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집시켓'을 아시나요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집시켓'을 아시나요

이상문 행정과학부 차장

  • 승인 2019-09-01 16:11
  • 신문게재 2019-09-02 26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상문기자
이상문 기자
지난달 21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 '집시켓을 아시나요'라는 표지판과 함께 벤치형 화단 8개가 설치됐다. 표지판에는 '집시켓은 집회+시위+에티켓의 줄임말입니다. 이곳은 시민들의 이동과 휴식을 위한 공공의 장소입니다. 집회 종료 후 현수막과 천막을 철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이 써 있다. 대전시는 인근 버스 정류장과 대전시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이동과 휴식을 위해 조성했다고 한다.

당장 정당과 시민단체는 비판했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시가 시청 앞 집회의 단골장소에 설치한 것은 농성 천막이 설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시민들의 이동과 휴식을 위해라고 표현했지만 더 이상 듣기 싫은 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대전시의 의지 표명"이라고 지적했다. 문성호 문성호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전 시민들의 아고라였던 시청 북문 앞에 대형화분을 설치하여 더 이상 광장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문 대표는 "촛불혁명의 정부라고 자처하는 대전시가 보여준 행태는 참으로 뻔뻔하다"면서 "대전시가 주권재민을 망각하고 민주주의를 역행하겠다는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민선 7기인 대전시의 앞날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비판이 일자 시는 부리나케 일부 대형화분과 벤치형 화단을 치웠다.

대전시의 말처럼 집회나 시위의 에티켓은 필요하다. 시청 북문 앞은 시민들의 이동공간이고 휴식을 위한 공공장소가 맞기 때문이다. 집회나 시위가 끝나면 시민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난감 개소리', '특정음악', '장송곡' 등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소음이나, 특정인을 비방하는 문구의 현수막, 불법으로 시청 내부를 점거하는 행위 등은 시청을 이용하는 시민과 공직자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시청을 드나드는 기자도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일부 집회 현장의 살벌한 풍경은 '민주주의'를 돌아보게 한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면서 까지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잘못됐다. 대부분의 집회나 시위는 그들의 목소리를 담는데 집중한다. 일부 과격한 이들이 있다고 해 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게 우선이다.

더욱이 민선 7기는 '새로운 대전, 시민과 함께'라는 시정 구호를 내걸고 있다. 앞서 시장실을 점거한 시민 때문에 집회나 시위 때마다 10층 엘리베이터를 막는 것에 연장 선상이 될 수 있다. 허태정 시장은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커질 수 있다. 이번을 계기로 시민 한 명의 목소리까지 담아낼 수 있는 시장을 기대해 본다.

이상문 행정과학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2. 대전시 문화예술 기관장 인사 '설왕설래'
  3. 괴산고추축제에 32만2천명 찾아···건고추 완판 12억 원 판매
  4. 외딴섬 '집현동'이 뜨겁다… 9월엔 세종 '공동캠퍼스' 축제로
  5. "횡단보도 하나 두고 탄방"… 둔산 14구역 '둔산동 편입' 움직임
  1. 대전시 李정부 첨단산업 정책 잇단 배제 위기감 고조
  2.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3. [단독]단양수중보 3억6000만원 소송…관리책임 갈등 다시 법정으로
  4. 대전시의회, 민인홍 인사청문회… '직무능력·전문성' 검증
  5.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국비 또 험로…환아 느는데 정부 지원 '반토막'

헤드라인 뉴스


[기획-②] 산업은 변하는데 대전산단 입주 문턱은 그대로

[기획-②] 산업은 변하는데 대전산단 입주 문턱은 그대로

사업을 확장하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 역시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지역 산업의 기반이 돼야 할 산업단지가 입주업종 제한 규제로 기업의 이동과 성장을 되레 제약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지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대전산업단지가 재생사업과 산업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현행 규제가 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기업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이전·증설을 추진하지만 업종 제한 등에 막히고, 신규 기업은 입주를 희망해도 업종 제한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기존 기업과 신규 업체가 처한 상황은 달..

7월 휴가 시즌에도 지갑 닫은 충청지역민... 대형마트 판매액 감소세 여전
7월 휴가 시즌에도 지갑 닫은 충청지역민... 대형마트 판매액 감소세 여전

어려운 경기 상황과 내수 부진으로 충청 지역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다. 가계 사정이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먹거리인데, 휴가시즌이 시작된 7월에도 대형마트 소비액 마이너스 기조가 계속되면서 불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7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최근 대전·세종·충남지역 실물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지역 대형마트 판매액 지수(매장면적 3000㎡ 이상)는 일제히 마이너스로 마감됐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의 대형마트 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7.2% 하락했다. 6월 -14.6%를 기록하며 마..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본격 추진... 남북축 연결 기대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본격 추진... 남북축 연결 기대

대전 유등천변을 따라 남북축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망인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민선9기 출범 후 재정여건을 고려해 보류됐었지만,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 대전시는 7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허태정 시장과 박용갑 국회의원, 시구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기본설계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은 중구 사정동 사정교에서 대덕구 오정동 한밭대교까지 연장 7.61km 구간에 왕복 4차로, 폭 20m 규모의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