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상]줄탁동시의 지혜를 배우자

  • 오피니언
  • 아침세상

[아침세상]줄탁동시의 지혜를 배우자

  • 승인 2017-01-01 11:41
  • 신문게재 2017-01-02 30면
  • 최교진 세종교육감최교진 세종교육감
▲ 최교진 세종교육감
▲ 최교진 세종교육감
새로운 희망을 품고 2017년 새해가 밝았다. 따뜻한 빛이 온 세상 구석구석 고르게 비추고 독자 여러분 모두 행복한 웃음이 꽃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2017년은 정유년 닭의 해이다.

예로부터 새벽녘 먼동이 터올 무렵부터 힘찬 울음으로 새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알리는 닭은 좋은 소식을 전하는 길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닭의 해를 맞이해 기쁘고 좋은 소식이 한가득 전해졌으면 좋겠다.

요즈음 닭이 큰 수난을 당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수천만마리가 도살처분되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부의 늑장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양계 농가의 어려움에 마음이 아프다.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이 사람들이 지나친 탐욕으로 공장식 대량 사육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라 닭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든다. 이번 일이 동물복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키운 닭과 달걀이 우리 몸에도 좋다고 한다.

시골에서 자연스럽게 닭을 놓아 기르는 친구가 있어 닭의 이모저모를 듣게 되었다. 닭의 수명이 30~40년이나 된다는 이야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흔히 지혜롭지 못한 사람들을 놀리며 '닭ㅇㅇㅇ'라고 하지만 실제로 닭은 생각보다 매우 지혜롭다는 것이다. 대철학자인 도올 김용옥 선생님 조차 '계림수필'에서도 닭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으셨다니 친구의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친구는 교육과 관련해 닭에게 배울 점을 말해 주었는데 참으로 새겨 볼만한 이야기다.

닭은 알이 부화하기까지 20일쯤의 기간을 먹고 마시지도 않고 꼼짝 않고 소중히 품어 준다. 자식이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지극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야 우리네 엄마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요즈음 세태를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지나치게 일찍 아이를 품에서 떼어 내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서와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는 엄마 품에서 자라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뜻한 품을 느끼며 자란 아이가 세상에 따뜻함을 보태 줄 수 있다. 엄마가 품어 기를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와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모든 생명의 탄생이 경이롭지만, 달걀이 부화하는 모습은 정말로 신비하고 아름답다. 어미 닭의 품에서 따뜻한 돌봄을 받으며 자란 병아리가 '삐약삐약' 가녀린 울음과 함께 껍질을 쪼아 '탁탁'하는 소리를 낸다. 이 소리를 기다려 온 어미 닭은 병아리가 쪼는 곳을 밖에서 함께 쪼아 준다. 이렇게 병아리가 안에서 하는 짓을 '줄'이라 하고, 밖에서 어미 닭이 함께 쪼는 것을 '탁'이라 하는데 '줄'과 '탁'이 같이 일어나는 것을 '줄탁동시'라고 한다. 그런데 어미 닭은 결코 힘주어 껍질을 깨뜨리지 않는다. 어미 닭이 크고 힘센 부리로 한 번만 내리 쪼면 껍질은 단번에 깨어질 테지만 어미 닭은 그저 병아리가 쪼는 것에 맞장구만 쳐 줄 뿐이다. 그래서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어떻게 보면 답답하게 보이는 이 시간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병아리가 20일을 보낸 알 속과 바깥은 공기도 다르고 온도도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깨어지는 틈새로 천천히 바깥 공기가 스며들게 되며, 병아리는 그 시간 동안 바깥 세계에 적응하며 살아갈 힘을 키우는 것이다. 이 시간을 주지 않고 껍질을 빨리 깨 버리면 병아리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 버린다.

여기서 우리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줄탁동시'의 가장 큰 가르침은 '기다림'이다. 부모와 교사는 자식과 학생이 스스로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마음으로 응원하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급한 마음으로 지나친 간섭과 도움을 주게 되면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울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잃게 하는 것이다.

'헬리콥터 맘'과 같은 말이 유행하는 요즈음 세태에 새겨 보아야 할 이야기다.

어미 닭이 병아리가 온전히 세상에 나오도록 마주 보며 응원하고 스스로 힘으로 껍질을 깨도록 기다려 주는 아름다운 모습. 닭의 해에 어미 닭과 병아리가 가르쳐 주는 '줄탁동시'의 지혜를 배워보자.

최교진 세종교육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고추 병해충 방제 '골든타임'…예찰·방제 당부
  2. [기자수첩] 법원 앞에서 외치는 정치, 법정 안에서 판단할 사안
  3. 대전중수청 세종 개청에 지역 충격… 이전 계획은 아직 미정
  4. 천안시, 천흥2일반산단 승인·고시…북부권 첨단산업 클러스터 본격화
  5. '송영길 후보' 승부수, "행정수도특별법 당론 통과" 확약
  1. 아산시, 초사동회전교차로 설치공사 조기 완료 박차
  2. 경주 해파랑길, 걷기 장소로 인기
  3. 세종교육청 '교육문화원', 조치원 핫플레이스 가능성 확인
  4. 세종시 거점 '충청 정보보호 클러스터' 개소… "수도권 산업 분산"
  5. 하나은행 '대덕테크노밸리금융센터지점' 이전 개점식 열고 본격 출발

헤드라인 뉴스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 충남도-기아㈜-해수부 손잡아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 충남도-기아㈜-해수부 손잡아

충남도는 28일 서울 그랜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해양수산부, 서천군, 기아(주), 해양환경공단, 한국해양재단과 함께 '민관협력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사업' 추진을 위한 6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박수현 지사를 비롯해 황종우 해수부 장관, 유승광 서천군수, 송호성 기아(주) 대표이사, 강용석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김양수 한국해양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블루카본은 해양·연안 생태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해양 퇴적물·생물체 등에 저장하는 탄소다. 이번 사업은 기아(주) 사회공헌(ESG) 사업 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총력전…박수현 지사, 기후부 장관에 지원 요청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총력전…박수현 지사, 기후부 장관에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가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와 함께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 공공기관 충남 유치를 위한 대정부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지사는 28일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만나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충남 설치 ▲기후부 소관 공공기관 충남혁신도시 일괄 이전 ▲태안화력 2호기 폐지 일정 한시 연장 등을 건의했다. 이번 면담은 이달 20일 국회에서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위원장과 이소영 여당 간사를 만나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필요성을 설명한 데 이어 마련된 것으로, 도는..

코스피 장중 6000선도 내줬다... 10% 이상 폭락에 개미들 `패닉`
코스피 장중 6000선도 내줬다... 10% 이상 폭락에 개미들 '패닉'

코스피가 장중 6000선을 내주며 10% 이상 폭락하는 등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크까지 발동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과 여느 종목할 것 없이 내림세가 이어지며 코스피 '1만피'을 외치던 개인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하며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32.12(-10.84%) 하락한 6023.66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6400.27로 개장했으나, 한때 5992.91로 -11.29%까지 밀리면서 6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 여름방학에 배우는 사자소학 여름방학에 배우는 사자소학

  • ‘덥다 더워’…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 ‘덥다 더워’…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