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6. 애증의 강

  • 문화
  • 가요는 삶의 축

[가요는 삶의 축] 16. 애증의 강

당위성의 함의

  • 승인 2017-01-02 00:01
  • 홍경석홍경석


“어제는 바람 찬 강변을 홀로 걸었소 ~ 길 잃은 사슴처럼 저 강만 바라보았소 ~ 강 건너 저 끝에 있는 수많은 조약돌처럼 당신과 나 사이엔 사연도 참 많았소 ~ 사랑했던 날들보다 미워했던 날이 더 많아 우리가 다시 저 강을 건널 수만 있다면 ~ 후회 없이 후회 없이 사랑할 텐데 ~ ”

김재희의 <애증의 강> 가요 중 앞부분이다. 애증(愛憎)은 사랑과 미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드넓은 모두 하늘까지를 포용한다. 반면 미워하게 되면 바늘 하나조차 들어갈 틈이 없이 옹졸해 진다.

몹시도 시끄러웠던 혼용무도(昏庸無道=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의 2016년을 보내고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았다. 돈도 없고 차도 없고 여유조차 없는 까닭에 해돋이 구경 내지 여행은 화중지병(畵中之餠)이었다.

다만 새해 첫날의 사나흘 후엔 쉴 수 있는 덕분에 아내와 가까운 산을 찾아 이미 중천(中天)에 걸렸을 태양이나 볼까 한다. 여행(旅行)은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다. 또한 여행을 하게 되면 일상에서의 번로(煩勞)와 스트레스 또한 더우면 입었던 옷을 홀랑 벗듯 마음까지 탈의(脫衣)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한 여행은 직장과 사회생활에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작위적 친절과 위선까지를 아울러 집어던지고 오로지 유희적(遊戲的)으로만 매진할 수 있기에 금상첨화다. 2017년으로 해가 바뀌니 내 나이도 ‘아홉수’가 되어 59세가 되었다.

예부터 아홉수는 9, 19, 29와 같이 아홉이 든 수(數)라 하여 남녀 공히 나이가 이 수에 들면 결혼이나 이사와 같은 일을 꺼렸다. 때문에 딸아이 역시 그 아홉수를 피하여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여행은 그 아홉수하곤 전혀 관계가 없으니 기회가 된다면 맘껏 누리고 볼 일이란 생각이다. 사랑하는 딸은 결혼식 후 유럽 등지로 보름 이상의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반면 우리 부부는 결혼식 후 달랑 1박2일로 충북 보은의 속리산에 다녀왔을 따름이다.

이는 가난이 불러들인 필연적 결과였다. 내가 비록 장의소재(仗義疎財), 즉 의(義)를 소중히 여기는 대신 재물은 가벼이 여김의 대장부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과거나 지금 역시도 불변한 건 그야말로 쥐뿔도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 같이 가슴 아픈(?)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 과거사를 인지한 아들은 언젠가 “아버지의 회갑을 맞으면 그 기념으로 저와 동생(딸)이 갹출하여 크루즈 여행을 시켜 드리겠다”고 한 바 있다.

3년 전 허리수술을 받은 바 있는 아내는 지금도 거동이 부자연스럽다. 어디를 가든 버스는 물론이요 아들의 차를 타더라도 한 시간 이상이면 반드시 통증을 호소한다. 그래서 해외여행 역시도 비행기보다는 승객이 편히 쉴 수 있는 객실을 따로 준다는 크루즈가 제격이다.

아내와 부부가 되어 한 이불을 덮은 지도 어언 36년이란 세월의 강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애증의 강> 노래처럼 어제는, 아니 ‘지난날’은 바람 찬 강변을 홀로 걸었던 것처럼 그렇게 춥고 황량한 빈곤의 나날을 점철했다.

아울러 길 잃은 사슴처럼 풍요(豊饒)의 저 강(江)만 바라보기 일쑤였다. 헌데 그 강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이들, 특히나 소위 먹물깨나 먹었고 권세까지 지녔다는 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처럼 못 사는 서민의 입장에서 부자(富者), 더욱이 그 부(富)를 축적한 과정이 부정하고 부끄러운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면 이들을 보는 의심의 시선엔 응당 분노의 반동이 내재되기 십상이다.

여하간 지나온 36년 동안 강 건너 저 끝에 있는 수많은 조약돌처럼 아내와 나의 사이에도 사연은 물론이요 굴곡 역시 참 많았다. 뿐만 아니라 때론 사랑했던 날들보다 미워했던 날이 더 많아 돌이켜보기조차 부끄러운 적도 많았다.

따라서 우리가 애증의 저 강을 다시 건널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후회 없이 사랑만 하면서 살고픈 바람은 충분한 당위성(當爲性)의 함의(含意)를 도출케 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 여경래 셰프와 협업한 '구오 만두' 팝업 진행
  2. '관광+맛집+숙박' 3박자 갖춘 세종시 전의면에 오면
  3. 정부합동 특별감사반, 농협중앙회·재단 추가 조사
  4. '제3기 아산시 먹거리위원회' 출범
  5. 아산시, 소외 지역 '그물망식' 하수도망 구축 방침
  1. 아산시, '2026년 장애인일자리사업' 본격 추진
  2. 아산시 온양5동행복키움, '건강 UP , 행복 드림'
  3. 국회세종의사당 밑그림 담을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본격화
  4. 대전·충남 집값 올해 들어 연속 하락세… 세종은 상승 전환
  5. ‘광역통합·5극 3특’ 재편, 李 “쉽지 않다… 국민 공감·지지 중요”

헤드라인 뉴스


대전 충남 통합 입법정국…與野 협치 복원 시급

대전 충남 통합 입법정국…與野 협치 복원 시급

대전 충남 통합 특별법 국회 논의를 코앞에 둔 가운데 충청 여야의 실종된 협치 복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정 지원과 특례 범위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하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논의 테이블을 차려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후 입법과정에서도 강대 강 대치가 계속된다면 통합 동력 저하는 물론 자칫 충청 미래 발전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한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6·3 지방선거 통합단체장 선출, 7월 1일 공식 출범이..

"아이들 많은 주거권에 345㎸ 고압선 납득 안돼" 대전 노은동 주민들 반발
"아이들 많은 주거권에 345㎸ 고압선 납득 안돼" 대전 노은동 주민들 반발

한국전력이 충남 계룡시에서 천안까지 345㎸ 초고압 전력선 2회선의 최종 노선을 111명으로 재구성될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서 결정할 예정으로 주민대책위원회가 추천한 인사가 위원회에 참가시켜 달라는 요구가 제시됐다. 한전은 최적경과대역에 폭이 좁은 곳에서는 후보 노선 2개, 폭이 넓은 구역에서는 3~4개의 후보 노선을 위원회에 제시해 최종 노선을 올 상반기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공사는 23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노은3동 주민센터에서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계룡시 두마면 신계룡 변전소부터..

이 대통령 "양도소득세 중과 연장 고려 안 해"… 똘똘한 한채 서울 쏠림 우려
이 대통령 "양도소득세 중과 연장 고려 안 해"… 똘똘한 한채 서울 쏠림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상반기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조치와 관련해 연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 전략에 따라 비규제지역부터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만큼, 지방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대통령은 23일 SNS에 "5월 9일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이는 양도세 중과 제도를 활용해 시장으로 매물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

  • 강추위 녹이는 모닥불 강추위 녹이는 모닥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