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3일간의 파업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3일간의 파업

  • 승인 2019-07-04 08:02
  • 신문게재 2019-07-04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중도일보 이해미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출산 휴가에 들어가 우리 반을 맡아줄 임시 담임이 왔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렸던 선생님은 아마 임용 발령 대기 상태였거나, 지금으로 말하면 기간제 교사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엔 비정규직이니 정규직이니 하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의 계약 상황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다.

"선생님인데, 진짜 선생님은 아니래."



아마도 선생님에게는 임시 담임이라는 기회가 임용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발판이었을 거다. 출산 휴가를 마친 담임이 돌아왔을 때 선생님은 예체능과 관련된 교과를 맡아서 매 시간 수업에 들어갔다. 우리가 졸업한 이후에는 정식 담임이 되었다는 이야기, 발령을 받아 시내 학교로 갔다는 이야기가 들렸던 것 같다.

정부와 학비연대의 교섭이 결국 불발되면서 3일부터 약 10만 명에 달하는 교육공무직과 비정규직이 연대가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문득 선생님이 생각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일이 많았다. 선생님은 교무실에 계시지 않고 수업 준비실에서 빈 시간을 보냈다. 몇몇 아이들은 다정하고 착한 선생님이 교실과 가까운 곳에 있어 좋다 했고, 나름 세상을 볼 줄 알았던 몇몇은 교무실 선생님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점을 눈치 챘던 것 같다.

반 아이들은 의도성은 없었겠지만 "선생님은 왜 여기 계세요?"라는 질문을 종종 던졌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단어들을 떠올렸을지. 내 사회 초년시절을 생각하니 당시 선생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을 비롯해 비정규직은 약 100여 개의 직종이 있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건 적은 임금보다도 '시선'이라고 했다. 같은 곳에서 근무하지만 너와 나는 출생이 다르다는 걸 언제든지 주입 시켜주는 차별의 시선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도 결국 이런 연장선이라는 이유다.

학교에 있어야 할 구성원들이 거리로 나오자 많은 사람들은 "학생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지 말라"고 경고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각자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차별받는 일 없는 세상을 소망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내 화제가 됐었다.

이 두 가지의 차이점은 결국 '시선'이다. 우리와 마주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비정규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마음 가짐일 수도 있겠다.

학비연대는 아마도 파업을 통해 원하는 모든 것을 쟁취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정부 또한 협상 조건 수용에 대한 불가 입장만이 능사는 아닐게다. 어쨌든 파업은 3일간 이어진다. 이 시간이 부디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이해미 교육문화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김해맛집' 82곳 지정 확대...지역 외식산업 경쟁력 강화
  2. 인천 남동구 장승백이 전통시장 새단장 본격화
  3. 파주시, 운정신도시 교통혼잡 교차로 신호체계 개선
  4. 고양시, 2026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5. 고등학생 70% "고교학점제 선택에 학원·컨설팅 필요"… 미이수학생 낙인 인식도
  1. 대전 횡단보도 건너던 50대 승합차 치여 숨져
  2. 대전·충남 우수 법관 13명 공통점은? '경청·존중·공정' 키워드 3개
  3. 충남도의회, 인재개발원·충남도립대 행정사무감사 "시대 변화 따른 공무원 교육·대학 운영 정상화" 촉구
  4. [홍석환의 3분 경영] 가을 비
  5. 대전 환경단체, 열병합발전 발전용량 증설 승인 전기위 규탄

헤드라인 뉴스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대전지역에 1000만원 이상 고액·상습 체납자 247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대전시는 19일 지방세 및 지방행정제제·부과금 체납액이 각 1000만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시 누리집 및 위택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는 올해 1월 1일 기준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1000만 원 이상 체납자이며 지난 10월까지 자진 납부 및 소명 기회를 부여한 후 지방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공개된 정보는 체납자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세목, 납부기한 및 체납요지 등이며..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개막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예술감독과 사무총장, 민간조직위원장 등을 잇따라 선임하며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시 기본계획을 마련하며 성공 개최를 위한 시동을 켰다. 19일 조직위에 따르면, 도와 보령시가 주최하는 제1회 섬비엔날레가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2개월 간 열린다.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2027년 두 개 섬에서의 행사 이후에는 2029년 3개 섬에서, 2031년에..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에 나선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방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방공사는 지역 업체가 최대한 수주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88억 원 미만)과 지자체(100억 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150억 원 미만까지 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