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기자와 떠나는 월드컵이야기> ⑥ 1954년 ‘제5회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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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기자와 떠나는 월드컵이야기> ⑥ 1954년 ‘제5회 스위스’

처녀출전 韓國 ‘월드컵의 쓴잔’

  • 승인 2006-02-20 00:00
  • 김재수 기자김재수 기자
브라질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의 열광적인 승부 이후 4년이 지나 월드컵은 다시 유럽, 그 중에서도 조용한 나라 스위스에서 개최됐다. 그러나 경기장 분위기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5회 월드컵 대회에는 특히 고득점 경기가 많았고 서독의 예상치 못한 우승도 화젯거리였다. 또한 이 대회에서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모든 선수들이 등번호를 달고 출전했다.

28개의 국제 대회와 올림픽 대회에서 패한 적이 없는 헝가리는 푸스카스, 보즈시크, 콕시스 및 히데구티가 주축이 된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그러나 ‘베른 전투’라는 오명을 얻었던 브라질과의 경기 이후 헝가리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경기에서 헝가리팀은 선수 세 명이 퇴장을 당했고 경기 후에도 선수들이 상대팀 탈의실로 몰려가 몸싸움을 벌이는 등 불상사가 일어났다. 결승전에서 헝가리는 1회전에서 8-3으로 대승을 거뒀던 서독을 맞아 경기 초반에는 2-0으로 리드했으나 결국 3-2로 패하고 말았다.




한국 첫 본선 진출 헝가리. 터키에 대패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은 한국이 아시아 대표로 본선에 진출한 첫 대회로 기억할 만하다.
당시 출전선수였던 민병대, 주영광, 최정민, 우상권, 김지성, 이수남, 정국진, 홍덕영, 함홍철, 박재승, 강창기, 최영근, 성낙우, 박규정, 박일갑, 정남식, 한창화, 이기주, 이상의, 이종갑과 김충기 단장(당시 축구협회장), 김용식 코치 등 22명은 한국축구의 월드컵사에 첫 페이지를 장식한 주인공이었다.

한국은 아시아 예선 1차전서 일본을 5-1로 눌렀고, 2차전에서는 2-2로 비겨 본선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취리히 그라스호퍼 경기장은 3만5000여명이 관중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스위스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헝가리에 5분 간격으로 골을 내주고 만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9골을 내줬다.

당시 골키퍼였던 홍덕영씨는 “하도 막다보니 갈비뼈에 금이 간줄도 모르고 혼자 바빴다”고 회상했다. 한국은 두 번째 터키와의 경기에서 7-0으로 패하며 탈락하고 만다.




최초축구스타 ‘김영근·김용식’ 탄생



경평전의 시작으로 축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지,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같은 인기의 선봉에는 스타가 있게 마련이다. 한국 축구사 최초의 스타로 김영근과 김용식을 꼽을 수 있다.

김영근은 차범근으로 대표되며 이회택, 최정민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축구 스타플레이어 열전의 원조라 할 전설적인 골잡이다. 수비진을 단번에 허물어버리는 빠른 몸놀림과 강력한 슈팅, 공을 달고 수비진을 헤집는 발기술 등 그는 ‘신동’, 또는 ‘신기를 몰고 다니는 괴동’으로 불렸다.

1908년 평안남도 순천군에서 태어난 그는 소학교 시절부터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축구명문인 숭실중에 입학해 2학년때 이미 베스트 멤버에 낀다. 그해 숭실중은 제10회 전일본 중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한다.
어린 나이에 선배들을 제치고 베스트 멤버에 들고, 일본까지 원정해 우승했으니 고향은 물론 평양과 경성에서도 그는 화제가 된다.

명성이 자자해지자 경성으로부터 스카우트 손길이 뻗쳐온다. 김영근은 경성의 미션스쿨인 경신중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 곳에서 김용식과 만나게 된다. 수비수들은 골을 넣는 김영근보다 하프로 뛰는 김용식을 더 싫어했다. 김용식은 작은 키에도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악착같아서 수비수들은 그를 피했다.

30대 후반이라면 축구경기 중간,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 휴식시간에 축구묘기를 보이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을 기억한다.

김용식은 ‘경술국치’의 해인 1910년 황해도 신천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소학교 4학년 때 용식은 큰형 성식으로부터 축구화를 선물 받는다. 잠잘때 머리맡에 두고 아끼던 축구화, 신천고을에서 유일하게 축구화를 신은 그는 자랑을 하고 싶어 축구에 몰두하게 된다. 이 일이 그를 평생 축구인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




아시아·아프리카 참가 세계대회로



1954년 알프스 기슭에 위치한 나라, 스위스에서 개최된 월드컵은 대회 규모가 훨씬 커졌다. 그 해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설립돼 아시아(일본, 한국)와 아프리카(이집트)에서도 몇몇 팀이 참석하는 등 지난 대회보다 예선 참가국 수가 늘어나면서 진정한 세계 규모의 축구 대회로 자리잡았다. 본선에는 4년 전 브라질 대회보다 세 팀 많은 16개팀이 출전했다. 남미에서는 우루과이, 브라질, 멕시코가 본선에 진출했으며,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본선에 진출했다.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아시아 국가는 1938년 대회의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현 인도네시아)다. 또한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슬로바키아, 잉글랜드, 프랑스, 헝가리,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스위스, 터키, 서독 및 유고슬라비아가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이러한 본선 진출 참가팀 수는 오랫동안 유지됐으며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 이르러서야 24개팀으로 늘어났다.
서독, 우승후보 헝가리 꺾고 ‘정상’

1954년 바젤, 베른, 로잔, 취리히, 제네바 등 주최 도시 다섯 곳에서 펼쳐진 경기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26경기에서 무려 140득점을 기록함으로써 한 경기당 평균 5.38득점을 올린 것이다. 물론 이 수치는 월드컵 본선에서 올린 득점만을 대상으로 한 기록이었다. 2년 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뿐 아니라 1950년 5월 이후 총 31경기에서 27승 4무로 무패 행진을 하던 헝가리는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대회 초반 페렌크 푸스카스, 조제프 보즈시크, 산도르 콕시스를 주축으로 한 ‘신기의 마자르인’ 헝가리팀은 한국을 9-0으로 대파한데 이어 전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서독을 8-3으로 물리치며 최강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준준결승에서 헝가리는 브라질을 상대로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며 4-2로 무패 행진을 이어 갔다. 그러나 경기 후 선수들과 감독, 양팀 대표단들은 상대팀 탈의실에 달려가서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다른 유럽 두 팀은 이변을 일으켰다. 스위스는 이탈리아에 1회전 탈락이라는 ‘치욕’을 안겨 줬다. 그러나 스위스 역시 오스트리아를 맞아 기록적인 승부(5-7, 본선 한 경기 최다골)를 펼친 끝에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서독은 당당하게 결승까지 진출했으며 1회전에서 패배했던 헝가리를 결승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헝가리팀은 선수들의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다시 보기 원하는 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재빨리 두 골을 터뜨리며 앞서 나갔다. 놀랍게도 반격에 나선 서독은 그로부터 약 10분 뒤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경기 분위기는 서독쪽으로 기울어갔다. 헝가리가 찬 공이 두 번이나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온 후 경기 종료 6분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서독의 헬무트 란이 마침내 결승골을 터뜨렸다. 헝가리의 골키퍼 귤라 그로시치스는 젖은 잔디 위로 미끄러지며 공을 잡으려 했으나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말았다.

1954년 7월 4일 일요일, 베른의 반크도르프 경기장에서 있었던 이 결승전은 월드컵 사상 최대 이변 중 하나였으며, 마침내 서독은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축구 강국으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승국 - 독일(서독), 준우승국 - 헝가리, 3위 - 오스트리아, 4위 - 우루과이
▲ 처녀출전한 한국팀이 터키팀과 경기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는 모습.
▲ 처녀출전한 한국팀이 터키팀과 경기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는 모습.
▲  질주하는 박재승   한국의 박재승이 헝가리전에서 공을 몰고 공격하는 모습.
▲ 질주하는 박재승 한국의 박재승이 헝가리전에서 공을 몰고 공격하는 모습.
▲  베른의 난투극   헝가리-브라질의 준준결승전에서 전반4분 헝가리 히데구치의 선취점 순간 베른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 베른의 난투극 헝가리-브라질의 준준결승전에서 전반4분 헝가리 히데구치의 선취점 순간 베른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  경기전 악수하고   한국주장 주영광이 헝가리 푸스카스와 악수를 하고 있는모습.
▲ 경기전 악수하고 한국주장 주영광이 헝가리 푸스카스와 악수를 하고 있는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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