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2. 고로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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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2. 고로해서

대청호 연가(戀歌)

  • 승인 2017-01-11 00:01
  • 홍경석홍경석


“가슴을 툭 터놓고 어디 한번 말해 봐요 나에게 뭐를 원하는지 ~ 때로는 부딪히며 눈물도 흘리지만 사랑이란 그런 거 아닌가요 ~ 그 누가 말했던가 산다는 것이 끝없는 방황이라고 ~ 그래서 인생은 연극이요 ~ 그래서 사랑은 예술이요 고로해서 사는 거야 ~”

가수 현진우의 출세곡 <고로해서>이다. 지난해 2016년은 모두가 힘든 한 해였다. 말도 안 되는 ‘최순실 게이트’와는 별도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때문에 특히나 서민들은 살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즐겨 들으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

‘고로해서’의 어원(語源)이랄 수 있는 ‘고로하다’는 ‘수고로이 애쓰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돌이켜 보건대 작년이 꼭 그렇게 어렵고 지치기만 한 해는 아니었다. 우선 꽃피는 춘삼월엔 사랑하는 딸이 면사포를 썼다.

여전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의 손을 사위에게 넘겨주면서 딸바보스럽게 눈물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둥지 안의 새도 일정기간 자라면 독립을 하듯 딸 또한 듬직한 사위를 향해 독립하는 것이라 믿었기에 애써 눈물을 속으로 삭였다.

신혼부부가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기분이 좋아서 사위와 딸이 따라주는 술에 대취하였다. 그리곤 술김에 다음과 같은 잔소리를 지껄였다.

“나의 애창곡에 ‘고로해서’라는 가요가 있다네. 그 노래의 가사에도 나오지만 부부가 되어 이 세상을 사노라면 때로는 부딪히며 눈물도 흘리는 날이 없지 않을 걸세. 그렇지만 사랑이란 그런 거 아닌가... 라는 긍정 마인드로 치환할 줄 아는 게 삶의 어떤 묘미라고 생각하네. 또한 그래서 인생은 연극이고 예술이며 동시에 고로해서 사는 거라네.”

이에 사위의 힘찬 복명(復命)이 이어졌다. “넵, 걱정 마십시오! 늘 그렇게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2017년 정유년으로 해가 바뀌면서 나 또한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었다. 정유년의 첫날 엔 아들의 차에 올라 대청호를 찾았다.

대전과 충남도민들의 젖줄인 대청호는 언제 찾아도 그렇게 넉넉한 어머니의 품인 양 편안하다. 물안개가 피어올라 그 명경지수(明鏡止水)까지 압권인 대청호를 바라보자니 새삼 나이 먹음에 대한 관조(觀照)와 천착(穿鑿)이 이어졌다.

그러자 세금 안 붙는다고 나이만 먹었지 경제적 허릅숭이인 까닭에 화살보다 빠른 세월이 새삼 야속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긴 하지만 가수 노사연의 ‘바램’ 가요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는 낙관의 마음가짐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더불어 사람은 그의 신념만큼 젊은 반면 절망만큼 늙는다는 슈바이처의 명언을 여기에 굳히기의 도구로 사용하였다. 병행하여 비록 세상살이엔 지칠망정 아내와 가족을 향한 내 사랑만큼은 영원히 지치지도, 중단도 않으리라를 거듭 다짐했다.

눈보라가 물안개의 대청호에 쏟아졌다. ‘대청호여 잘 있게나. 난 올해도 고로하게 열심히 살겠네!’ 대청호가 곰살궂게 배웅했다. “그래요, 언제든 답답할 때면 다시 또 찾아오세요.”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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