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고구마에 사이다를 더한 수업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고구마에 사이다를 더한 수업

세종 한솔중학교 사회교사 조한나

  • 승인 2019-04-04 11:37
  • 신문게재 2019-04-05 2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증명사진(한솔중 교사 조한나)
조한나 교사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선생님께서는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나의 작은 행동에도 크게 칭찬해주셨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싶어 공부, 청소 등 무엇이든 노력하게 되었다. 이후 교사의 꿈을 꾸며 다짐했다.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수업을 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이 되어야지.'

중학교 사회 교사로 첫 발령을 받은 후, 교사라는 직업이 지금까지의 나의 생각과 다름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수업만 하고 수업이 없으면 교무실에서 쉬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담임의 역할, 학생 생활지도, 맡은 업무를 하면서도 수업 준비까지 해야 하는 것을 깨달았고, 새삼 선배 선생님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처음 한 달을 여러 업무와 첫 담임 역할로 정신없이 보내던 어느 날, 나의 한 달 간의 수업을 되돌아보았다.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수업 준비를 해서 강의만 하는, 고구마 가득 먹은 듯 꽉 막힌 수업. 문득 부끄러움이 밀려오고 나의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교사 생활 하는 동안은 아무리 바빠도 수업을 최우선에 두자.' 이를 위해 퇴근 시간 후 학교에 남아 수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

고구마(학습 내용)는 영양가 있고 몸에 좋지만, 고구마만 먹기에는 목이 막힌다. 고구마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사이다(사회 수업을 이해 쉽게 다함께 재미있게)가 필요하다. 그러면 사이다는 무엇일까? 선생님의 수업 철학이 무엇이냐에 따라 같은 학습 내용도 다른 수업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내 수업의 사이다는 다음의 2가지이다.

첫째, 수업은 재미(지속적인 흥미 유발)있어야 한다. 어떤 것에 흥미가 없으면 알고자 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신발을 사려고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은 신발만 보이는 것처럼, 수업에 관심이 있어야 학습 내용이 흥미로울 것이다.

사회 수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려면? 방법 전에 우선 학생과 교사 간 라포(rapport) 형성이 밑바탕 되어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 과목 선생님이 좋으면 선생님의 수업도 기다려진다. 이를 위해 나의 개인적인 경험담, 사진, 동영상,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수업에 활용한다. 또한 요즘에는 학생활동중심수업을 위해 모둠 활동이 많이 활용되고 있으므로, 학생과 학생 간 라포 형성도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협동심을 기르려는 모둠 활동이 오히려 구성원 간 사이를 멀어지게 할 때가 있다.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무임승차와 봉 효과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박사놀이라고 부르는 직소 모형(과제분담 협동학습)을 곧잘 활용한다. 한 모둠에서 4명의 구성원이 각자 맡은 주제를 연구해 서로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명확할수록 책임감이 생기고,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이 수업을 하면 재미있고 기억에 잘 남는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라포가 형성된 후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게임식 수업, 드라마, 영화를 활용한 수업, 체험식 수업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둘째, 수업은 학습 내용 이해가 쉬워야 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수업도 한 차시의 수업이 끝난 후 무슨 내용을 배웠는지 모르겠다면 배움이 일어났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나의 경험상 학생들은 외재적 동기(발표 후 사탕과 같은 보상 등)보다 내재적 동기(학습내용을 이해하여 느끼는 즐거움 등)가 강한 것 같다.

사회 수업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중학생들은 한자로 된 사회 용어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뜻을 쉽게 풀어준다. 하나의 수업 방법이 능사는 아니므로,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수업 방법을 적재적소에 쓴다. 강의가 필요하면 강의를,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면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에 따르면 강의 듣기의 효율성은 5%, 서로 설명하기의 효율성은 90%라고 한다.

재미있고 이해 쉬운 수업,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차시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의 사회 수업을 들으며 눈을 반짝이고 활짝 웃는 학생들. 사회 수업이 정말 재미있고 이해가 잘 된다고 말해주는 것. 이것이 내가 교사로서 느끼는 보람이자 다시 수업 준비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미급식 경로당 대상 '통합돌봄 시범사업' 본격 추진
  2. 도마동 골목길의 LP카페 '지기'… 무한대 음악 세상과 만난다
  3. 아산시, 'KD아람채 보증금 반환, 주거 안정 해법 지원
  4. [현장취재]K-리더십 연구소 개소식
  5. 아산시, '신창 하이패스 나들목(IC)' 신설 사업 본격 추진
  1. 선문대, "디지털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나섰다"
  2. 아산에서 기업 성공 뒷바침하겠습니다"-아산시, 서울서 투자유치 설명회 개최
  3. 충청권 4개 시도,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 공동 대응 나서
  4. 대전시, 2026년 명장 3인 선정… 정한철·라영태·이형덕 명장
  5. 세종시, 3년 연속 '지속가능도시' 1위… 이면의 숙제는

헤드라인 뉴스


충청 초광역특별법 제정 속도내나… 권한·재정 확보 관건

충청 초광역특별법 제정 속도내나… 권한·재정 확보 관건

충청권 초광역 협력의 실행력을 높일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대전·세종·충남·충북 충청권 4개 시·도가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고, 초광역 협력사업의 내실 있는 추진을 위해 특별법 제정에 나서면서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 2일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조상호 세종시장, 박수현 충청광역연합장, 허태정 대전시장, 신용한 충북도지사, 구형서 충청광역연합의회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태안다문화] 일본의 가을은 맛으로 온다…‘식욕의 가을’
[태안다문화] 일본의 가을은 맛으로 온다…‘식욕의 가을’

일본에서는 먹거리가 풍성한 가을을 '식욕의 가을(食欲の秋·쇼쿠요쿠노 아키)'이라고 부른다. 햅쌀과 꽁치, 밤, 고구마 등 제철 음식을 즐기며 자연의 풍요로움에 감사하는 일본의 가을 문화를 살펴본다. 일본에는 사계절의 변화를 음식으로 느끼는 문화가 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산과 바다에서 다양한 제철 식재료가 나오면서 식탁도 한층 풍성해진다. 일본 음식문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말 가운데 하나는 '슌(旬·しゅん)'이다. 음식의 맛이 가장 좋은 제철을 뜻하는 말로, 일본에서는 식재료의 계절감과 가장 맛있는 시..

"서산을 철도교통 거점으로", 서산시, 4개 철도사업에 13조7천억 투입 추진
"서산을 철도교통 거점으로", 서산시, 4개 철도사업에 13조7천억 투입 추진

서산시가 교통망 확충과 산업·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해 13조7천억 원 규모의 4개 철도사업 추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산시는 내포태안철도, 대산항인입철도, 중부권동서횡단철도, 충청내륙철도 등 4개 사업을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확정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최대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사업 가운데 내포태안철도와 대산항인입철도, 중부권동서횡단철도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추가검토사업에 포함됐으며, 충청내륙철도는 이번 제5차 계획 반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