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주민공원 찾기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주민공원 찾기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19-09-02 08:35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송복섭 교수
송복섭 교수
동네마다 법적 기준에 맞춰 설치되는 근린공원은 집으로부터 500m 이내에 1만 제곱미터 이상의 면적이 필요하고, 어린이공원은 250m 이내 1,500㎡가 넘는 넓이로 계획해야 한다. 근린공원 외에도 역사공원, 체육공원, 수변공원 등 다양한 형태의 공원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도시공원법에는 도시지역은 주민 1인당 6㎡ 이상의 공원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도심 곳곳마다 크고 작은 공원이 많기로 유명한 런던과 파리도 19세기 까지만 하더라도 과밀과 불결함으로 넘쳐나던 도시였다. 비위생적 도시공간은 전염병 창궐과 삭막한 정신에서 비롯되는 각종 범죄를 양산했고, 이에 대한 치유책의 한 방편으로 등장한 것이 도시 곳곳마다 크고 작은 공원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일이었다. 시간과 함께 근린공원은 지역 생활권 핵심 활동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주변 공간구조까지 공원중심으로 재편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 할당된 공원을 우리는 실생활에서 잘 체험하지 못하고 산다. 찾아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도 문제이지만 찾아 쓰기 어렵게 설계된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공원을 계획하는 사람이 이용할 사람의 특성을 면밀히 살피지 못하고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술적으로 배치하던 것이 과거의 도시설계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주택가와 큰 도로로 분리된 공원이라던 지 생활권보다는 상징축 구성 등 관념적 설계방법에 따른 배치 또는 인근 주민의 이용특성과 동떨어진 생뚱맞은 시설은 이러한 관행의 결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롭게 만드는 도시라면 앞서 지적한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어 잘 설계하면 되겠지만 이미 만들어진 공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말이다. 결국, 고쳐 사용할 수밖에 없다. 공원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이용자들의 특성과 이용 패턴을 파악하여 불편한 내용은 바꾸며, 이용대상을 조정해야 할 경우에는 이에 맞게 전면적인 재설계와 시공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차제에 공원의 유형과 설치기준도 손질할 필요도 있다. 법적 기준에만 맞게 설치된 어린이 공원의 경우 주변 지역의 인구 구성이 젊은 부부 중심에서 노인층으로 바뀐 지역이 있다면 이용대상을 고려해 공원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보행 약자에 해당하는 어린이를 위해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설치되는 어린이공원은 마찬가지 이유로 노인을 위한 공원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 도로 바닥에 어린이보호 대신 노인보호 노면 표시가 등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거지역과 동떨어져 설치된 공원은 지역주민보다는 새로운 공원이용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풋살장 등 테마형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자칫 특정계층에 의해 독점되는 상황도 벌어지기 때문에 이용 독점권을 경계해야 한다. 공공청사 주변 공원은 열린 공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시설의 보안을 위해서라지만 사실 권위의식이 여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간혹 일어나는 보안사고와 매일 장사진을 치고 있는 시위대를 보노라면 높은 철책을 설치한 배경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보안은 다른 방법들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민의 입장에서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공간이 내 것이라고 인식하면 아끼고 가꾸는데 열심이지만, 거저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면 훼손하고 더럽히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내 공원 갖기 운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가끔 동네공원 한편에 '이 공원은 OO 단체에서 봉사하는 곳'이라는 팻말과 함께 주기적인 청소와 관리를 담당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관리관청은 생활권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조직을 관리자로 지정해 줄 필요가 있다. 내가 사는 집에서 가까운 즐겨 찾는 공원을 내 공원으로 인식하여 자주 방문하고 정을 들이며 훼손으로부터 적극 개입하는 노력을 주민운동으로 차원으로 추진해보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의료원 ‘어떻게 지을까’… 시공사 공고 앞두고 주민·의료계 의견 듣는다
  2. 대전 여야,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놓고 '공방전'
  3. 대전교도소·대전의사회 협력,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4. 90년 역사 품은 테미오래,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5. 32사단, 대둔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착수
  1. 대전 금연구역 5만여 곳에 지도원 35명… 단속 한계에 정책 실효성 의문
  2. [세상보기] 각자도생의 시대
  3. 대전 서구 '구청장 직통문자' 100일…민원 999건 접수
  4. 탈석탄 충남, 신재생 전환 이익 절반은 역외로
  5. '대학생이 제안한 위성을 우주로'…항우연 경연대회 7개 팀 선정

헤드라인 뉴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가 전국 교정시설 중 처음으로 스마트 메디컬센터를 구축하고 대전시의사회와 협력해 수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안과와 이비인후과 그리고 신경과에 대한 시설 내 전문진료를 시작한다. 2005년 교정시설의 원격진료가 허용된 이후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을 위한 가장 혁신적인 도전으로 여겨져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는 22일 유성구에 위치한 대전교도소에서 스마트 메디컬센터 개소식을 갖고 새롭게 조성하고 확보한 시설과 장비를 소개했다. 이날 법무부 교정본부 권창모 의료과장과 이동철 의료 교정관이 참석하고, 김재술 대전교도소장 주관으로 임정혁..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세종시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시설 직원이 구속 송치됐다.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의 미흡함을 인정하며 재수사 돌입한 지 5개월 만이다. 세종경찰청 강력마약범죄수사대는 시설 직원 A(30대) 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13일 대전지방공소청에 구속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지난 5월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시설 내 목격자 진술과 A 씨의 근무 시간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을 확보하고 지난 7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앞서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A 씨에게 무혐의 처분..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대전과 세종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이 797명에 달하지만, 이들을 위한 한국어학급은 한 곳도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충북이 각각 한국어학급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전·세종은 고교 단계의 한국어 교육 기반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대전지역 고교 이주배경학생은 655명, 세종은 142명으로 집계됐다. 두 지역의 학생 수를 합하면 797명이지만, 고등학교 한국어학급은 모두 운영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