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3. 고귀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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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3. 고귀한 선물

올해의 바람

  • 승인 2017-01-12 00:01
  • 홍경석홍경석


“갈매기 날으는 바닷가에도 그대가 없으면 쓸쓸하겠네 ~ 파도가 밀려와 속삭여 줄 때도 그대가 없으면 쓸쓸하겠네 ~ 행복이 가득찬 나의 인생은 그대가 전해준 고귀한 선물 ~ 이 세상 어디에 서 있을 지라도 그대가 있으니 슬프지 않네 ~ 랄랄라 랄랄라~ 랄랄라 랄라 ~”

장은아의 히트곡 <고귀한 선물>이다. ‘고귀(高貴)하다’는 훌륭하고 귀중하다는 뜻 외에도 지체가 높고 귀하며 물건 따위의 값이 비싸다는 의미까지를 아우른다. 연초(年初)에 아들이 집에 왔다. 설날 연휴엔 근무라서 미리 찾았다고 했다.

술을 좋아하는 이 아비를 위해 중국산 고급술까지 준비하고 온 아들이었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술이었지만 입에 짝짝 붙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중국 고전 ‘수호지’에 나오는 술과 같은 종류에 다름 아니네! 그나저나 이 술의 출처는 어디여?”

대작하던 아들은 직원이 중국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선물로 사온 거라고 했다. 책으로도 읽었고 드라마로도 만끽했던 ‘수호지’에선 두주불사의 호걸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리곤 술을 매개로 의형제를 맺는가 하면 심지어 술을 안 마시면 아예 힘조차 쓰지 못 하는 이도 나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하여간 효자 아들 덕분에 좋은 술에 대취하자니 새삼 그렇게 아들의 존재야말로 진정 하늘이 내게 주신 ‘고귀한 선물’이 아닐까 싶어 흐뭇했다. 이튿날이 되자 아들은 나와 아내에게 맛난 식사 외에도 고급의 옷까지 사주었다.

그리곤 저녁에 올라갔는데 아들이 집을 떠나기가 무섭게 ‘수다쟁이’ 아내의 입이 부산해졌다. “어제 오늘 우리 아들이 우리에게 쓰고 간 돈이 대체 얼마여?” “그러게, 월급쟁이 우리 아들 이번 달엔 적자났겠네.”

아들은 딸과 함께 우리 집의 어떤 좌청룡 우백호이자 신뢰의 구심점이다. 작년부터 신참 선생님이 된 딸과 달리 아들은 올해 재직 중인 기업에서 과장님으로의 승진까지 앞두고 있다. 평소 아들과 딸을 나와 마찬가지로 ‘고귀한 선물’로 인식하고 있는 아내의 아들 자랑이 이어졌다.

“옷을 사러 갔더니 지인 의류매장 여사장이 또 다시 아들에게 애인이 없으면 자신의 딸을 주겠다며 진지하게 얘기하더군. 그나저나 우리 아들도 막상 장가가고 나면 제 부인 눈치 보느라 지금처럼 우리에게 옷은 커녕 용돈이나 제대로 줄까 몰라?”

그 말에 걱정도 팔자라며 버럭 지청구를 했다. 고루한 얘기겠지만 불효자를 둔 부모의 심정은 깨진 독에 물을 붓고 뚜껑을 덮는 기분일 터다. 반대로 자타공인의 효자를 둔 우리부부는 <고귀한 선물>의 가요처럼 “아이들이 있어서 결코 슬프지 않네”이다.

아들의 고운 심성까지 닮은 며느리를 보는 게 올해의 바람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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