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7.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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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7. 공부합시다

인사도 성심적솔(誠心迪率)로

  • 승인 2017-01-17 00:01
  • 홍경석홍경석


“랄랄라 랄라 랄랄라 랄라 랄랄라 랄라 랄라 ~ 턱 고이고 앉아(우우우우) 무얼 생각하고 있니 ~ 빨간 옷에 청바지 입고 산에 갈 생각하니 ~ 눈 깜빡이고 앉아(우우우우) 무얼 생각하고 있니 ~ 하얀 신발 챙모자 쓰고 바다 갈 생각하니 ~ 안 돼 안 돼 그러면 안 돼 안 돼 ~ 그러면 낼 모레면 시험기간이야 그러면 안 돼 ~ ”

지난 1983년 윤시내가 7집에서 발표한 가요 <공부합시다> 이다. 얼마 전 직장 상사께서 컵라면 한 박스를 선물로 받았다며 주셨다. 그러면서 “이게 다 홍 씨 덕분입니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선물을 주신 분은 직장의 최고위직인 상무님이라고 했다. 그렇게 받은 라면을 동료경비원들과 균등하게 나누었다.

그 상무님께선 마치 칸트처럼 정확한 아침 시간에 건물 내의 헬스장으로 운동을 하러 오신다. 이어 정해진 시간에 나가시는데 기다렸다가 허리를 꺾었음은 물론이다. “감사합니다! 상무님께서 주신 라면 잘 먹고 있습니다.” “약소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시네요!”

친절하고 진솔한 인사(人事)는 비단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에선 더더욱 강조되는 기본이다. 예부터 인사해서 뺨 맞는 일은 없다고 했듯 인사를 잘 하면 자다가도 떡이, 아니 벌건 대낮에 라면도 생긴다. 개인적으로 나의 또 다른 별명은 ‘정월초하루’다.

이는 평소 인사를 너무 잘 하는 데 따른 방증으로 동네의 병원장님께서 진즉 붙여주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의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안녕하세요?~~~”를 마치 시끄러운 엿장수인 양 목이 터져라 외치곤 했으니 왜 안 그러했겠는가. 인사를 습관적으로 잘하게 된 건 과거 소년가장 시절의 어렵던 가시밭길이 디딤돌 역할을 했다.

구두닦이를 하면서 무시무시한 ‘형들’에게 맞지 않으려면 인사를 잘 해야 했다. 손님들에게 무언가를 팔 적에도 친절한 인사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인사라는 건 진정성과 아울러 그러한 습관 역시 보온이 오랜 시간 용이한 가마솥과도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려서 나를 길러주신 할머니께선 부뚜막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거기에 밥을 지으셨다. 온돌의 아궁이와 연결된 부뚜막은 가마솥에 밥을 지으면서 밀어 넣은 땔감 덕분에 요즘 같은 한겨울에도 방이 쩔쩔 끓었다.

밥을 안치고 난 할머니께선 불목(온돌방 아랫목의 가장 따뜻한 자리. 아궁이가 가까워서 불길이 많이 가는 곳)을 골라 누우시며 “허리를 지지니 시원하다!”고 하셨다. 가마솥에서 지은 밥이 맛있는 까닭은 솥 전체 무게의 1/3에 달하는 뚜껑을 덮으면 솥 내부의 압력은 높아지고, 그 압력으로 물의 끓는점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고온에서 짧은 시간에 익히기 때문에 고소하고 윤기 있는 밥이 탄생하는, 실로 과학적 구조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선조들의 슬기를 응용한 게 바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기압력밥솥이다. 보온까지 가능한 전기압력밥솥으론 죽과 심지어 떡까지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여간 좋은 게 아니다.

무쇠의 특성 상 한번 달궈지면 좀처럼 식지 않았던 가마솥에서 밥을 푼 뒤 물을 부으면 탄생하는 구수한 숭늉의 맛이 또한 압권이었다. 인사 얘기를 하면서 가마솥과 숭늉까지 등장시킨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즉 인사라는 것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앞장서서 실천하라’는 뜻을 지닌 성심적솔(誠心迪率)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뜨거운 가마솥과 그에 더하여 ‘김 안 나는 숭늉이 더 뜨겁다’는 속담처럼 오래도록 실천하는 게 좋다는 의미의 강조이다.

근무를 하자면 십인십색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엔 인사를 정석(定石)으로 잘 하는 이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건성이거나 아예 안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인사까지 잘 하는 군자(君子)는 목이 떨어져도 모욕을 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성의 없고 예의까지 실리지 않은 인사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따지고 보면 인사도 공부(工夫)다. 학생이 공부를 안 하면 선생님의 화난 얼굴이 무섭겠지만 직장인이 인사를 잘못하면 그의 인생길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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