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영국의 정치 문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영철]영국의 정치 문화

[목요세평]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이념보다 민심을 중시한 정당들-성숙하고 깨끗한 정치문화 표상-역주행 서슴지 않는 우리 현실은?

  • 승인 2010-05-26 23:00
  • 신문게재 2010-05-27 20면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지난 5월 초 영국에서는 총선이 열렸다. 영국에서의 총선은 우리의 총선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총선이 입법부의 구성원들을 뽑는 절차이고, 원칙적으로 국가의 운영주체이자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절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의 운영주체라기 보다 정부의 감시자 역할로서의 의의를 투표장에 가는 국민들은 더욱 많이 고려하는 것 같다.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그러다보니 집권, 통치와 총선은 조금 다르게 생각 되고, 자연스럽게 대통령 선거보다 관심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내각책임제를 채택한 영국에서는 총선에서의 다수당이 집권당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다수당의 리더(우리의 당대표) 국가의 실직적 통치자인 총리(입헌군주제를 채택한 영국에서는 국왕이 국가수반)를 맡게 된다. 그러므로 영국 국민들에게 총선은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와는 사뭇 그 의미가 다르다.

이번 총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지난 수십년간의 총선과는 달랐다. 일단, 1997년 이후 이어져 오던 노동당의 집권이 블레어 시대와 더불어 종말을 맞았다는 것이다. 사실, 제3의 길을 표방하며 수정주의 노선을 걸어왔던 노동당은 보수당과 이념적 차이를 좁혀왔던 차였기에 더욱 영국민들의 선택이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가 짚고 나가야 할 사실은 미국의 민주당이나 우리의 진보적 정당이라고 자칭하는 정당보다 더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보수당과 우경화된 노동당과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일부 언론에서는 '온정적 보수주의'라고 표현하였지만, 실상 영국의 정치는 국민중심주의(노동당/진보)와 개인중심주의(보수당/보수)로 이념적 지표가 갈려 있는 상황이기에 아무런 철학적 기반도 없이 영호남 지역주의 정당들, 이권단체와 같은 자칭 진보를 이야기하는 몇몇 정당들, 무조건적 친미, 친북 정당들과 같은 포괄적 부재를 안고있는 한국의 정당들과는 단순 비교를 하긴 어렵기에 만들어낸 조어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이번 총선은 첫째로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여기에 노동당과 보수당의 차이는 더욱 줄어든 것 같다는 것이 두 번째 특징이었다. 가장 특이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는 100년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제 3당의 부상, 자민당의 등장이다. 자민당은 전체 유효득표의 23%를 차지하여 확고한 지지계층을 확보하였다. 허나, 제도의 낙후성으로 말미암아 23%의 지지 대부분이 사표화가 되었다. 자민당이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보수당과의 연정에 동의를 하면서 세운 조건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이러한 사표방지의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위의 특징으로 결과되어진 이번 영국 총선의 백미는 역시 정부 구성에 대한것이 아니었나 한다. 보수, 노동 양당 누구도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의석을 확보 하지 못하였기에 자민당과의 연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였다. 자민당은 이념상 보수당보다는 노동당과 가치를 공유하는 바가 훨씬 많기에 사실 노동/자민 조합이 일반적으로는 더욱 어울린다고 하겠다. 그러나, 최다수당을 차지한 보수당은 자민당과의 연정에 대한 희망을 강력히 희망하는 표현을 할 뿐, 결코 자민당의 의사를 강요하진 않았다. 여기에 자민당의 리더인 닉 크레그 역시 이념보다는 민의를 왜곡할 수 없다는 의사표명을 하고 보수당에 협상의 우선권을 주었다.

백미는 브라운 총리였다. 총선이 끝나자 마자, 패배를 시인하고 자민당과의 연정에 대한 희망을 버리진 않았으나 협상의 우선권을 최다수당을 차지한 보수당에 양보 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들에겐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영국이 훨씬 중요했다. 그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정치문화였겠으나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고 있는 필자에겐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똑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아마도 정권쟁취로 온갖 추잡한 야합과 더러운 뒷거래가 구국의 결단이라고 행해지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영국이라는 나라의 정치제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제도적 허점이 많다. 물론, 영국 학자들의 대부분은 영국의 제도가 세계에서 가장 후진적 제도라고 이야기 하고 개선되어야 마땅하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누구도 영국의 정치를 후진적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커녕, 가장 모범적 민주주의의 표상으로 칭송한다. 그것은 그들이 1930년대의 롤스로이스를 고치고 수선하며 정도로 운전하는 베스트 드라이버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21세기 최신형 벤츠(법과 제도)를 가지고 역주행을 서슴지 않는 운전자들이다. 승객의 입장에서 어떤 차를 탈 것인가 고민해 볼 문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 오석진號 출범 준비 본격화… 인수위 동부교육청에 마련
  2.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3.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국가유공자 김태진 선생, 기념회 천만원 기탁
  4.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5. 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전…한전 원인 조사 중
  1.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2. [풍경소리] 물의 길을 새기며
  3.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4. [한화에어로 참사] 대표·사업장장 입건… 중대재해·산안법 본격 수사
  5. [편집국에서] 애연가의 권리주장(2)

헤드라인 뉴스


첨단국방·우주·로봇기술 총출동… 대전서 국내 최대 규모 전시

첨단국방·우주·로봇기술 총출동… 대전서 국내 최대 규모 전시

국방과 우주과학, 로봇을 결합한 국내 최대 규모 전시회인 '2026 대한민국 국방산업발전대전'이 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해 11일까지 이어진다. 대전시와 육군교육사령부, 한국국방MICE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행사 개막식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육군참모총장, 육군교육사령관, 육군군수사령관 등 군 주요 인사와 국방부 관계자, 국방 관련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장, 방산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전시회는 대전컨벤션센터 1·2전시장에서 개최돼 '첨단 국방 전시존', '대전방산포럼', '대전 첨단로..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한화그룹 계열 식품기업인 아워홈 용인공장에서도 중대 산업재해성 사고가 발생했다. 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6월 8일 오후 2시 50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워홈 용인2공장 4층 어묵꼬치 포장작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A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오후 3시 25분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자는 의식은 없으나, 심장 박동은 있는 상태"라며 "작년에도..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대전 닭고기 소비자 가격이 1년 새 20%가량 폭등하면서 밥상·외식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복날과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닭과 관련된 식품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에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전체적인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8일 기준 대전 육계 1kg 소비자 가격은 7273원으로, 1년 전 6064원보다 19.9%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6900원으로 7000원선을 위협했으나 7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대전 육계(1kg) 가격은 부산(7824원)과 세종(75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

  •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