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핀란드와 한국, 삶의 여유가 낳은 차이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핀란드와 한국, 삶의 여유가 낳은 차이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 승인 2019-07-08 08:1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양성광 이사장
양성광 이사장
필자는 지난달 핀란드를 방문해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에스푸혁신단지의 '에스푸마케팅'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평소 궁금했던 핀란드 사람들이 세계 최고로 창의력이 뛰어난 이유를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핀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창의성의 원천은 행복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마음 깊이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어지는 얘기가 핀란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숲으로 들어가 명상을 하며 치유를 받는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국토의 72%가 숲으로 덮여있고, 호수가 18만8,000개나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자연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창의력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수백 년에 걸친 외세의 침략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지금은 1인당 GDP가 4만5,703달러에 달하는 선진국이 됐다. 1918년에 독립한 핀란드는 1960년대까지도 인구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차 산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 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하면서 첨단 산업국으로 변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핀란드를 먹여 살리던 노키아가 2008년부터 몰락하면서 국가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졌는데, 취업을 걱정하던 핀란드 청년들이 찾은 대안이 창업이었다. 역설적으로 위기 속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핀란드는 인구수 대비 스타트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로 변모했다.

그런데, 이처럼 위기에 빠졌다고 모든 나라에서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와 한국은 모두 학생들의 높은 학업 성취도와 대학진학률로 유명하나, 핀란드에서는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핀란드 교육은 자연 속에서 놀이를 통해 즐겁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창의성과 역경을 이겨낼 뒷심을 길러준다. 반면에 우리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 길들고, 엄청난 학습량에 지쳐 창의력을 발휘할 여유를 잃게 된다.

이 같은 현실은 국제교육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아이들의 수학·과학 성적은 세계 최상위이지만, 흥미도는 최하위를 기록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행복을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그 과정이 힘들어도 견뎌야 한다고 말한다.

자식이 잘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교육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지만 정작 자식들은 행복을 모르고 산다.

그러나 핀란드 사람들은 행복 자체를 추구하기 때문에 자식들이 지금 행복하도록 세세히 보살펴준다. 삶을 대하는 이런 태도가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 핀란드는 세계 1위, 한국은 세계 54위라는 커다란 차이를 가져온다.

에스푸시는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에서도 가장 행복한 도시라고 자랑한다. 우리는 세계적인 에스푸혁신단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대회 슬러시와 알토대의 스타트업사우나 등 외형적인 것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작 눈여겨볼 것은 알토대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다.

알토대는 노키아 몰락의 위기를 혁신으로 극복하고자 헬싱키공대, 예술디자인대, 경제대를 통합해 2010년에 설립했다. 알토대는 기술과 예술, 경제의 융합교육과 산업현장에서 이뤄지는 수업으로 창의적 혁신 인재 양성과 창업이 활발한 생태계를 구축해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귤화위지'라고 강남에 있던 귤을 강북에 옮겨다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다소 오래 걸리겠지만, 외형보다는 문화와 정서, 삶의 여유로움을 배워오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헬싱키 시내의 작은 공원에서 까르르 웃음소리에 이끌려 다가간 곳에서 유모차와 벤치에 옹기종기 앉아 인형극을 관람하는 아기들과 엄마들을 보았다. 고요한 아침을 깨우는 아기들의 해맑은 웃음이 왠지 핀란드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2. 가을 제철 수산물 가격 들썩… 꽃게·전어 두 배 급등
  3. 온통대전, 카드 없이 QR코드로 결제한다… 정부 지원율 변화도 관심
  4. 스토킹 피해 신고했던 전 연인 살해 40대 구속
  5. 대전혁신센터, 스케일업 투자지원 민간운영사 업무협약
  1. 대전시의회, 이효식 대전도시공사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2. 국정자원 대전 잔류 위해 추가 부지 발굴… 유치 경쟁 속 대응 본격화
  3. '양성자 암치료센터' 건립 나선 세종, 중부권 첨단의료 거점 노린다
  4. '충효예 정신' 충남 교육현장에 본격… ‘사랑의 일기’는 축소 운영
  5. 박수현 충남지사, 'UNDP AI 허브' 충남 유치 사활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입법과 예산 확보 절차가 맞물리면서 중대 분수령을 맞이했다. 11월 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 심사와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가 시험대에 함께 오르면서다. 여기에 세종시 재정 문제와 얽힌 핵심 법안까지 일몰을 앞두고 마지노선에 봉착하면서 정기국회 내 현안들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내달부터는 내년도 본예산에 대한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당장 이번 예산 심사에선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안을 다루게..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의 미래 산업과 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점인 '대전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28일 14시 대전시 서구 월평동서 공식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교육 과정은 AI 활용 인재를 양성하는 네이티브 과정(5개월)과 인공지능 올인원 과정(18개월)으로 운영된다. 대전시와 진흥원은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개소를 시작으로 지역 AI 및 소프트웨어(SW) 생태계를 이끌어갈 핵심 거점으로 이끄는 한편, 대전시는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고, 지역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창..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

  •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