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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와 향기만 주고서 ~ 차갑게 변해버린 사랑의 카멜레온 ~ 설익은 가슴을 가슴을 젖어놓고 ~ 떠나갈래 카멜레온 ~ 카멜레온 카멜레온 나의 사랑 사랑의 카멜레온 ~”
탤런트와 영화배우까지 겸하고 있는 박영규의 <카멜레온>이다. 카멜레온(Chameleon)은 카멜레온과에 속하는 도마뱀류의 총칭이다. 이 녀석은 긴 혀로 먹이를 잡아먹으며 몸의 빛깔을 자유롭게 바꾸는 것이 큰 특징이다.
그래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인물을 일컬어 “그는 마치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라고 흉보기도 한다. 최근 모 유명브랜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여 급기야 정부까지 나섰다.
정부는 일부 치킨 전문점 메이커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핑계로 가격을 올리려 한다면서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 14일 딱히 치킨 가격을 올릴 이유가 없는데도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가격을 올릴 경우 부당이득을 취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응에 해당업체는 불만인 반면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치킨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싼 때문이다. 물론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닭의 육계 산지가격에다 도축 비용과 운송비, 관리비와 매장의 이익 보전 등이 추가되기에 프라이드 치킨 1마리 가격이 2만 원에 육박하게 되는 거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주장이 이율배반적인 것은 육계의 산지 가격이 내렸을 때는 정작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그 가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금 한 마리라도 더 팔고자 하는 의도에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광고에 톱스타들을 고용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허나 이는 고스란히 치킨 가격의 인상요인으로 흡수되고 있다. 즉 톱스타들을 보는 값이 닭을 먹는 값에 포함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그때그때 가격과 상술(商術)의 방법까지 자유롭게 바꾸는 어떤 이중 잣대란 느낌이다.
마음이 허전할 때 퇴근길에 찾는 곳 중에 중앙시장 안의 모 치킨집이 있다. 여기선 프라이드 치킨이든 양념이든 심지어 전기구이 통닭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1마리에 고작 6천 원이다. 따라서 3천 원을 받는 소주까지 한 병을 곁들여도 1만 원이면 ‘북치고 장구까지 칠 수’ 있다.
올해 초 계란 가격이 30개들이 한판에 1만원까지 급등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간 적이 있었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하자 정부에서는 가격안정을 위해 미국 등지에서 계란을 수입했다.
덕분에 계란 가격이 안정기조로 선회했다. 뿐만 아니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사재기를 해뒀던 중간업자들까지 숨겼던 계란을 시장에 풀면서 가격은 더욱 내려갔다. 특별하고 특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요즘 장사가 잘된다고 하는 이를 못 봤다.
이러한 때 가격까지 올린다손 치면 가뜩이나 없는 손님은 ‘더욱 가뭄’으로 직행하기 마련이다. 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도 비싸다고 아우성인 치킨 가격의 인상은 자칫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kles)처럼 더욱 심각한 불황을 자초할 수 있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치킨 사랑 마니아들조차 차갑게 변해버린 카멜레온처럼 더욱 변절하여 떠나가는 건 시간문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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