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표현의 한계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표현의 한계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10-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한글이 있어서 우리의 생각과 말을 글로 쓸 수 있고, 글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나 글이 없는 세상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할 것입니다. 그리고 훈민정음에 써진 것처럼 우리가 한글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글을 사용한다고 하면 그 불편함 또한 엄청날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글이 만들어져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말을 그대로 한글로 표현할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고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말이나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어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물론 말을 잘 하지 못하거나 논리적으로 생각을 표현하지 못해서 생기는 답답함도 있지만,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없는 언어나 글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어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으로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이런 것은 흔히 '아름답다'거나 '좋다'는 감정의 표현을 그냥 아름답거나 좋은 감정보다도 더 많고 깊은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을 언어나 글로 표현할 경우 '아름다움'과 '좋음'을 표현하는 다른 언어나 글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매우'와 같은 형용사 또는 부사를 추가해서 표현하는 방식 외에는 다른 것이 없습니다. 특히 감정을 표현하고자 할 경우 대부분 이와 같은 언어나 글의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물론 감정이나 생각을 직접적인 표현이 아닌 은유적 또는 비유적 표현 방식을 빌어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이지 않은 은유적이거나 비유적 표현은 그것을 대하는 상대방의 판단에 의해서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느낌이나 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은유적이거나 비유적인 표현이 그냥 감정이나 느낌을 나타낼 경우에는 그래도 별 다른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런 표현의 방식이 어떤 결정이나 판단을 해야만 하고, 그 결정이나 판단이 어떤 정책이나 사회의 변화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라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문학적인 표현으로 은유적이거나 비유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아마도 폭 넓게 허용될 수 있지만, 철학이나 사회과학의 범주에서는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오해를 사게 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모함이나 오해로 인하여 불이익이나 억울함을 당하게 될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경우를 당했을 때, 자신의 본래 뜻이나 결백함을 아무리 잘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설명이나 표현을 그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면 정말 답답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밝혀진다고 하지만, 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의 시간과 과정은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증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상황이나 정황, 그리고 진실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 또는 글의 표현입니다.



또한 정부의 정책이나 조직의 방향을 정하는 규정이나 법, 그리고 제도를 만들거나 고쳐야 할 경우에도 그것을 표현하고 표기하는 언어나 글이 정확하지 않다면, 이런 정책이나 규정, 법, 제도를 적용함에 있어서 상당한 오해나 잘못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오해나 잘못으로 인하여 본래의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면, 그 오해나 잘못의 결과가 고스란히 그 구성원들에게 피해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말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나 글이 표현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며 타당한 표현으로 나타냄에는 어려움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흔히 말하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글의 미흡함이 한편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글의 한계를 보완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언어학이나 문학 등을 전공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타당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하는 방법이 딱히 생각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나 글에서 형용사나 부사와 함께 명사와 동사의 개발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사고나 생각 또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형용사나 동사가 더 풍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새로운 사고를 담는 새로운 명사의 개발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새로운 언어의 표현 방식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언어나 글의 표현을 개발하는 것은 누구 한사람의 일로 가능한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새로운 것이 개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되어서 일반화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겪고 있고, 그 과정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인간성의 부재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면 '인간' 그리고 '사회'라는 것의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기에 바로 인간성이 포함된 인간의 표현의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사고하는 것, 그리고 느끼는 것을 직접적으로 정확히 표현할 수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 이후의 5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바로 '인간성'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할 경우, '인간성'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방식이 바로 철학적인 사고와 사회과학적인 인지, 그리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와 글의 정확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표현의 정확성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하여 새로운 사고와 발상을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만 '인간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 한글날을 보내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2.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2. 코레일, 겨울철 한파.폭설 대비 안전대책 본격 가동
  3.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4. 대전권 14개 대학 '늘봄학교' 강사 육성 지원한다
  5. '대덕특구 사이언스센터' 딥테크 혁신성장 허브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역인 충남에서 치사율 100%(급성형)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충남도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도내 양돈농가 등에 상황을 전파하고, 이동 제한 등 긴급 차단 방역에 돌입했다. 25일 도에 따르면, 총 463두의 돼지를 사육 중인 당진시 송산 돼지농가에서는 지난 17∼18일 2마리가 폐사하고, 23∼24일 4마리가 폐사했다. 농장주는 수의사의 권고를 받아 폐사축에 대한 검사를 도에 의뢰했다. 도 동물위생시험소는 폐사축에 대한 ASF검사를 진행, 이날 오전8시 양성 판정을 내렸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