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하지만,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명품 하늘은 최근 미세먼지로 비상이다. 이제는 계절과 관계없이 일 년 내내 미세먼지로 인한 경고 방송이 날씨예보와 함께 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 먼지가 뒤덮더니 다음 날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맑은 하늘을 보여준다. 이젠 눈이 내려도 반갑지만은 않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지난해에 내린 함박눈의 산성도는 pH 4.2로 신김치 수준이며 깨끗한 눈의 산성도보다 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섞인 탓이다. 희뿌연 대기 속에는 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유해성분과 함께 카드뮴, 납과 같은 중금속이 섞여 있다. 이는 자동차 매연, 화석 연료를 이용하는 난방기구, 공장 가동을 할 때에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왜 최근에 많이 나타나는 걸까?
이는 중국의 산업화 탓인 석탄 사용량의 급증과 연관이 있다. 현재 중국의 석탄 의존율은 7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겨울에는 석탄 사용량이 더 늘고 미세먼지 농도도 짙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세먼지가 서풍이나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와 오염물질과 합쳐지고 축적되면서 뿌연 하늘을 만드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풍이나 북서풍이 불 때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4.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인 것을 말한다. 머리카락의 두께는 70마이크로미터 정도이다. 이를 8분의 1 정도로 나눠야 미세먼지 크기가 된다. 미세먼지는 코,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에 그대로 축적된다. 기관지에 쌓이면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고 또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어서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이보다 더 작은 2.5μm 이하인 것을 초미세먼지라 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기관지 점막이나 섬모 운동에 완벽히 걸러지지 않고 직접 혈관에까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건강상 문제를 유발한다.
먼저 피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가 모공을 막아 여드름이나 뾰루지 같은 피부 염증을 유발하고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결막염 환자에서는 미세먼지가 코와 눈 점막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킨다. 또한, 두피에도 영향을 주는데 모낭 세포의 활동력을 떨어뜨려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쉽게 부러지는 등의 악영향이 나타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0μg/ 증가할 때 호흡기 질환 입원환자 수가 1.06% 늘었으며, 특히 65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8.84%나 증가했다. 심 뇌혈관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수도 전체연령에서 1.18% 늘고, 65세 이상에서는 2.19%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미세먼지 증가는 협심증,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작은 탓에 직접 혈관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혈관 손상을 가져와 협심증, 뇌졸중의 위험을 높인다. 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5μg/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18% 증가했다. 미세먼지 농도도 10μg/ 늘어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22%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사망의 확률도 증가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연구팀이 서유럽 13개국 36만 7000명의 건강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5μg/m3 증가할 때마다 조기사망 확률이 7%씩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미국암학회 발표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0μg/ 증가하면 심혈관 질환과 호흡기 질환자의 사망률이 12%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중국에서 넘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줄여야 한다.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자동차 운행 제한이나 배기가스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의 행정적 방법을 동원해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건강법은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엔 황사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눈이나 비는 직접 맞지 않는 것이 좋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깨끗이 씻어야 한다. 특히 두피에도 미세먼지가 쌓일 수 있기 때문에 머리도 바로 감는 것이 좋다. 눈이나 코가 가려울 때는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과 식염수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은 미세먼지 배출에 큰 도움이 된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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