하므로 격몽(擊蒙)이란 단어도 썼다.

율곡은 이러한 뜻으로 '격몽요결(擊蒙要訣)'을 지었다. 퇴계도 도산서원(陶山書院)의 산기슭을 흐르는 개울물을 몽천(蒙泉)이라 이름지었다. 몽괘의 '산 아래에 물이 나오는 것이 몽이다[山下出泉 蒙]'는 뜻을 취한 것이다. 천(泉)은 '땅위로 갓 나온[白] 샘물[水]'이란 뜻이다. 처음 나온 물이 구덩이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어린애가 무지몽매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야할 바를 알지 못하니 혼몽(昏蒙)의 상이다. 그러나 한 줄기 샘물이 흘러내려 강을 이루고 바다에 이르듯이, 동몽(童蒙)을 잘 길러서 성인(聖人)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몽천'이란 이름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스승의 도가 서게 된다. 천지가 만물을 기르듯이, 내 몸을 길러주는 자는 부모이겠지만 정신을 길러주는 자가 바로 스승이 된다. 스승이 있음으로 해서 나는 몽매함에서 벗어나 밝은 곳, 바른 곳으로 나갈 수 있다. 주역에서는 '어린애를 바르게 길러주는 것이 성인이 될 수 있는 공이라[蒙以養正 聖功也]'했다. 어린애를 잘만 키우면 누구나 다 성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배움은 간절히 구(求)하려는 정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어린 학생이 묻기를 좋아하고[好問] 배우려는[願學] 마음이 없으면 가서 가르쳐도 효과가 없다. '목마른 자가 샘 판다'하지 않았는가? 요즘은 선생이 제자를 찾아다니는 세상이지만 옛 사람들은 선생을 찾아다니며 배우려는 성의가 대단했다. 몽괘에서도 '선생이 학생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선생을 구하는 것이다[匪我求童蒙 童蒙求我]'했으니 천리를 멀리 여기지 않고[不遠千里] 책상자 짊어지고 선생을 따라 다니며[負 從師] 학문의 도를 구했던 것이다. 『논어 술이편』에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자는 열어주지 말고, 말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자는 펴주지 말라.

한 모퉁이를 들어 올렸는데 나머지 세 모퉁이를 알아서 들려하지 않는 자는 다시 가르치지 말라[不憤不啓 不 不發 擧一隅 不以三隅反則不也]'했으니 배우려는 자들을 권면(勸勉)케 하려는 공자의 권도(權道)요 이것이 바로 스승이 제자를 대하는 방도(方道)인 것이다. 옛 글에 '존사중도(尊師重道)'란 말이 있다. 배움의 구하는 도는 스승을 높이고 도를 중시하는 자세에서 가능하다.

세상을 기르려면 스승의 도를 엄정히 세워야 한다. 요즘같이 교원평가제를 실시하려는 즈음에 이 같은 주장은 허공에 메아리치는 격이겠지만, 교사를 평가하는 문제가 과연 급선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스승을 높여야 한다는 이러한 분위기를 국가나 사회가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교육의 성공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주역학자·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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