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전어, 며느리 몰래… 돈 따지지 않고 사먹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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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전어, 며느리 몰래… 돈 따지지 않고 사먹는 맛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67. 전어 錢魚

  • 승인 2016-06-12 10:02
  •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전어/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쿡쿡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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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어/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쿡쿡TV'


맛을 귀하게 여겨 사려는 사람들이 돈을 따지지 않고 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돈 전錢자의 전어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수많은 생선 이름 가운데 돈과 관련된 이름이 붙은 물고기는 오직 이 전어뿐이다.

몸길이가 20~30cm 내외인 전어과에 속하는 이 물고기는 우리나라 근해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특히 서남부해안, 일본 중부 이남의 바다에서 주로 많이 잡힌다.

예로부터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이 전어는 가을철 9월부터 10월에 먹어야 제 맛이 나고 영양도 많다고 하는 가을철의 대표적인 물고기다.

전어는 끓여서 먹거나 회로 먹어도 좋지만, 특히 구어 먹으면 그 맛의 고소함을 비길 데가 없다. 그러기에 오죽 맛이 있으면 ‘전어를 굽는 냄새에 집을 나간 며느리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맛이 있는 전어이기에 그 ‘전어는 며느리가 친정 간 사이에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속담까지 생겨날 정도로 며느리에게 먹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생선으로 여겨왔다.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말이 있는데 다른 물고기는 몰라도 전어에게만은 이 말이 적실하게 맞는다.

일반적으로 생선의 머리 부분은 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아가미, 입, 눈 등이 집중적으로 이곳에 몰려 있어서 맛을 음미하기에 앞서 이것들을 발라내기가 바쁠 뿐 아니라 그 맛도 모를 정도로 담담하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이 전어의 머리 부분은 예외여서 잘 구워진 머리부분을 통째로 씹어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또한 일품이다. 그래서 ‘가을 전어의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이 전어의 어원에 관련된 기록이 옛 문헌에 보인다.

영·정조 때의 농정가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보면 이 전어는 「기름지고 살지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 서울에서 파는데,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그 맛을 귀하게 여기며 사려는 사람들이 돈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전어라 한다」고 적혀 있다(김영봉, 지혜로운 속담, 공무원 연금, 2007, 9 PP. 40-41).

하지만 이처럼 맛있는 전어도 한때는 잡어로 분류되어 퇴비로 썼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전라남도 고흥지방) ‘남 주기에 미안한 고기’(충청남도 서천)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지 못 했다고 한다. 그것은 쥐치가 한때 그물에 걸리면 내버리던 이른바 잡어 대접을 받았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전어가 지니는 맛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수요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에 오늘날 그 가치가 격상된 것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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