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은 아래가 볼록하고 위가 들어가 있다. 볼록 솟아난 아래짝은 양(陽), 오목하게 들어간 위짝은 음(陰)을 상징한다. 꼭 천지(天地)가 뒤바뀌어진 모습이다. 음양의 두 짝이 맞물려 있어서 그 위에 곡물 등을 넣고, 손잡이를 잡고서 돌리면 가루가 되어 나온다. 『周易』에 태괘(泰卦)가 바로 맷돌의 상이다.
태괘는 땅을 형상한 곤괘(坤卦: )가 위에 있고, 하늘을 형상한 건괘(乾卦: )가 아래에 있어서 읽기를 '지천태(地天泰)'라 한다. 본래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는데 '지천'이라 하니 다름 아닌 천지(天地)가 사귀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귀기 때문에 태는 '통(通)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경복궁 뒤에 교태전(交泰殿)이 있다. 태괘(泰卦)의 '천지가 사귄 것이 태다[天地交가 泰라]'라는 '교태(交泰)'의 글에서 따왔다.
왕과 왕비가 잠자리를 같이하는 곳인데, 교태전에는 유독 용마루가 없다. 용은 천자를 상징하는데 지금 용이 방 안에 있으니 지붕 위에 있을 리가 없다는 뜻이다. 건은 아버지가 되고 곤은 어머니가 되니 교태전은 만백성의 부모가 되는 왕과 왕비가 소통하는 곳으로 말한 것이다.
남녀가 소통한다는 의미로 파자하면, 태(泰)는 +人+水의 합성어다. 땅 속에 건(乾)의 물(物)이 담겨 있어서, 천지가 사귀어 물(水)이 생하고 물로써 사람(人)이 땅위로 솟아 나오는 모습이다. 하늘 기운이 아래로 내려오고 땅 기운이 위로 올라가서 두 기운이 합함으로 만물이 생하는 것처럼, 사람 역시 부정모혈(父精母血)로 태(胎)속에서 태어난다.
은근히 살펴보니 사람의 신체모양도 태괘의 상이다. 어머니 몸 안에 있을 때에는 10개의 구멍으로 인체가 형성되지만, 출산하면서 부터는 배꼽이 막히고 9구멍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을 '구규지신(九竅之身)'이라 말한다. 눈 둘, 콧구멍 둘, 귓구멍 둘로 곤괘( )를 닮았고, 입 하나. 생식기 각각 하나씩으로 하여 건괘( )를 닮았다. 영락없는 태괘의 모습이요, 부모가 교태해서 자식을 낳는 이치다.
태어나는 뜻 이외에, 인체 역시 음이 위에 있고 양이 아래에 있으므로 기혈이 순환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천지의 순환하는 원리와 똑같다. 이래서 인체를 소우주(小宇宙)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가 되면 어떨까? 강한 것(양)이 위에 있고 약한 것(음)이 아래에 있으면 소통이 되질 않는다. 주역에서는 이를 천지비괘(天地否卦)라 한다. '비색하다'는 뜻이요 태괘와는 반대의 뜻이다.
초목이 자라는 모습으로 비유해 보자. 초목은 아래의 줄기 부분은 딱딱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부드럽다. 이래야 초목이 성장할 수 있다. 만약에 위가 딱딱해지면 그 나무는 머지않아 죽게 될 것이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은 태괘의 상이요 외강내유는 비괘의 상이라 할 수 있다. 말하는 모습이며 벌써 자세가 딱딱하면 필경 죽음의 길로 가는 사람이요 언행이 부드럽고 늘 겸손하면 이 사람은 사는 길로 나가는 사람이다. 죽을지 살지를 척 보면 알 수 있다.
세상 이치가 모두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사회인들 예외가 될까? 윗사람이 강하고 교만하며, 아랫사람이 약하고 순종만 하면 이 사회는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가 강하고 국민이 약하면 이 정부는 필경 오래가지 못한다. 모두가 소통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살고 죽는 이치가 나오는 것이다./주역학자·홍역사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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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국 주역학자·홍역사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