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스타트업 대전'을 꿈꾸며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스타트업 대전'을 꿈꾸며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 승인 2018-06-25 07:48
  • 수정 2019-04-29 10:28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양성광
양성광 이사장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월 기준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을 기록하였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 글로벌화에 따른 대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과 전통 제조업 몰락이 가장 큰 원인이라지만,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해결의 실마리는 미국, 중국 등 글로벌혁신 기업을 많이 배출하는 나라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예외 없이 스타트업들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 인근 3개 도시에서는 2013년 한 해 창출된 일자리 11만 개 중 58%가 신생 스타트업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RTP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우수한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가 RTP보다 더 많이 집적돼 있는데도 스타트업이 잘 생겨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RTP는 처음부터 주 정부, 대학, 연구소, 기업 등 지역의 리더들이 함께 설계하고 협력하여 만든 혁신클러스터다. 지역 내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RTP 운영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유기적인 협력 체계도 갖추고 있다. 지역 인재가 지역에서 창업하고,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이 기업으로 들어가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반면 대덕특구는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조성해 지역 산업생태계와 교류 없이 독자적으로 성장해 왔다. 대덕특구 연구소와 대학은 지역 내 기업들과의 체계적인 연결고리가 없어 지역산업 발전에 도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대한민국 압축 성장기에 국가가 필요로 한 기술과 인력의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자체 R&D 역량 강화에 따라 출연(연)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요즘엔 기술의 수요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구 내의 기업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중국의 중관춘 등 성공적인 혁신 클러스터들은 모두 기술공급자가 지역산업 생태계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들 지역은 우수한 대학, 연구소뿐만 아니라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 그리고 이들을 끌어들이는 도시의 문화, 예술로 활력이 넘친다.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우수한 기술과 만나 스타트업을 만들고 투자를 받아 인재를 채용한다. 혁신성장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전에 기술은 많으나 창업이 잘 안 되는 건 창업가의 DNA가 없는 연구원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7년 말 기준 출연(연) 연구원 12,559명 중 연구원 창업은 22건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다른 도시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죽음의 계곡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젊은이들을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대학의 몫이다.

이들 중 일부가 실제 창업에 도전할 때 필요한 기술을 연결해주고 지원하는 것은 지역 내 모든 혁신 주체들이 힘을 합쳐 해야 할 일이다.

특구진흥재단과 같은 지원기관들은 비즈니스모델 작성, 시제품 제작, 투자 유치 지원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초기 정착을 돕고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

대전시는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오히려 다른 지역의 예술가, 스타트업들이 올 수 있도록 값싼 공간과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네트워킹이 경쟁력이다. 스타트업이 선배 기업인과 만나고, 전통 제조업이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과 만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해 주자.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도전하는 젊은이와 스타트업이 많은 도시, 구도심의 문화와 예술이 대덕특구의 기술과 조화를 이뤄 혁신성장이 일어나는 '스타트업 대전'을 꿈꿔본다. 우수한 기술 자원을 보유한 대전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성장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이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천안 도솔공원, 도심 속 힐링문화공원으로 탈바꿈
  3.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4. 더이상 세종시 '체육 인재' 유출 NO...특단의 대책은
  5.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헤드라인 뉴스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높다.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2주 차 부처 업무보고가 16일 시작된 가운데 18일에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대전과 충남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추가 발언을 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