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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는 겉으로는 어리석은 체 하면서도 남 몰래 엉큼한 행위를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민간에 전해온다.
옛날 어느 마을에 글공부에만 전념하는 가난한 선비 하나가 살았다. 이 선비는 가정 살림은 아내에게 맡기고 오로지 글 읽기에만 전념하다보니 굶기를 밥 먹듯이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아내는 조금도 이에 불평이 없이 훗날 남편이 출세하기만을 기다리며 어려운 나날을 극복해 나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선비가 출타했다가 저녁나절 돌아와 보니 아내가 무엇인가를 입에 넣으려다가 남편에게 그 광경을 들키자, 엉겁결에 그것을 항문이 있는 뒤쪽으로 감추는 것이었다. 순간 선비는 아내가 자기도 모르게 음식을 감춰 두고 혼자 먹고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불쾌감을 느끼고 아내에게 다가가 “지금 궁둥이에 감춘 것이 무엇이요”하고 엄하게 다그쳤다.
남편의 갑작스런 추궁에 당황한 그 아내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여보! 방바닥에 호박씨 하나가 떨어져 있기에 그것이라도 까먹어 보려고 입에다 집어 넣어보니까 그것마저 빈 쭉정이입디다”하고 울면서 민망스러운 목소리로 사실대로 자백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선비는 그런 아내의 말에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목이 메어 그 아내를 끌어안고 자신의 잘못과 무능함을 뉘우치며 용서를 구했다. 그 아내 역시 남편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러한 전설에서 연유되어 지금은 겉으로는 어리석은 체 하면서도 속으로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을 ‘똥구멍 혹은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사람’이라고 하게 되었다.
또한 호박씨를 뒷구멍(=똥구멍)으로 까면 아무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는 어떤 일을 이리저리 꽤하는 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은밀하게 어떠한 일을 도모하는 행동의 비유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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