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민물과 바다 만나는 곳 '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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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민물과 바다 만나는 곳 '서천'

금강이면서 서해이기도 한 두 세상이 공존하는 곳 오랜 친구를 마주한 듯 익숙함과 반가움 느껴

  • 승인 2016-12-01 12:07
  • 신문게재 2016-12-02 9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주말여행] '철새의 마을' 서천 금강하구언과 조류생태전시관

▲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제공
▲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제공
철새를 만나기로 한 건 처음 생각한 여행 계획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기 때문이지만 결과적으로 잠시나마 추억을 떠올릴 기회가 됐다.

11월 달력을 넘기기 직전에 목도리를 두르고 서천을 향해 대전을 떠났다.

오늘 향하는 서천 금강하구언은 내륙이면서 바다이기도 한 그리고 금강이면서 서해이기도 한 곳이다.

바닷바람이 수월찮게 부는 겨울 이맘때쯤이면 철새가 날개를 잠시 접고 내려앉는 모습, 너무나 익숙하지만, 사회인이 되어서는 못 보던 풍경을 마주할 참이다.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낸 고향 서천을 여행취재를 핑계 삼아 찾아갔다.

논산을 거쳐 강경을 향하는 중에 이미 머릿속에는 금강의 아가리와 서해가 마주하는 하구언을 떠올렸다.

굽이굽이 얼마나 먼 길을 흘러왔는지 가늠할 수 없는 금강의 줄기가 역시 가늠할 수 없는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반대로 하루 두 번씩 부풀어오른 바닷물은 강을 거슬러 올라 중력을 근래까지 역행했다.

▲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제공
▲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제공
민물과 짠물이 뒤섞여 수온이 바뀌고 염도가 변화한 기수구역을 이루던 곳을 지금은 하굿둑이라는 제방이 막아섰다.

부모님의 기억으로는 밤낮으로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먼 마을까지 들리더니 어느날 수문을 여러 개 단 하굿둑이 완성됐단다.

지금은 그 하굿둑을 통해 전북 군산을 오가고 호남선 기차가 철컥거리며 오가는 통로가 됐지만, 금강과 서해의 뒤엉키던 통로는 반대로 사라졌고 단절됐다.

이제는 하굿둑의 안쪽은 민물이 모인 잔잔한 호수이고 바깥쪽은 간조때 펄이 드러나는 바다의 모습을 지닌 두 세계가 됐다.

하굿둑이 완성돼 조류의 세기와 흐름이 바뀌어 20여 년이 흐르면서 흙이 쌓여 전에 없던 섬이 만들어지며 지금의 하구언이 됐다.

▲ 임병안 기자
▲ 임병안 기자
차를 몰아 서천을 향하는 길도 20여년 전 학업을 이유로 대전에 머물 때 부모님이 계신 서천에 고속버스로 수시로 오가던 길을 이용해 서천 화양 조류생태전시관에 도착했다.

머리 위로 청둥오리가 화살표 모양의 무리를 이뤄 날아가는 모습이 철새의 마을이자 고향에 도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천군 조류생태관은 금강하구언에 마련된 실내형 탐조시설인데 철새와 주변에 대한 공부할 수 있는 곳(2층)과 망원경으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3층)으로 구성됐다.

창문 넘어 금강에 내려앉은 철새를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게 눈앞에서 직접 마주하는 것보다 성에 안 찰 수 있지만, 조류독감 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면 실내관측이 적절한 대안이었다.

시베리아 일대의 맹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철새들은 금강하구언의 습지에서 날개를 접고 먹이활동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

'기룩기룩' 철새 중에 가장 수다쟁이인 청둥오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흰 깃털에 긴 부리를 지닌 큰고니, 주걱 같은 부리로 식물 뿌리를 파먹는 개리까지 잊지 않고 찾아왔다.

▲ 임병안 기자
▲ 임병안 기자
조류생태관 망원경으로 바라본 철새는 수면에 앉은 듯 헤엄치며 부리를 계속 주억거리거나 날개를 퍼덕대는 게 방금 도착한 것인지 다시금 떠나려는 것인지 짐작되지 않았다.

조류생태관의 설명에 따르면 금강하구언에는 매년 겨울 멸종위기 종인 큰고니, 수리부엉이, 가창오리, 흰목물떼새 등이 찾아오고 있다.

장항읍 앞바다 유부도에는 철새의 터줏대감 격인 검은머리물떼새가 사람을 피해 월동하고 있으나 찾아갈 배편이 없어 조류관의 영상물로 이해를 대신했다.

이번 여행취재를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지만, 가을 추수를 끝낸 논에 볏짚과 무논은 먼 길을 날아온 오리와 기러기류에 먹이를 제공하고 휴식처가 되는 습지가 된다고 한다.

가을 추수잔치가 끝나고 농부의 발길도 끊긴 썰렁한 논에 겨울마다 청둥오리가 내려앉아 볏짚을 헤집고 밤을 보내던 모습이 문뜩 떠올랐다.

청둥오리는 할 얘기가 많은지 무리를 이뤄 날아갈 때도'기룩기룩'울음소리가 집 안에서도 들렸고, 친구들과 철새를 잡아보겠다고 눈 덮인 논으로 나섰다 허탕만치고 돌아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았다.

다시 관측 망원경을 가다듬어 금강하구언도 철새를 한창 바라봤다.

금강의 종착지에서 머물며 강의 수서생물을 먹고 무논에 내려앉아 뿌리를 캐어 먹거나 다시 하굿둑을 건너 갯벌에서 갯지렁이를 쪼아 먹는다.

내륙과 바다, 민물과 짠물이 단절된 곳에서 철새가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한다.

▲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제공
▲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제공
이때문에 하굿둑 안쪽 호수에는 물갈퀴가 달린 큰기러기, 큰고니, 흰뺨검둥오리 등이 주로 관찰되고 갯벌이 있는 바깥쪽에는 수영을 못하는 도요새, 물떼새 등이 서식한다고도 한다. 돌아오는 길에 논을 거치는 농경지로 차를 몰았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던 겨울 논에 청둥오리떼는 쉽게 보이지 않았고 대신 시멘트로 잘 닦인 길과 수로가 눈에 들어왔다.

또 소먹이를 주기 위해 논에서 긁어모은 짚 더미가 차곡 쌓인 곳도 있었다.

해질녘 뛰어난 군무를 보여주는 가창오리가 3년째 금강하구언에 오지 않고 있다는 군의 관계자 설명에 씁쓸함이 몰려왔다.

서천군 자연생태관 담당자는 “가창오리가 시베리아 겨울을 피해 남하할 때 서천 하구언을 찾지 않은 지 3년쯤 됐습니다”며 “철새도래지 보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변화가 있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고 설명했다.

글=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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