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 구청장 낙선자들 모여
“원숭이는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원숭이론’의 진짜 대상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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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용 논설위원 |
이들은 아직도 낙선의 아픔을 달래고 있을 것이다. 낙선하면 집밖에 나가는 것부터가 겁난다고 한다. 그래서 낙선하자마자 외국에 나가 마음을 추스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도 과거 국회의원선거에 지면 일행을 이끌고 일본으로 건너가곤 했다. 박성효 전 시장도 선거가 끝난 뒤 바로 중국에 다녀왔다.
선거에 나가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선 낙선자 심정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다. 염홍철 시장이 자주 언급했던 ‘원숭이론’은 낙선자의 처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염 시장은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사람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는 일본속담을 여러 차례 들려주었다. 그는 낙선자 시절부터 이 말을 인용했다.
웃자고 한 얘기일 뿐, 낙선자 시절의 자신을 비유한 말로 보진 않는다. 웃자고 한 말에 정색하여 받을 이유는 없으나 그게 농조의 비유라 해도 그 의미가 좀 기괴해지고 오해의 소지가 있어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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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원숭이론을 운운하면 공직자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훼손시키는 꼴이다. 원숭이론은 당락(當落)만을 승패의 전부로 볼 때 맞는다. 후보를 선택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더 중요한 건 특정 후보의 '당락'이 아니다. 누가 되든 그가 정말 일을 제대로 잘 할 수 있느냐다.
선거에 이겨 높은 자리를 차지했으나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다. 막대한 공공예산을 수립 집행하고, 수백, 수천 명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게 되었으나 일하는 건 시원찮은 무능한 단체장이라면 이야말로 수치 아닌가?
어떤 후보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중요한 계획이 있는데 낙선하는 바람에 이를 실천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실망감이 크겠지만 그때도 원숭이론은 적합하지 않다. ‘원숭이론’은 벼슬을 얻으려다 실패한 자의 자괴감을 표현하는 데만 적절해 보인다. 원숭이론은 오히려 당선자들이 더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운좋게 당선되어 벼슬자리를 차지하였으나 무능하여 아무 업적도 없이 물러난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도 선거에서 떨어져 물러난 사람의 처량함이란 어쩔 수 없다. 벼슬에서 물러난 사람의 심정은 고금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변계량(1369~1430)이 벼슬에서 물러나며 읊은 심정이 이날 모인 사람들의 생각과 꽤 닮았을 것이다.
"병든 이 몸 진흙길을 쏘다닐 게 뭐 있나 / 정말로 인간 세상 천박한 장부였네 / 원숭이 학들이 원망한 지 오래니 / 초야의 사람들과 즐길 때도 되었구나 / 여전히 남산[궁궐]이 그리워서 돌아보니 / 흘러간 명예 하찮기 그지없네."
박성효 시장에겐 대전시청사가, 낙선 구청장들에겐 각각의 구청사가 변계량의 남산일 것이다. 시장과 구청장 낙선자들은 늙어서 물러난 게 아니므로 또다시 ‘남산’에 오르려는 사람들이다. 기회가 되면 ‘대전의 남산’이든 금배지를 달 수 있는 ‘여의도’든 다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한번 떨어져본 사람은 당선만이 전부라고 여긴다. 벼슬을 하다 잃은 사람은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현직 단체장의 훼방꾼이 되는 방법으로 재기하려 하지는 말아야 한다. 재기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런 사람이 ‘원숭이론’의 진짜 당사자라고 나는 본다./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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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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