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일본은 독일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일본은 독일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19-07-22 08:26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 박사
서준원 박사
‘콘라드 아데나워’ 서독의 초대 총리 자택은 유럽인과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자택 규모와 구석구석이 참 검소하고 실용적으로 꾸며졌다. 마당에 있는 별채 서재엔 총리 시절에 사용했던 책상이 지금도 있다. 오랫동안 정든 책상이라 아데나워가 구매하려고 했지만, 그의 노고에 대한 감사 의미로 정부에서 무상으로 건넸다고 한다. 그의 자택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아데나워와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드골이 함께 서 있는 자그마한 동상이다.

서유럽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전쟁이 없는 건 유럽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견고한 국제체제와 국가 간의 대화와 화해의 외교가 뿌리내린 덕에 가능한 것이다.



2차대전 종전 직후까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엔 마치 우리와 일본처럼 숙명적 대결 역사와 함께 불편한 감정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독일과 프랑스처럼 유럽에서 오래된 숙적관계와 동북아에서 펼쳐지는 한일관계는 유사한 점이 많다.

용서와 화해 없이 진정한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 패전국인 독일은 분할 점령당했고, 범세계적인 이념적 대결구도에 휘말렸다. 그 와중에도 드골과 손잡고 아데나워는 화해와 용서를, 그리고 주변국들과 손잡고 끊임없이 신뢰 증진에 노력했다. 독일은 진정성을 보여줬기에 상대의 맘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패전국 일본과 무척 비교되는 대목이다.



1953년 아데나워가 미국 방문 길에 무명용사 묘지 앞에 헌화했을 때, 독일(서독) 국기가 성조기와 함께 게양됐다. 당시 서독은 주권국가로 인정받지 못했다. 국기게양을 보고 울컥한 아데나워는 보좌진들과 함께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패전국으로, 게다가 주권국가도 아닌 피점령국 입장인지라 한없이 서러웠을 것이다. 반면에 일본은 어땠을까. 곱씹어 볼 일이다.

1955년 아데나워는 소련으로 건너가 스탈린과 담판 지어 독일군 포로 병사들을 데리고 왔다. 1만여 명의 히틀러 군대의 병사를 데려왔지만, 반대급부로 독일분단의 고착화를 야기했다는 일각의 비난도 있었다. 참회를 근간으로 자유 가치를 최고 덕목으로 여겼던 아데나워의 외교력은 냉전체제 하에서도 출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도자의 통치철학은 국내적 관점은 물론 특히 대외정책의 방향과 가치관이 얼마나 견실하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외교는 국가의 두뇌이고, 지도자의 통치철학과 외교력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국가의 두뇌도 이성과 감성으로 반응하기에 외교적 마찰 해결에 신중함과 진정성이 요구된다.

글로벌 시대의 외교는 국가와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탈 정부적 탈 국가적 네트워크는 목하 복잡하게 진행 중이다. 국가의 공식채널보다 오히려 민간차원의, 그리고 기업들의 교류망이 더 신뢰받는 시대다. 금융과 정보, 기술력은 이미 국가 간의 경계선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연일 한일관계가 불편하고 시끄럽다. 이런 원인과 동기가 무엇인지도 불투명하고, 자존심인지 자격지심인지 사태 발생 배경도 부정확하다. 정부가 미국에 외교적 중재를 요구한 모양이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관계자들이 참 한심하다. 정부의 외교적 계산법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독일과 달리 일본이 보여줘 왔던 과거사에 대한 화해와 참회의 진정성 결여도 상존한다.

작금의 상황전개를 보면 일본은 오래전부터 계획적으로 구상해온 것 같다. 이 대목에선 청와대는 대일인식과 대처방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반일감정을 고무시킨다고 한일관계가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다. 감정 다툼으로 양국 간의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지만, 그걸 복구하기엔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패전국을 함께 경험했던 일본이 독일로부터 사태해결의 한 수를 배우길 권고한다. 아데나워와 드골이 숙적관계를 잠재웠듯이, 한일관계를 반듯하게 정립하는 양국의 외교력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안양시, 평촌신도시 정비 ‘청신호’ 가속
  2. 위기 미혼한부모 가정에 3000만 원 후원금 전달
  3. 자립준비청년 자기계발비 300만원 후원
  4. 천안시, '담헌달빛관' 개관
  5. 장애인 보조견 환영합니다
  1.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2025년 활동지원사 힐링나들이'
  2. “웃으며 배우는 가족 소통법”
  3. 대전시사회복지협의회-유한킴벌리 대전공장 사랑의 김장 나눔
  4. 취약계층 지역주민 위한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
  5. 위기상황 미혼한부모 가정 위한 통합지원금 기탁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민자 4000억 유치 `K-모빌리티 허브` 만든다

충남도, 민자 4000억 유치 'K-모빌리티 허브' 만든다

충남도와 당진시가 국내 기업과 손잡고 당진항 일원에 대한민국 자동차 수출을 이끌어갈 최첨단 복합물류단지를 조성한다. 조성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민선8기 도가 중점 추진 중인 '베이밸리 건설'과 '당진항 수출 전진기지 육성'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7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이정환 SK 렌터카 대표이사 등과 '케이(K)-모빌리티 오토 허브 일반물류단지 조성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처음으로 자동차산업과 항만물류를 결합시킨 K-모빌리티 오토 허브 일반물류단지는 당진..

대전 청약시장 쏠림현상 뚜렷… 옥석가리기 심화되나
대전 청약시장 쏠림현상 뚜렷… 옥석가리기 심화되나

올해 대전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는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입지와 분양가 등 경쟁력을 갖춘 인기 단지가 선별되면서 '옥석 가리기'가 한층 심화되는 분위기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에 나선 '도룡자이 라피크'가 침체된 분양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GS건설이 공급한 도룡자이 라피크는 1~2순위 청약에서 214세대 모집에 3636건이 접수되며 평균 16.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84㎡B형은 59.1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대부분 1..

민주당, 내년 지방선거 공천 위해 모든 당원 ‘1인 1표’ 도입
민주당, 내년 지방선거 공천 위해 모든 당원 ‘1인 1표’ 도입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을 위해 모든 당원에게 ‘1인 1표’를 부여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에 착수한다. 그동안 대표나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했던 규정을 개정해 모든 당원에게 투표권을 동등하게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정청래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내년 6·3지방선거에서 열린 공천 시스템으로 공천 혁명을 이룩하겠다"며 "19일과 20일 이틀간 1인 1표 시대 당원 주권 정당에 대한 당원 의사를 묻는 역사적인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