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8.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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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8.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크리스마스이브에 찾아온 여섯 명의 천사

  • 승인 2017-01-05 00:01
  • 홍경석홍경석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 ” 안치환의 히트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이다.

지난해 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이날은 종교를 불문하고 만인이 즐겁고 설레는 날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길거리와 상가에서마저 흥겨운 캐럴송이 사라졌다. 대신에 그 빈자리를 치고 들어온 것은 최순실과 그 부역자들의 호가호위와 안하무인의 파렴치였다.

그렇게 황량하고 츱츱한 소갈머리의 세태에 혀를 차며 그날도 야근을 하고자 집을 나섰다. 한층 추워진 날씨는 마음까지 움츠려들게 했다. 출근을 하니 14층 사무실 안에서 누수가 발생한다는 전임자의 업무 전달이 있었다.

하여 2시간마다 올라가서 양동이에 담긴 오수(汚水)를 들어다가 화장실에 붓는 작업이 괜스런 짜증의 작업으로 대두되었다. 아울러 이는 ‘다른 집에선 오늘이 다른 날도 아니고 ’크리스마스이브‘라고 하여 칠면조 요리는 몰라도 최소한 치맥으로 가족파티라도 할 터인데 나는 대체 이게 뭐야?’ 라는 우울함의 포로가 되는 동기까지를 부여했다.

그런 와중에도 시간은 저벅저벅 흘러 밤 열 시가 될 무렵이었다. 중앙의 회전문이 돌아가면서 낯선 젊은이들 여섯이 들어섰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화장실을 이용하려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찾아온 여섯 명의 천사였다. “안녕하세요? 야근하시느라 힘드시죠?” “그렇긴 하지만 누구신지?”

“저흰 요 앞의 00교회 청년부에서 나왔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 하지 못 하고 힘든 야근을 하시는 분들을 찾아서 약소하나마 이렇듯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선물을 하나 주는 게 아닌가!

떡과 음료, 핫 손난로 두 개까지 들어있는 ‘세트’로 보아 가격 역시 만만치 않아 보였다. 마침 출출하던 차인데 잘 됐다 싶으면서도 난생 처음의 크리스마스이브 선물인지라 생색(生色)을 내고픈 맘이 똬리를 틀었다.

“실례지만 지금 제게 선물을 주신 분의 성함이 어찌 되시는지 한 분만이라도 알려 주시겠습니까? 실은 제가 모 언론사에 글을 쓰는 시민기자인데 이 고마움을 글로 남기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여 알게 된 처자의 이름은 ‘김여울 님’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야근을 들어오기 전 아들과 딸에게서도 안부를 묻는 문자가 왔다. 감기가 독하니 조심하라는 고마운 관심의 내용이었다. 허나 야근이 주근보다 두 배는 많은 직업이 경비원이다 보니 감기는 늘 고드름처럼 달고 산다. 백약이 무효다.

하지만 이보다 더 지독한 건 세상의 냉갈령 인심이다. 누구 하나 찾아와서 싸구려 캔 커피조차 건네는 이가 없다. 어쨌든 ‘여섯 명의 천사’들이 주고 간 떡과 음료 등의 선물로 주린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맛도 맛이려니와 그 빛나는 청춘들의 고운 심성들이 겹쳐서였을까... 크리스마스이브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농밀하고 묵직한 배려의 고움까지 덩달아 녹차처럼 은은하게 우러났다. 이는 아울러 <초한지>에 나오는 대장군 한신(韓信)의 일반천금(一飯千金) 고사까지를 떠올리게 하는 흐뭇함에 다름 아니었다.

나 또한 그동안 신세를 진 님들 모두께도 이러한 고마움을 반드시 갚아야할 터인데……. 그렇지만 왜 그렇게 하는 일은 잘 안 되고 또한 거친 암초만 도드라지는 걸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이어진다.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 ~ 음 알게 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화향백리 = 花香百里),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주향천리 = 酒香千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인향만리 = 人香萬里)고 했던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찾아왔던 그 고운 젊은이들이 새삼 감사하다.

그들이 그날 풍긴 향기는 오늘의 소한(小寒) 추위마저 무색케 하면서 만리를 가고도 남았을 훈훈하고 반짝이는 메아리였다. 사람은 역시나 꽃보다 아름답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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