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8. 당신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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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8. 당신이 최고야

아내가 더욱 고마운 것은

  • 승인 2016-12-22 00:01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당신이 최고야 당신이 최고야 ~ 나에겐 당신이 최고야 당신을 처음 만난 그 순간 나는 나는 알았어 ~ 당신이 내 반쪽이란 걸 행복하게 행복하게 해줄 거야 ~ 머리에서 발끝까지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 당신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줄 거야 내 모든 걸 다 줄 거야 ~”

가수 이창용이 히트시킨 <당신이 최고야>의 가사이다. 지인으로부터 결혼식 청첩장을 받았다. 그러자니 문득 30여 년 전 아내와 결혼했던 즈음이 기억의 틈새로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그녀(아내)와 열애하던 당시 그녀는 그야말로 빙기옥골(氷肌玉骨)의 처자였다.

‘빙기옥골’은 살결이 맑고 깨끗한 미인을 이르는 뜻임과 동시에 매화의 곱고 깨끗함을 역시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어머니 복은 없어서 얼굴조차 알 수 없지만 하늘은 대신에 내게 처복(妻福)을 주셨다. 지금도 가난과의 사투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아내는 여전히 가난을 탓하지 않는다. 대신에 타관객지서 살고 있는 아이들 걱정과 주근보다 야근이 잦은 이 남편의 건강을 먼저 염려하는 참으로 감사한 아낙이다. 아내가 더욱 고마운 것은,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두 아이를 으뜸의 동량지재(棟梁之材)로 길러냈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월 17일 취재 차 2017학년도 수능이 치러지는 B고등학교를 찾았다. 수험생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난 뒤에도 한참동안이나 간절하게 기도를 올리는 한 어머니의 모습이 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건 물론 그날 수능을 잘 봐서 자신의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엿 붙듯 합격했으면 하는 발원이었을 것이었다. ‘지난날에는 우리 아내도 저리 했었지…’ 아들은 물론이고 딸이 수능을 볼 적에도 아내는 사찰에 가서 지극정성의 불공을 드렸다.

그 덕분이었을까, 두 아이는 자신이 목표로 했던 대학에 장학생으로 성큼 입성했다. 지난 2004년 서울대에서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라는 자료를 냈다고 한다. 이는 1970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대 사회과학대 입학생 1만 2500명의 가정환경을 분석한 보고서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33년 동안 고소득 자녀 입학은 17배 늘었고, 농어촌 학생 비율은 그동안 5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로부터 다시 13년이 지난 올해, 서울대 신입생 절반 이상은 특목고와 자사고, 그리고 부자로 소문난 서울 강남 지역의 학생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청와대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의 버르장머리 없는 딸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야, (그러니 못 살면 가난한) 니네 부모나 원망해.”라는 글을 SNS에 올려 국민적 반감과 분노의 들불 진원지(震源地)가 되었다.
과거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래서 입시철이 되면 사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명문대, 특히나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을 집중조명하고 뉴스화 하는 게 어떤 통상적 기본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개천의 용’들은 얼추 절멸(絶滅)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는 부모의 막강한 경제력과, 공교육을 능가하는 수준과 시설의 사교육에 투항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私)교육 시장 규모가 천문학적인 규모라는 건 국민적 상식이다. 유명 스타 학원 강사의 수입 역시 상상을 불허할 정도인 것 역시 사교육 시장 팽창의 방증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말이지(!) 사교육 한 번조차 없이 서울대를 간 딸은 지금도 우리 집안의 우쭐한 자랑거리다. 10년 이상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인 회사에 재직 중인 아들 또한 아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다.

곧 아내의 생일이 닥친다. 이틀 후엔 내 생일이다. 따라서 해마다 아내의 생일에 맞춰 외식을 한다. 결혼 초기엔 ‘당신이 최고야’ 노래처럼 아내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만들어주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은 삭풍처럼 각박했고 수전노 스크루지처럼 인색했다. 그렇긴 하되 아내를 향한“당신이 최고야~”라는 나의 마음가짐엔 결코 빈틈이 없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니들도 최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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