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속초를 살린 우리의 영웅들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속초를 살린 우리의 영웅들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 승인 2019-04-09 08:16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조강희-시평
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지난 4일 저녁 7시 17분(신고접수 시각)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건조한 상태에서 강풍으로 인해 급속히 퍼져 피해가 커짐에 따라 4일 밤 9시 44분에 화재비상 최고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에 있는 가용 소방력 총동원 명령을 시달하였다. 이에 따라 시·도 소방본부장과 전 소방서장을 비상대기 정위치 근무 지시를 내리고 제주도를 제외한 서울, 인천,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충남, 경북은 가용소방차량의 2분의 1, 부산, 대구, 울산, 전북, 전남, 경남은 가용소방차량의 3분의 1을 지원 출동하도록 했다. 강원 소방의 52대를 포함하여 총 872대가 화재진압에 나섰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공무원만도 3251명이며, 이 밖에도 산림청 진화대원, 의용소방대원, 군인, 시·군 공무원, 경찰 등 총 1만여 명을 투입하여 본격적으로 진화를 실시할 계획이다. 강원도 고성의 야산에서 시작된 화재는 거센 강풍을 타고 일반적인 화재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주민들은 모든 것을 놔둔 채 맨몸으로 불구덩이를 빠져나와야 하는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다. 무수한 불티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날아가며 연속적으로 화재를 일으키는 상황은 비상 그 이상의 위기였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불은 사망자 1명과 250여ha의 산림과 100여 채가 넘는 주택을 소실시키는 등 큰 피해를 내고 화재발생 14시간여만인 4월 5일 오전 9시 37분에 주불을 진화하는데 성공했다.

여기까지가 2019년 4월 강원도 산불에 대한 소방청과 언론보도 내용이고, 조금만 늦었으면 속초시가 없을 질 뻔 했지만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지인 중 주택이 전소되었지만 생명은 이상이 없다고 하듯 다행인 것은 인명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소방관의 인명 희생이 없이 진화가 되어 매우 다행이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엄청나게 고생했으리라. 전국에서 밤새도록 소방차를 운전하고 강원도까지 이동하고, 다음날까지 산불진화를 하였으나 심신의 피로 뿐만 아니라 부상도 상당히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진압을 매우 위험한 작업이고, 특히 산불진압은 더 그런 것 같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경 중국 쓰촨성 해발 4000m 고산지대에서 불이나 소방당국은 680여 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화재 당시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서 거대한 불길이 소방관들을 덮쳤다. 이 화재로 소방관 30명이 실종돼 헬기와 구조 인력 300여 명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우리나라도 소방관 부상자는 2017년 602명, 2016년 448명, 2015년 376명, 2014년 325명, 2013년 291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통계 역시 미국, 영국의 5분의 1 정도로 낮지만 보고를 안 해 생기는 착시라 한다. 인권위 통계에서는 1/3의 소방관이 다쳤는데도 공상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번 강원도 산불사태 동안 소방관 및 관련 공무원 등 1만여 명이 야간에 산악지역에서 화재진화 작업으로 부상자는 최소한 수백명이 될 것이다. 단지 아직까지 정식으로 신고하지 않았을 뿐이리라.

전쟁이 아닌 평화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경찰관과 소방관은 우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 돼야 하고, 다치거나 아프면 안된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스스로를 '슈퍼맨이 아니다'고 토로한다. 나약하고 동정 받는 지방직 공무원이라는 현실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안전의 최전선을 지켜내고 있는 소방관과 경찰관이 슈퍼맨과 아이언맨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하고 필요한 장비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산불진압한 소방관 손에 심한 화상 물집 사진을 보도하고 있다. 몇 년전에는 소방관의 장갑이 부족해서 사비로 산다해 장갑을 지원해주자는 모금활동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외국정부나 민간의 원조를 받아야하는 거지 나라가 아니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고, OECD 회원국이라면 이에 걸맞게 우리 소방관도 최신의 장비를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



그럼에도 소방관 역시 불 가까이 가면 뜨거운 것을 느끼고, 더 가까우면 화상과 사망할 수도 있다. 화재진압으로 부상을 하게 되면 충분한 치료를 무한대로 제공해줘야 한다. 공상치료 신청 절차를 간단하게, 전담상담직원도 근무하게 하고, 현재 준비 중인 소방전문병원도 조속하게 완공해야 한다. 소방관과 경찰관이 근무 중 부상하면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줍시다. 소한의 서류만 내면 바로 공상 심사 절차가 가능토록 제도화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병원과 병상은 가장 많은 나라이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우리의 영웅인 소방관, 경찰관, 군인에게 무한대의 존경을 표하면서, 그 분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어 줍시다.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4.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5.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1.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2.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3.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4.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5. [부고]김창세 세무사 빙모상

헤드라인 뉴스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간)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전폭 지원사격을 약속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