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68. '경죽난서'는 잊지 말되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68. '경죽난서'는 잊지 말되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07-1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경죽난서(磬竹難書)'는 저지른 죄가 너무 많아 이루 다 적을 수 없다는 말이다. 죽간(竹簡: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사용된 서사 재료)을 모두 사용해도 기록할 수 없다는 뜻으로, 지은 죄가 엄청나게 많아서 글과 말로 일일이 다 표현할 수 없음을 비유하는 것이다.

중국 수(隋)나라의 제2대 황제 양제(煬帝)는 사치스런 생활을 하였으며, 대규모 토목공사와 고구려를 침공하여 살수에서 패하는 등 대외정벌을 계속함으로써 백성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었다.

그래서 농민군의 이밀(李密)은 수 양제를 비판하는 격문을 발표하였는데, 《구당서(舊唐書)》 〈이밀전〉에 다음의 격문 내용이 나온다.

'남산의 대나무를 죽간으로 만들어 다 써도 그의 죄를 모두 적을 수 없으며, 동해의 물을 다 써도 그의 죄악을 씻어낼 수 없다[磬南山之竹 書罪無窮 決東海之波 流惡難盡].'

또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옥에 갇힌 협객 주세안(朱世安)이 공손하(公孫賀)의 죄를 고발하면서 '남산의 죽간을 다 허비해도 나의 말을 모두 기록하는 데는 부족하다[南山之竹 不足受我詞]'라고 한 말이 《한서(漢書)》〈공손하전〉에 전해진다.

[일본의 죄악사] (조찬선 , 최영 지음 & 출간 풀잎향기)의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 제1장. 왜 일본은 침략과 전쟁을 좋아 하는가? / 제2장. 역사 조작과 왜곡의 나라 / 제3장. 한국의 뿌리 말살을 시도 / 제4장. 3백만 명을 죽인 임진왜란 / 제5장. 끌려간 노예들 / 제6장. 일본군에 짓밟힌 조선 소녀들 / 제8장. 강제징용과 지옥의 섬 하시마 / 제9장. 일본의 산업혁명과 조선인 강제노동 / 제10장. 죽어서도 당한 명성황후 / 제14장. 총탄에 불탄 제암리교회 / 제15장. 일본의 죄 76가지 / 제17장. 일본을 꾸짖는 세계여론 / 제21장. 협상도 용서도 원치 않는 일본 / 제22장. 악의 침묵은 악의 편이다 <=

목차만으로도 충분히 '일본의 죄악사'를 추측할 수 있다. 예부터 일본(인)은 한국(인)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들의 긍지이기도 했던 가전제품과 전자기기들, 예컨대 소니와 도시바 등 세계적 브랜드들이 우리의 삼성과 LG 등에 역전을 당하자 수치심까지 느꼈다.

그러던 차,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일(對日) 외교는 강공모드로 선회했다. 대법원의 잇따른 일본에 불리한 판결 또한 일본의 심기를 건드렸다. 일본은 때는 이때다 싶어 '수출 규제'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조선일보 7월 15일자 <[최보식이 만난 사람] "징용 배상 판결이 '뇌관'이었다… 최근 한일관계 갈등은 모두 법원發">을 보면 이와 연관된 팩트가 더욱 명징(明徵) 해진다.

= "(전략) "그저께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이번 경제 제재 조치에 대한 속마음을 들었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 명백했다. 정치적 이유로 경제 제재나 보복을 할 수 없어 다른 이유를 갖다대는 것일 뿐 실제로는 이 문제였다.(이원덕 국민대 교수)" (중략)

― 2012년 대법원에서 "외교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할 수 없다"며 뒤집었는데? "당시 주심(主審)인 김능환 대법관은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썼다'고 했지만, 한일 관계에 대형 폭탄을 투척한 셈이다.

그 뒤 박근혜 정부에서 파기 환송돼 다시 올라온 이 건에 대해 지금 같은 사태를 우려해 최종 판결을 지연하려 했던 게 '재판 거래' 적폐 프레임에 걸려든 것이다." (중략)

―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법원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우를 범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되니 해당 판사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중략)

― 문재인 대통령이 연두 회견에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된 일본 기자의 질문에 "일본 정부는 더 겸허해야 한다. 한국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식으로 훈계하듯 했다. 일본이 그렇게 얕잡아볼 상대인가?

"일본 국민이 왜 일본 최고 법원이 아닌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나. 현실적인 방책을 마련하는 게 외교인데 우리는 원리주의에 지배된다." (후략)" =

일본의 우리나라를 향한 경죽난서(磬竹難書)는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에 얽매여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친북(親北), 친중(親中)의 현 정부 기조 역시 그들로서는 일종의 반일(反日) 내지 반미(反美)의 정서로 보는 경향까지 농후함을 잊어선 안 된다.

일본의 '대한(對韓) 보복' 중재에 미국이 시큰둥한 표정을 보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 경제에 일본의 잇따른 보복 조치는 자칫 회복 불가능의 블랙홀로 빠져들 개연성까지 농후하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수소트램 ‘유지냐 변경이냐’…민선 9기 고심
  2. 수사 중요성 커졌는데 '베테랑'은 부족… 대전경찰 인사 시험대
  3. 공소청으로 바뀌는 대전검찰청… 출범 40여일 앞두고 정원·조직 여전히 ‘안갯속’
  4. [교단만필] 다시, 우리 교실에 존중의 씨앗을 심으며
  5. 박석연 유성구의원 ‘순환형 유성경제' 방안 모색 간담회
  1. 천수만 악취·부유물 ‘이상조류’가 원인… “담수호 방류로 미세조류 급증”
  2. [기고] 대학 간 경계 허무는 충청권 국립대 연합체계
  3. 충남 숙원 '석탄화력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지역경제 회복 기대감↑
  4. 대한민국, 북극항로 개척 첫발… 22일 역사적 항해 나선다
  5.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교권 침해, 전문 조사관이 교육현장으로…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고용률 지역별 격차 뚜렷…반도체 품은 음성군 높아

충청권 고용률 지역별 격차 뚜렷…반도체 품은 음성군 높아

충청권의 고용률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지역별로는 산업 기반과 인구 구조에 따라 고용 사정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제조업이 자리 잡은 충북 음성·진천과 충남 천안·아산·당진 등은 높은 고용률을 기록한 반면, 일부 대도시와 비산업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률을 보였다. 청년층 고용률에서도 지역별 격차가 두드러졌고, 농촌 지역에서는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높은 고용률을 뒷받침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20일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시군구 주요고용지표'에 따르면 충북과..

공소청으로 바뀌는 대전검찰청… 출범 40여일 앞두고 정원·조직 여전히 ‘안갯속’
공소청으로 바뀌는 대전검찰청… 출범 40여일 앞두고 정원·조직 여전히 ‘안갯속’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출범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전공소청의 정원과 세부 조직이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일선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동할 검찰 인력도 최종 확정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실제 공소청에 남아 근무할 인력과 구체적인 배치 역시 당분간 유동적인 상황이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청법이 폐지되고 공소청법이 시행되는 10월 2일부터 현재 검찰 조직은 공소청 체제로 전환된다. 공소청법은 대법원에 대응하는 공소청을 두고 고등법원에는 광역공소청, 지방법원과 가정법원에는 지방공소청을 각..

202027 수시 9월 7일 스타트… 지역대 신입생 10명 중 9명 뽑는다
202027 수시 9월 7일 스타트… 지역대 신입생 10명 중 9명 뽑는다

2027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9월 7일 시작되는 가운데 대전권 대학들의 '신입생 모시기'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전권 주요 4년제 대학 8곳은 수시에서 1만7400여 명을 선발한다. 비수도권 대학이 신입생 10명 중 9명을 수시로 뽑는 만큼 수시는 수험생의 진학과 지역대의 신입생 확보를 좌우하는 승부처다. 올해는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이 늘고 의과대학에 지역의사선발전형이 도입됐다. 대학과 모집단위마다 학생부 반영방법과 수능최저학력기준, 면접·실기 일정도 다르다. 중도일보는 2027학년도 수시모집을 앞두고 입시 흐름과 대전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 ‘더위야 가라’…도심 속 숲길 걸으며 休 ‘더위야 가라’…도심 속 숲길 걸으며 休

  • ‘방독면 착용은 이렇게’ ‘방독면 착용은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