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67. 유승준 17년 流刑이 주는 교훈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67. 유승준 17년 流刑이 주는 교훈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07-15 14:4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장발장(Jean Valjean)은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이다. 장발장은 가난과 굶주림으로 빵을 훔쳤다가 잡혀 19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사회에 대한 원망과 증오심을 키우게 된다. 그러나 한 사제의 자비로 선악에 눈뜨고, 사회에 항거하면서 점차 순화 및 성화(聖化)되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되찾는다.



말이 좋아 19년 구금생활이지 막상 본인이 그런 처지에 봉착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더욱이 경범(輕犯)임에도 그처럼 무지막지한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였다고 한다면…….

유승준
유승준/연합DB
[유승준 판결 뒤집혔다… 대법 "비자발급 거부 위법"] - 이는 7월 11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다.



= "가수 유승준(43·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유승준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중략)

1990년대 큰 활약을 한 유승준은 방송 등에서 미국 영주권자 신분임에도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에 유승준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셌다.

대중은 그에게 등을 돌렸고 유승준을 향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입국을 제한했다.

병무청은 출입국관리법 11조에 의거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후략)" =

유승준은 거짓말에 더하여 '국민적 괘씸죄'까지 받았다. 그 바람에 무려 17년 동안이나 한국 땅을 밟을 수 없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유승준은 어쩌면 '한국판 장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빵을 훔친 장발장에 비해 유승준은 그 '죄'가 더 컸다. 뻔한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제야 그에 대한 유형(流刑)이 끝나는 것인가 싶어 적지 않은 생각이 부유(浮遊)했다.

유형(流刑)은 구형(九刑) 가운데 하나로 죄인을 귀양 보내던 형벌을 말한다. 죽을 때까지 유배지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감형되거나 사면되는 경우도 있었다.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장소의 멀고 가까움이나 주거지의 제한 정도에 차등을 두었다.

구형(九形)은 중국 주나라 때의 아홉 가지 형벌을 의미한다. 이마에 자자(刺字)를 행하는 묵형(墨刑), 코를 베는 의형(?刑), 발꿈치를 베는 비형(?刑), 거세(去勢)하는 궁형(宮刑), 사형에 처하는 대벽(大?) 등의 정형(正刑)과, 귀양을 보내는 유형(流刑), 매를 때리는 편형(鞭刑), 돈이나 물품으로 벌을 대신하는 속형(贖刑), 종아리를 치는 복형(?刑)이 이에 해당한다.

구형 가운데 쉬이 연상되는 인물은 '궁형'을 당한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과, [수호전]에서 '묵형'을 당하고 귀양을 떠나는 많은 호걸들이다.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의 징벌(懲罰)이었던 셈이다.

어쨌든 대법원 판결로 말미암아 유승준의 국내 입국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지만 집요한 유승준의 결기(?)는 이를 우습게 볼 공산이 농후한 때문이다.

대법원의 '유승준 합법적 국내 입국' 뉴스를 보면서 새삼 거짓말의 중차대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특히나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하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권력과 명예를 순식간에 잃은 대표적 정치인에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있다. 그는 1972년 6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 했던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씻을 수 없는 오명까지 남겼다.

무용론까지 거센 국회청문회에서 우리는 장관 등 정부의 고위직 진출을 희망하는 인사들의 거짓말을 숱하게 봐 왔다. 유승준은 거짓말로 인해 17년간이나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다.

따라서 유승준 '17년 유형(流刑)'이 주는 교훈은 명료하다. 소위 '유승준법'을 만들어서라도 앞으로 정치인과 고위직 후보자들이 거짓말을 하면 이를 강력히 징치(懲治)해야 마땅하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3.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1.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4.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5.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