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용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
그런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엄마중심의 육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육아휴직의 약 6%정도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남성 육아휴직이 대체로 20%를 넘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낮은 편이지만 매우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노르웨이는 총 11개월의 육아휴직 기간 중에서 6주는 아빠가 반드시 하도록 강제 할당을 하고 있고, 스웨덴은 아빠의 육아휴직만큼 전체 육아휴직기간을 연장해주도록 하고 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딸을 출산하면서 52조원을 사회에 기부하고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기간을 1개월에서 4개월로 연장하겠다고 했다.
이미 요리, 세탁, 미용, 간호 등 전통적으로 여성이 전담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영역들에서 경계가 허물어졌다. 어찌 보면 거의 마지막 남은 여성의 전담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육아의 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최근에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도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 육아휴직을 하면서 상사나 동료로부터 '또라이', '별종' 등의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남성 직장인들의 고백이 많다. 일본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일본 공무원으로서 2004년에 육아휴직을 했던 야마다 마사토는 육아를 하면서 겪은 1년간의 일들을 일기형식으로 남겼다. 그는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승진 포기한 거야?”, “회사에서 잘린 거야?” 이런 비아냥거림을 들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외로움과 당혹감에 힘들었던 적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육아는 아이와 아내의 세상을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매일매일 가슴 벅찬 감동과 새로운 발견을 하는 기회였다면서 육아아빠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좀 더 따뜻해지기를 바란다는 충언으로 책을 마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초저출산 상황을 그대로 두면 국가의 미래가 어둡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도 우리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데에 인색하다. 자녀를 더 낳도록 하기 위해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여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남성의 육아휴직에 유리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2001년에 발간된 보육학사전에서 육아휴직은 '여성근로자가 출산 후 아기를 기르기 위해 일정한 기간 동안 그 직을 떠나는 일'이라고 정의하였지만 최근에는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신청, 사용하는 휴직(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고 함으로써 근로여성뿐만 아니라 근로남성도 육아휴직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구나 재작년부터는 '아빠의 달'을 만들어서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고, '아빠의 달'을 활용한 남성 육아휴직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소기의 성과도 거두고 있다. 문제는 좋은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근로자 개개인의 역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업무풍토가 바뀌지 않는다면 숙련된 인력의 공백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가는 사람은 물론 육아휴직자를 동료로 둔 근로자도 마음 편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혀야만 아빠의 육아휴직은 더 확산될 수 있다. 우선 생각을 바꾸고, 생각에 맞추어 전체적인 직장분위기를 바꾸어보자.
필자부터 생각을 바꾸었다. 자녀의 양육에 꼭 필요해서 휴직을 한다면 엄마나 아빠 둘 중에 아무나 선택해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아빠들이여, 육아휴직을 과감하게 해보시라.
이상용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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