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오늘의 군상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오늘의 군상

  • 승인 2019-08-28 18:24
  • 수정 2020-05-13 12:01
  • 신문게재 2019-08-29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중도일보 이해미
#고암 이응노 작가의 대표작은 역시나 '군상(群像)'이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모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한곳에 모여 있지만 실제로는 각각 다른 모습을 지닌 우리처럼 말이다. 군상은 우리지만 개인을, 개인이지만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담은 복합적인 삶의 형태를 담고 있다. 고암의 '군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들은 어느 하나의 목표 지향점을 두고 달려가는 듯 하다. 그러나 속내는 알 수 없다. 함께 모여 춤을 추는 것인지, 이동을 위해 줄을 선 것인지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지. 그림 속의 미묘한 관계들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술의 보는 맛일 거다.

#대전예술의전당을 찾은 '군상(群像)'들은 화가 났다. 클래식 공연을 보고자 왔더니, 뜬금없이 현(絃)을 홍보하는 연주자들의 행위에 모욕감을 느꼈단다. 연주자와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과 강의가 어우러진 '렉터' 형식의 공연이었지만, 사전 공지가 없었던 탓에 일반 관객들이 들어왔던 것이 화근이 됐다. 심지어 공연을 대표하는 연주자는 피로누적을 언급하며 대체 연주자를 무대에 올렸다. 이미 화가 난 군상들에게 두번째 모욕감을 안긴 셈이다. 퇴장과 환불, 사과가 이어졌지만 19년을 이어온 전통적인 음악제는 '옥의 티' 하나로 입방아에 오르고 내렸다. 이것은 작은 실수가 낳은 화마였다.



#최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난 뒤 인스타그램에서 일본과 관련된 사진을 모두 지웠다. 무려 서른 장이 넘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누가 소녀상에 침을 뱉는가'를 주제로 신친일파로 분류되는 몇몇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그 끝에는 '이승만 학당'과 '뉴라이트'가 있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조선은 미개했고, 일본의 지배로 인해 우리는 철도 등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게 됐다"는 주장을 폈다. 여기에 한술 더 뜬다. 위안부는 절대로 강제로 징집된 것이 아니라 그들은 이미 조선의 매춘부였거나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는 논리다. 개탄스럽다. 신친일파라는 군상(群像), 이것은 민족정신이 말살된 인간의 광기를 보는 듯 했다.

#"서울대는 촛불을 들려면 폭염에 창문도 없는 계단 밑 쪽방에서 숨져간 청소노동자를 위하여 촛불을 들어야 했다.(중략)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 모였다는 곳에서 탐욕과 이기심에 쩔어 버린 청년들의 군상((群像)을 보는 것은 역겹기 그지없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서울대 총학이 촛불 집회를 연다는 보도에 대한 네티즌의 일침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한 선배는 "불공정한 입시제도의 수혜자는 너희"라고 꼬집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사라진 이때 기득권 세계에 발을 담근 그들이 촛불로 누구를 나무랄 수 있을까. 이것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해미 교육문화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4.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5.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1.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2.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3.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4.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5.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