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갑질과 리더십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갑질과 리더십

  • 승인 2017-08-22 11:08
  • 신문게재 2017-08-23 22면
▲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근 신문 방송에 갑질이 큰 화제를 만들며 주목을 받았다. 갑질은 을과의 관계에서 압력을 가하거나 힘을 써 관계를 이용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갑을 관계에서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주민의 횡포에 대한 보도가 나간 이후로 몇몇 프랜차이즈 회사의 가맹점에 대한 갑질과 군부대 장성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해외 외교관의 재외공관 갑질, 제약사 대표의 운전기사 갑질 논란까지 너무 많은 ‘갑’들의 잘못된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모 제약사 대표가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해서 구속 위기에까지 갔던 보도가 얼마 전 이야기이다. 제약사 대표는 무슨 이유로 자동차 운전이 주 업무인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하였을까?

갑질을 다르게 풀어보면 분노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분노는 왜 무엇때문에 나타나고 누가 많이 표현할까? 분노는 상대방에게 부당하거나 잘못된 대우를 받고 있을 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1994년 독일의 심리학자 월보트가 37개국의 대학생 2921명을 대상으로 감정을 느끼는 상황 연구를 한 결과 분노 감정은 대부분 타인에 의해 고의적으로 유발된 공정하지 못한 상황을 겪으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는 ‘화를 내도 나는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와 반대인 상황으로 상대방이 나보다 힘이 센 사람이거나 권력이 월등이 큰 경우엔 분노보다 두려움을 더 느낀다.

호주 심리학자 피트니스가 2000년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화가 난 이유를 확인한 결과 다섯 가지 큰 이유가 확인됐다. 가장 큰 이유는 잘못한 것도 없이 부당하게 대접을 받은 경우였고 다음으로 거짓말과 같은 부도덕한 행동을 보았을 때였고, 세 번째는 스스로의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네 번째로는 자신이 존중 받지 못하고 있을 때였으며, 마지막으로 공개적인 모욕을 당했을 때로 나타났다.

이런 화나 분노의 표현은 나와 상대방의 서열이 영향을 주었는데, 화나게 만든 사람이 부하일 경우 71%가 분노 표현을 하였고, 동료는 58%, 상사인 경우는 45%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갑질로 대변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권력의 맛에 길들여진 행태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은 권력을 좋아한다. 아니 권력이 주는 단맛을 좋아한다. 작은 권력이든, 큰 권력이든 휘둘러야 사는 맛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권력은 ‘끗발’에서 나온다. 군대는 계급이 끗발이다.

사회는 끗발이 센 검찰, 국정원, 국세청, 언론 등이 그런 곳에 들어간다. 이미 언론에 확인된 여러 갑질도 있지만 공공기관의 갑질, 공무원의 갑질도 예외는 없다. 얼마나 힘들고 문제를 일으켰으면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됐다.

뇌물과 청탁, 아부 등에 의한 폐단을 막아보려는 시도이다.

어떻게 서열 문화의 폐단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확인된 갑질 사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해당 직원들모두 한동안 참고 견디다 간신히 용기를 냈다는 점이다. 아직도 현장에서 침묵하며 고통 받고 있는 직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회사와 직원은 계약 관계이다. 직원은 노동의 대가로 떳떳한 보상을 받는다. 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다해야 하고, 회사는 직원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의 책임이 있다.

회사라는 조직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 순탄하게 굴러 가지만은 않는다.

당연히 서로 믿고 존경하여야 한다. 회사에서는 직급의 차이는 있지만, 일의 차이는 없다.

제도나 원칙에 예외가 있으면 기강이 무너지고 화, 분노가 발생한다.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이런 분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전적 의미로는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말한다. 지도자는 이끌고 나가야할 조직의 문제점과 현황을 파악하고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자리이다. 구성원을 향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라고 준 완장이 아니다. 안하무인인 지도자는 그 어디에도 필요하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엄청난 변화가 진행중이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이 탈 권위와 소통으로 변하면서 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들은 위정자들에게 진심으로 바란다. 지속적이고 변함없는 리더십으로 권위와 서열 문화가 만들어낸 갑질을 확실히 없애 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4.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5.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1.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2.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