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 '엄마. 나야'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 '엄마. 나야'

  • 승인 2017-04-13 14:24
  • 신문게재 2017-04-14 12면
  • 염은경 유성구 평생학습원 사서염은경 유성구 평생학습원 사서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 엄마. 나야. / 곽수인 외 33명 / 난다 / 2015
▲ 엄마. 나야. / 곽수인 외 33명 / 난다 / 2015
아직 채 피지도 못한 수 백명의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 며칠 후면 세월호가 침몰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2014년 4월 16일. 너무도 따뜻했고 더없이 평범한 하루를 시작했던 그 날. 나는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 출근하고 커피를 마시고 일상적인 업무를 시작하려는 그 순간, 누군가 갑자기 TV를 틀었고 뉴스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속보로 방송되고 있었다.

모든 국민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희생자 없이 전원 구조되기를 기도하며 방송을 지켜보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희생자 304명, 미수습자 9명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남긴 채 세월호는 차디찬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고 온 나라가 슬픔과 절망과 분노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진실도 밝혀지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현재 진행형인 상태로 세월호 참사는 3주기를 맞이하게 된다. 여전히 방송에서는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한 다양한 특집 방송들이 방영되고 있으며, 책, 영화, 음악 등 세월호와 관련된 많은 콘텐츠들이 시중에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도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배 안에 남아있다 무참히 희생당한 아이들을 잊지 않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부산물이다.

2017년 3월 23일, 1073일 만에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른 날. 드디어 나는 멀리서 바라만 보던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제목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져 차마 읽을 수가 없었던 책.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먼저 떠난 친구들이 하늘에서 자신의 생일날 가족의 곁으로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명의 시인이 한 명의 단원고 학생이 되어 아이의 목소리를 시라는 형식을 빌려 담아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되어야 할 자식의 생일날, 자신보다 먼저 떠난 자식을 가슴에 묻고 떠나보낼 수 없는 부모님의 마음을 어떻게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등장하는 ‘엄마’라는 단어를 볼 때 마다 이제 여섯 살 된 나의 아이가 시시때때로 부르는 ‘엄마, 엄마’가 생각났고, 아이가 불러주는 ‘엄마’ 소리가 얼마나 애틋하고 고마운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먹먹해지는 가슴을 앉고 끝까지 책을 읽으며 마지막으로 꽃처럼 어여쁘던 아이들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본다.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그리고 나서 아이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하게 된다. 남겨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저 아이들을 잊지 않는 것, 그 것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니 일상에 젖어 서서히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나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면이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왜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 아이들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이들을 기억해야 하느냐고.

잊지 않는 사람들, 기억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월호가 인양되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을 볼 때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느끼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또 이러한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월호 참사와 그 희생자들이 기억되어야 한다는 게 내 이유이다.


엄마와 아빠와 누나와 친구들이 나를 기억해주는 동안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사랑하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바람으로 다가가고 별빛으로 반짝이며 있을게요.

엄마가 제 가슴에 새겨준 문자처럼 사랑해요 많이많이 사랑해요.

내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말

엄마, 아빠, 누나 사랑해요.

<그리운 목소리로 건계가 말하고, 시인 도종환이 받아 적다>


염은경 유성구 평생학습원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안 최종 부결
  2. '1대 5만' 국가기본지질도 완성…지질자원연구원 "광물과 지층에 대한 보물지도"
  3. KH한국건강관리협회, 어르신 체육대회서 건강캠페인 펼쳐
  4. 4극3특 지역맞춤 R&D 본격 착수…충청권 "연구와 실증·제조 연계 선순환 목표"
  5. 대전 국악 진흥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1. [독자제보] 공공기관은 지역에 있는데 체육시설은 ‘문턱’… "시민 개방기준 필요해"
  2. 알테오젠, 유성 둔곡 생산라인 통해 의약품생산 자립 추진
  3. [인터뷰]서영식 충남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4. [날씨] 충청권 낮 최고 27도… 주말에도 큰 일교차
  5. 명절 앞두고 전통시장·백화점서 연달아 화재…화재 예방 ‘각별한 주의’

헤드라인 뉴스


4극3특 지역맞춤 R&D 착수…충청권 "연구와 실증·제조 연계 선순환 목표"

4극3특 지역맞춤 R&D 착수…충청권 "연구와 실증·제조 연계 선순환 목표"

"국가R&D의 대전과 실증 및 스마트도시의 세종 그리고 제조역량과 첨단모빌리티의 충남·충북까지 충청권은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절되어 있는 구조를 보완해 이를 연계해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일 개최한 '4극3특 지역 자율 R&D 사업 출범식'에서 대전·세종·충북·충남의 중부권역사업단장을 맡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경수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KAIST에서 개최된 지역 자율 R&D(연구개발) 사업 출범식은 지역이 주도적으로 R&D를 기획하고 권역의 혁신주체들이..

대덕구 당정, 지역현안 해결 `한뜻`…국·시비 확보 총력
대덕구 당정, 지역현안 해결 '한뜻'…국·시비 확보 총력

대전 대덕구는 더불어민주당 대덕구지역위원회와 당정협의회를 열고 주요 현안과 지역발전과제를 논의하며 내년도 국·시비 확보를 위한 당정 공조에 뜻을 모았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협의회에는 김찬술 대덕구청장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대덕구지역위원장, 김기흥·박은희 대전시의원, 이삼남·정창희·서미경·정미선 대덕구의원, 대덕구지역위원회 부문별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구는 내년도 국·시비 확보가 필요한 주요 현안사업 10건을 보고하고, 사업비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주요 사..

미래대응기금에 지방재정 `비상`… 교부세 감소 우려 확산
미래대응기금에 지방재정 '비상'… 교부세 감소 우려 확산

이재명 정부가 내년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지방재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국세에서 일정액을 먼저 떼어낸 뒤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자주 재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충청권 등 전국 시도는 재정 자율성 훼손을 걱정하며 공동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다. 10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지난달 정부는 반도체 추가 세수 등에 따른 재원으로 내년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청년과 국가 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