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5. 세월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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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5. 세월이 가면

나뭇잎은 흙이 될지라도

  • 승인 2016-12-16 00:01
  • 홍경석홍경석
▲ 유튜브 화면 캡쳐
▲ 유튜브 화면 캡쳐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

박인희가 부른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의 초입(初入)이다. 지난여름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에서 열린 <박인희 콘서트>를 보았다. 박인희 씨는 ‘담배가게 아가씨’와 ‘고래사냥’ 등의 히트곡으로도 유명한 송창식 씨와 같이 등장했다.

칠순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곱고 감미로운 미성(美聲)은 예전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박인희 씨는 차분하고 청아한 음색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있으며 히트곡으론 ‘목마와 숙녀’, ‘모닥불’, ‘방랑자’ 등이 있다.

이 중 나의 마음까지 사시나무처럼 마구 흔든 노래는 단연 ‘세월이 가면’이었다. 공연을 본 뒤 유성온천 번화가로 나왔다. 모처럼 부부 동반으로 콘서트까지 보았으니 맛난 저녁을 먹었음 하는 생각에 고깃집으로 들어섰다. 아내는 돼지갈비를 주문했다.

하지만 치아가 부실한 까닭에 나는 고기를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다만 애꿎은(?) 소주와 함께 부드러운 반찬으로만 배를 채웠다. 그러자 아내의 걱정이 이어졌다. “나는 아직도 치아가 튼튼해서 걱정이 없지만 당신은 벌써부터 시원찮으니 큰일이여.”

아내가 그처럼 염려해주자 새삼 고맙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짐짓 여유로운 척을 하였다. “나 또한 청춘은 가고 세월만 남았으니 하는 수 없지 뭐. 또한 젊어도 봤으니까 늙어도 봐야지.” 치아가 부실해지면서 먹지 못하는 게 참 많다.

사과와 배 등의 과일은 물론이요 총각김치와 깍두기 등도 화중지병(畵中之餠)이다. 겨울의 별미인 동치미 역시 고작 국물만 훌쩍 마실 뿐이다. 때문에 그러한 먹을거리를 보자면 때론 나도 모르게 폭력적 시선으로 변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언죽번죽한 세월은 쇠도 씹어 먹는다는 나의 청춘과 젊음을 앗아간 것도 모자라 명실상부 노년으로 가는 길목에 나를 세워놓았다. 하기야 어느 누가 감히 오는 세월 막을 수 있을 것이며 가는 세월 역시 잡을 수 있으랴.


12월 8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노년층 인구는 늘어나는 반면 한창 일할 나이인 주요 경제활동 인구와 생산가능 인구는 더욱 줄어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100년 후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2천 500여 만 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암담한 미래는 저출산(低出産)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의 방증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더욱 우려되는 것은 출산율이 감소하는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빠르다는데 있다.

우리 사회의 출산율 저하는 사회경제적인 발전에 의한 국민들의 생활수준의 향상과 결혼이나 가족 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에서 기인했다. 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비와 주거비 외에도 사교육비 등의 과도한 부담 역시 심지어는 아예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수단’을 동원하기에까지 만들었다.

때문에 세월이 더 가서 늙은이가 되었을 때, 내 자녀가 결혼조차 안 했다면 당연히 손자와 손녀의 재롱을 보는 것 역시도 무망(無望)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나이를 먹으니 손주를 데리고 공원 등지에 나들이하신 어르신들이 여간 부럽지 않다. 내년쯤엔 나도 손주를 볼 수 있을는지…… ‘세월이 가면’ 노래는 이어진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나뭇잎은 흙이 되고…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설령 나뭇잎은 흙이 될지라도 나뭇잎의 고향인 나무는 여전히 견고하다.

사람의 정서도 마찬가지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수순으로 나는 이담에 흙이 된다. 그렇지만 나의 후손만큼은 여전히 이 땅에서 미루나무처럼 우뚝하게 잘 살아가길 바라는 게 인간의 본능이자 본심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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